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창간3주년 기념좌담회 - 공연부문
[기획특집]창간3주년 기념좌담회 - 공연부문
  • 이은영 발행인 ·윤다함 기자
  • 승인 2011.11.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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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가치 부여하는 게 문화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좌장)/홍승찬 한예종 교수/ 정현욱/한국공연프로듀서연합회장/김종덕/한예종 무용과 겸임교수, 창작춤집단 木대표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대표(발행인)

 <서울문화투데이>는 창간3주년을 맞아 우리 공연예술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보는 좌담회를 지난 11일 오후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했다.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이 좌장을 맡고, 창작춤집단 목(木) 대표인 김종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겸임교수, 정현욱 한국공연프로듀서연합회장,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이 참석해 올 한 해의 공연계를 살펴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있었던 좌담회 현장을 지상중계한다. 

▲서울문화투데이 창간3주년 좌담회가 '예술인의 집'▲에서 열렸다.

 이은영발행인(이하 이은영)=<서울문화투데이>가 창간3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자리는 특별히 우리 공연예술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문화신문인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공연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우리 신문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좋은 의견을 개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최진용의정부예술의전당사장(이하 최진용)=공연계를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고 봅니다. 저는 긍정적으로 보는데 케이팝(K-POP)등 한류문화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고, 에딘버러에서 우리를 특별 초청한 것도 우리 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도 우리문화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엔 해외의 우리 문화원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초라하고 지하에 위치해 있는 데다 전문가도 파견돼 있지 않았아 불편했던 게 사실입니다. 문화예술에 책정된 예산이 1조가 넘어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 처음 1조원을 돌파했죠?

정현욱 한국공연프로듀서연합회장(이하 정현욱)=국제사회가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여러 가지 노력과 비용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트마켓을 통해 한국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간 서울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작품과 국내외의 델리게이트들이 자주 오가면서 자연스레 이뤄진 결과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지원이 국제사회에서 그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면 우리의 해외 문화원은 예산이 부족해 매우 열악한 환경입니다. 반 지하에서 형편없이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죠. 진정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는 이런 것에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케이팝 등의 대중문화뿐 아니라 순수예술에까지 골고루 이뤄져야하고요.

홍승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하 홍승찬)=요즘 우리 해외 초청작들이 예전보다 비중이 많아지고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걸 보면 해외의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문화전반으로 확산시키느냐에 대해선 저는 조금 부정적입니다. 과연 우리가 이것 외에 보여줄 게 더 있느냐, 과연 K-POP에서 느꼈던 그런 이미지를 다른 면에서 느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문화원도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통일된 모습을 갖춰 제대로 설립돼야 할 것입니다. 세계의 한국 문화원 어딜 가나 공통된 프로그램을 경험하게끔 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인상을 재정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 같은 경우는 파리문화원 하나 만드는데 상당한 시간을 쏟았죠. 그것 역시 다 제대로 설립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케이팝이란 호재가 있을 때 그걸 활용해 순수예술을 포함한 문화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죠. 그러기 위해선 원칙이 있고 철학이 있는 예산집행이 필요합니다.

◆ 원칙과 철학이 있는 예산 집행 필요

정현욱=맞아요.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우리가 공식 초청을 받아서 다녀왔다는 사실입니다. 이전까진 자의적으로 참여했거든요. 그쪽에서도 한국 예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동시에 아시아 시장이 확대되며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그쪽에서 직접 우리 작품을 가져갔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죠.

최진용=일본의 문화원은 최고의 전문가가 프로그램을 짜고 또 최고의 작가가 참여합니다. 우리나라 문화원 같은 경우는 전문가가 아니라 그저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 정도일 뿐 전문성과 체계성 면에서는 좀 안타까운 점이 많죠. 

 

▲좌담회의 좌장을 맡은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김종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겸임교수(이하 김종덕)=저는 한류의 기반이 불안하다고 봅니다. 철저한 계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우발적으로 파급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적으로도 불안정하게 느껴지고요. 너도나도 질보다 양을 상대로 포화상태가 되면 악재가 될 수 있죠. 예를 들어 케이팝의 열기를 등에 업고 부족한 실력을 간과한 한류가수라면 어느 한 순간에 해외관객들은 쉽게 돌아 설 겁니다. 한순간에 사그라질 수 있다는 거죠. 또 지적소유권과 저작권에 대해서도 정부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미 중국에서 해적판이나 그런 게 많아요. 그런 게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저해하고 위축시키죠.

최진용=한류의 시작은 벌써 15년 전입니다. 한류가 일시적이냐고 하는 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뤄졌죠. 한류는 이미 장기적으로 전략화 됐고 체계성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고 봅니다.

이은영=이 시점에서 우리는 전통문화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어떤 준비가 필요하겠습니까?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 오태석 연출가의 작품이나 안은미 무용가의 작품이 공식 초청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전통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류가 상승기에 있는 지금 이 열기를 우리 전통문화도 함께 이끌 방법은 없을까요?

정현욱= 케이팝이나 드라마의 한류가 세계에서 한국의 입지와 호감을 상승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이게 우리의 전통과 예술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요.

김종덕=전문적이고 집중적인 매니지먼트가 필요하겠죠. 일본의 도요타는 기업이미지뿐만 아니라 자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200억원이라는 엄청난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후원을 하는 대신 일본인을 오페라 하우스상임지휘자로 한다는 등의 조건을 걸었죠. 그런 식으로 일본은 국가와 기업, 예술가가 모두 일심동체가 되어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발전였습니다. 문화뿐 아니라 국가의 이미지 발전까지 일석이조였던 셈이죠. 

▲김종덕 한예종 겸임교수, 창작춤집단 목 대표

 이은영=이전에 비해 늘어난 문화예산이 순수예술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 예산지원은 늘었지만 자생력은 오히려 약화돼

정현욱=늘어난 예산에 비해 그만큼 순수예술이 성장을 했느냐 하는 물음에 저는 긍정적으로 답할 수 없습니다. 여건과 환경이 좋아지긴 했지만 예술인들의 자율성, 자유의지, 자생력은 오히려 약화돼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직접사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문화예술계가 의존적이고 종속적으로 돼가고 있는 듯해요. 또 예산에 대한 정책적인 부분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예산이 커지면 커질수록 예술가가 생활인, 직업으로서 이 일을 업으로 삼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커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예술인들은 실제로 그다지...(웃음) 제작비자체도 상당히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액지원도 아니고 일부지원이기에 결국은 제작비로 다 들어가게 되죠. 예전에 비해 예산이 늘어난 만큼 제작비 역시 상승했고 그만큼 지불해야할 비용도 늘어난 것이고요.

김종덕=정부가 일부만 지원해 주다보니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고 지속성과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저도 작품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물가상승과 비교해 돌아오는 돈도 없고 결국은 제 자체비용에서 감당해야하니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예술가들은 비용문제 때문에 생활이 더 궁핍해지고 그러다보니 좋은 작품 내기도 힘들고... 지속적인 장기 집중지원제도가 필요합니다.

최진용=정부의 지원정책은 제도적, 법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복지법 개선 등 공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죠. 예술인들이 필요로 하는 건 직접지원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홍승찬=이 역시 원칙의 부재와 혼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계획을 세웠으면 어떻든 쭉 가야되는데 정책이 자꾸 바뀌다보니 복지예산뿐 아니라 교육부와 문화부까지도 혼란스러워 하죠. 또 이러한 상황을 조정해 줄 누군가가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우선순위도 없고 결국은 결과물도 안 나오죠. 우리사회가 다 보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고리타분하다고 할 게 아니라 이런 걸 확실히 해놓고 가야 혼란이 없겠죠.

최진용=문화와 예술을 사치로 보는 사람들이 지금도 꽤나 많습니다. 삶을 가장 인간답게 해주는 게 바로 문화입니다. 문화는 인간의 삶에 가치를 부여해주고 인간으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 해요. 그런 면에서 ‘문화 복지’가 중요한 겁니다. 그런데 이걸 낭비라고 생각하다니 참 씁쓸하죠.

김종덕=좌장님 말에 적극 동감합니다. 저는 참여정부 때 누구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하다 보니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아마추어리즘이 양산됐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는 간접지원을 하는 게 맞습니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복지법도 통과됐고, 국가에서 많은 지원정책도 펴고 있지만 자율성 면에선 재고해봐야 합니다. 스텝비용이 급격히 인상됐고, 대관료도 엄청난 게 현실입니다. 내가 예산을 지원받아도 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결국 내 부담이 더 많습니다. 국가에선 재교육과 스텝의 공공성확대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은영=문화복지에 대해서도 말씀들을 좀 해 주십시오.

정현욱=무형의 복지나 그 가치에 대한 부분에 대해 현재 정부는 매우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산의 삭감에 따라 예술가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단체나 예술가의 입장에서 그들은 움츠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홍승찬=얼마 전 다녀온 스페인의 젊은이들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2유로짜리 생수는 안 사먹는 젊은 친구들이 땡볕 아래에서 10유로짜리 공연은 보겠다며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에 놀랐어요. 모든 이들에게 적용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의 의식이 어디까지냐가 문제겠죠. 이는 예술인들 스스로가 개탄해야합니다. 문화예산이 제일 만만하니까 이걸 건드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문화예산을 삭감해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만히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 스페인의 그 젊은이들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렇다면 정부도 절대 그러지 못할 것입니다.문화예술 쪽은 잘만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데, 그런 건 생각 못하고 당장의 문제만 생각하니 그런 것입니다. 

▲홍승찬 한예종 교수

정현욱=문화예산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다른 부서에 비해서는 형편없죠.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겠습니다. 원칙이 없고, 원칙이 있어도 지속성도 없고... 이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실 어디에 맞춰서 운영을 해나가야 할지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좀 곤혹스럽습니다.

최진용=미국 같은 경우 60년대만 해도 문화를 그리 중요시 여기지 않았어요. 문화는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그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런 생각.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네스코를 통해 ‘문화는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확립된 겁니다. 문화는 돈 많은 자들의 사치가 아니라 보다 하루를 가치 있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문화의 역할입니다.

김종덕=포퓰리즘이 문제입니다. 최빈국인 아프리카에 엄청난 지원을 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는 건 교육부터 시작해서 결국 문화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태양의서커스를 보니 출연진보다 스텝이 세 배나 더 많더군요. 공연 순수익만 해도 수백억에 이르는데 그런 면에서도 예술이 먹고 사는 문제의 후 다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 뮤지컬 너무 가볍고 자극적으로 변해가 안타까워

이은영=뮤지컬 시장이 거대해지면서 전통문화예술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요.

정현욱=여러 엔터테인먼트요소가 갖춰진 뮤지컬은 아무래도 대중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죠. 뮤지컬시장이 계속 성장세이긴 하지만 그래봤자 어느 회사의 제품판매 매출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뮤지컬은 상업적으로 이어가되 전통은 필요하고 유지존속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인지해야해요. 다만 요즘 뮤지컬이 너무 자극적이고 가벼운 소재로만 쏟아져 나오는 게 좀 안타깝죠.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진중함과 작품성을 지켜나가는 분들이 계시기에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요즘 대학 연극영화과가 늘어나면서 많은 인력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양적 생산은 곧 질적으로도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고 봐요. 이에 따라 상업예술시장뿐 아니라 전통문화예술 또한 잠재적 성장가능성과 발전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유지존속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투자가 있어야하겠죠. 지원책과 환경 개선을 위해 우리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홍승찬=정부는 대중예술에서만큼은 적자생존방식으로 방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해하지도 관여하지도 말고, 진입장벽 만들지 말고, 기업논리로서 ‘달리는 말’은 그저 지켜보면 되는 겁니다. 정부가 문화산업과 예술지원을 같은 맥락에서 보는 게 문제입니다. 기득권세력이 생겨나 신진들의 출현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진용=대중예술은 자생력이 있으니 정부지원이 필요 없다는 것이 예전의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죠. 일본 중국도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트 페어도 따져보면 자기 장사하러 가는 것 아닙니까? 뮤지컬도 이수만씨가 하는 말이 케이팝 잘 하고 있으니 정부는 상관하지 말라고 말하더군요. 민간부분에서 정책지원은 해줘도 되지 않을까? 너무 잘되다보니 정부가 도와준다 하면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정현욱=임기 중에 단체장이 갑자기 교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보면 지금까지의 계획들이 다 흐트러지기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생겨요. 현장에선 문제가 생기고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한 힘들어지죠. 확정된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현욱 한국공연프로듀서연합회장

홍승찬=일본은 단체장들의 임기가 기본적으로 4년이며, 임기동안 큰 문제가 없다면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즉,  6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죠.

정현욱=우리나라 예술 단체장들의 임기는 보통 2년이나 3년입니다. 2년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에요.(웃음) 주어진 임무를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임기는 보장해줘야합니다. 자율성도 보장되지를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예산 때문에 너무 통제를 받다보니 무엇 하나 주도적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홍승찬=누군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너네들이 했으니 나도한다는 논리에서 너네들은 했지만 나는 안한다는 논리로 바뀌어야 합니다. 예술인 스스로의 자세도 문제입니다. 예술인들도 최소한 이런 어처구니없는 예술인의 자율성을 위해 단결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최소한 예술행정에 관심을 가지고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자꾸 만만하게 생각하고 함부로 예산을 치는 작태가 되풀이 되는 것입니다.

정현욱=여러 정책들이 축소 시행되고 사라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책에는 일관성이 있어야합니다. 많은 논의를 통한 정책이 아닌 일방통행식의 정책이 나올 때마다 현장은 너무 당혹스럽습니다. 그나마 적응하나 싶으면 또 바뀌고... 이는 정부와 예술인들 사이의 직접적인 통로와 창구로 해결될 수 있지 않나 기대해봅니다. 정부는 예술인들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진용=중요한 정책이 한번 결정됐으면 쭉 가야되는데 너무 쉽게 흔들리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홍승찬=학교에 있다 보니 요즘 학생들이야 말로 우리의 희망이란 생각이 듭니다. 다만 미래세대의 능력과 비전을 과연 기성세대가 수용할 수 있을까 염려가 들기도 해요. 미래세대를 방해하지 않고, 기성세대는 생각지 못한 ‘그들의 것’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미래는 아주 밝다고 생각합니다.

정현욱=예전과 다르게 문화영역이 굉장히 세분화되고 전문화됐습니다. 이것 역시 우리가 빠르게 발전해왔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죠. 문화부 같은 경우 현장과 비교해 한발씩 늦긴 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은 볼 수 있습니다. 정부차원의 의지가 느껴지죠. 그 열의자체는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부의 그런 노력과 우리 예술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함께 한다면 발전이 기대됩니다.

김종덕=작가로서 사회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지, 좋은 작품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지에 대해 자성하곤 합니다. 예술인들도 버릴 건 과감히 버리고 진정 취할 것만 취해 문화발전에 힘써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