저무는 가을을 적시는 슬픈 사랑 이야기 ‘오네긴’
저무는 가을을 적시는 슬픈 사랑 이야기 ‘오네긴’
  • 조재희 기자
  • 승인 2011.11.18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절한 몸짓과 환상적인 감정연기

 

 

 

(서울=조재희기자) 차가운 겨울 공기가 서서히 가을을 덮는 11월에 유니버설 발레단의 ‘오네긴’은 관객들의 움츠린 몸과 마음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 로맨틱한 정서의 발레이다.

더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오네긴’은 여인의 일방적인 연모와 이를 외면하는 남자의 비정함, 그러나 뒤늦게 남자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지만 이미 때가 늦은 애증과 비련의 사랑이야기로 드라마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심리적인 변화를 음미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특히 군무 무용수들의 흥겨운 왈츠로 시작되는 3막은 스토리 전개상 극적인 반전이 시도되는 대목으로,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슬프고도 정열적인 2인무가 주인공의 극적인 심리적 변화를 가장 잘 나타냈다.

동작 하나하나에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무용수들의 연기는 고전발레에서 볼 수 없는 자유로운 몸짓 그 자체였다.

 

비운의 여주인공 ‘타티아나’역의 ‘강효정’은 매 막마다 변화하는 여주인공의 심리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세계적 명성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그녀는 그 동안 ‘오네긴’에서 ‘타티아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여자 역을 맡았다. 그래서 그녀는 ‘오네긴’ 속 ‘타티아나’의 감정 변화를 어느 무용수보다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만의 색깔로 ‘오네긴’을 감동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었다.

발레 ‘오네긴’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이다. 안무가 존 크랑코는 독일의 작곡가 쿠르트 하인츠 슈톨체에게 차이콥스키의 음악들을 편곡하도록 했는데, 마치 ‘오네긴’을 위해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만들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음악과 안무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막에서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극의 내용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는 못했다. 특히 1막의 경우는 2막과 3막에서 벌어질 사건들을 암시하듯 어두운 느낌의 음악으로 군무가 진행되는데, 오히려 이 점이 극의 반전을 미리 알려주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어 극의 재미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2막 1장에서 ‘타티아나’의 동생 ‘올가’와 주인공 ‘오네긴’이 춤추는 장면은 극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인 장면이지만, 그것이 앞뒤 내용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해 극의 몰입을 방해하여 극의 긴장감을 반감시켰다.

2009년 이후 2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오네긴’은 2011년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idaily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