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인터뷰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인터뷰
  • 이은영 발행인
  • 승인 2011.11.24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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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산고망원’(山高望遠) 은관문화훈장 서훈

이어령 선생의 수필집 ‘거부하는 몸짓으로 이 젊음을’(초판 1967 개정판 2003)에는 ‘세대의 의미’라는 소주제에서 다음과 같은 글이 소개된다. “영원히 중천에 머물러 있는 태양이 있을 수 없듯이 언제나 같은 지상에서 생활하는 세대란 없다. 그러기에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살 뿐이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모습이다. 이분은 올 해로 연세 71세를 맞았다. 바바리코트에 깔끔한 머리카락이 회갑연을 맞은 이 보다 더 젊어 보인다.  

▲김종규 문화유산신탁 이사장

이어령 선생이 ‘온고지신’이라면,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산고망원’이다. “태산이 높아 멀리 내다 볼수 있다”라는 뜻을 지닌 이 고사성어는 중국의 태산아래 위치한 계단 6666개를 하나 하나 밟고 남천문을 지나야만 볼수있는 절벽에 음각된 문장이란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삼성출판박물관에서 김종규 이사장을 만났다. 그가 문화계에 끼친 영향과 공로를 생각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은관문화훈장 서훈을 계기로 소감과 근황에 대해서 들어보기로 했다. 참고로 지난 199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김종규 이사장은 이 날 16년만에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은관문화훈장과 문화유산국민신탁

-지난 달 15일 문화의 날을 맞아 은관문화훈장을 받으셨지만 어떻게 보면 늦은 감도 있는데요. 벌써 타셨어야할 훈장을 이제 받으셨군요?

“지난 1995년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지만. 그때부터 박물관협회회장을 2005년까지 했고, 지금도 명예회장을 맡고 있지요.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봉사해달라는 주문서로 생각했지요. 상을 집착해서도 안되고, 공정성을 가져야하고, 물론 안받고 받고를 떠나 다 좋아하지요. 하지만 걸맞느냐가 중요하지요. 잘 한 것도 없으면 받고도 불명예스럽지”

- 이번 수상을 봉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는 거죠? 이번에는 어떤 공로가 가장 크게 부각됐을까요?

“출판과 박물관 두 축에서 평생을 다 보냈으니까. 그게 무슨 대단한 일입니까?”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회원이 얼마나 됩니까?

“이제 3천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에는 우리 이은영 대표 공로도 있지요? (웃음) 저는 서울문화투데이 구독자를 확보해줬고. 서로 품앗이 하는 거죠”

참고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지난 2006년 3월 제정된 국민신탁법에 의해 자연유산국민신탁과 함께 설립됐다. 이 단체 회원은 지난 해 8월까지 1,362명으로 확대됐으며, 올 해 기업법인 회원까지 포함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해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시인 이상(김해경) 집터를 매입해 내년 4월에 이상기념관을 지을 예정이다. 또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 보성여관도 매입해 공사를 마치고 곧 시민들에게 공개 될 예정이다.

- 문화신탁국민회원, 앞으로 몇 명까지 목표로 잡으셨습니까?

“김찬 신임문화재청장께서 10만 양병설 이야기가 나왔을때 이 일에 박차를 가하자고 얘기했어요. 그분은 문화재 차장에서 청장으로 승진한 경우고, 예전에 문화부에서 관광국장을 할 때도 아주 잘했어요. 문화유산은 관광차원에서 으뜸이잖아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잘 보존, 복원되면 좋겠습니다” 

▲김종규이사장의 2살 때 모습. 오른쪽 두번째가 어머니와 함께 한 김 이사장

- 관광업계에서도 동참해야죠? 

“이번에 경북 안동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로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지요. 제주도가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겹경사가 났지요. 앞으로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추진하는 ‘한국서원 세계문화유산등재 추진위원회’(2011년 4월)를 결성한 점과 우리나라 사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일도 우리 문화유산을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일을 하는거죠. 그 중심에 문화재청이 있고, 그 중심에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있다. 단순히 악세사리로 문화재청 문화유산국민신탁, 서울문화투데이로 하는거 아니잖아요”

- 이번 7월 이스라엘에 다녀오셨잖아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대한민국중요무형문화재 50호)를 공연성황리에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카미엘 국제무용제(제24회)에서 공연했습니다. 현지 반응은 대단했지요. 야외무대에서 약 2만명이 넘는 관객을 앞에 두고 열광시켰지요. 저는 8박 9일동안 있었지만 감동,감동이었습니다. 4차례에 걸친 공연이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마지막에 공연한 텔아비브 오페라하우스가 세계 5대 오페라 하우스라고 하더군요. 1,700석이 넘는 좌석이 매진됐어요. 그때 이스라엘 현지 고등학생들을 60명 동원했던 것이 대단한 성과였죠. 인상깊은 아이디어였어요. 당시 마영삼 대사가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외교관이 정치적인 현안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알려주고 문화행사에 직접 동참하는 마대사같은 분들이 한국에서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지 대사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문화. 하드웨어(유형문화재)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무형문화재와 가르침)도 매우 중요해

-이스라엘은 유대교이고 불교와는 다른 본질인데 종교. 이념을 초월하는 행사였군요.

“그렇죠. 문화예술이라는건 언어가 필요없고, 종교나 이념도 필요없지요. 그리고 유대인들은 지혜롭잖습니까? 소위 말하는 타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있으니까 가능한거죠. 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뿐 아니라, 매니지먼트 인력들이 세계 곳곳에 있잖아요. 오늘도 신문을 봤는데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한 것은 한국 어머니들의 열성을 칭찬한거지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말한건 아니라고 봅니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되살려야 합니다. 인성교육을 시키는게 먼저겠죠”

김종규 이사장의 ‘산고망원’(山高望遠)인 인문학강좌

-SMA(삼성출판박물관아카데미)강좌를 몇년 째 계속 진행하고 계십니까?

“삼성출판 박물관이 개관된 이래 인문학강좌를 체계적으로 해왔어요. 사실 인문학에 대해서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학교에서 입시위주로 공부하고 막상 나와 보면 아쉬운 게 많잖아요. 고인이 되신 김충렬박사와 의기투합해서 주역강좌 중용, 논어, 동양고전부터 중심으로 해서 강좌를 해왔지요. 그 뒤로 인문학강좌가 많이 생겼어요”

- 지금 각 대학교 인문학강좌들이 몇 백만원씩 하잖아요. SMA도 그만큼 강좌료를 받을 수도 있지않나요?

“그들대로의 사정이 있겠지요. 해외답사도 가고 그런거겠죠. 여기는 강의하는 분들은 큰 돈 안받고 봉사라고 생각하고 강의도 해주고 합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인문학 공부가 아쉽잖아요. 그들 기준에 맞춰서 강좌료를 비싸게 받으면 안되지요. 그리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이 희사해서 운영해도 괜찮아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원로들이 나서야 된다고 어느 매체를 통해 말씀하셨는데요?

“지금도 그렇죠. 역사라는 것은 반복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극복할 힘이 생기고 발전할 수있는 계기가 되고, 역사를 보다보면 긍정적으로 봐요. 많은 분들이 신문과 여러 지면을 통해 많은 충고를 하고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잖아요”

이어 김종규 이사장 뒤에 걸린 채근덕 성균관 관장 사진 옆에 있는 노무현 전대통령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보며 한 마디 건냈다.

“노무현 대통령만 안됐죠. 장점도 많은 분인데, 속상하죠. 권여사는 아이콘(ICOM, 국제박물관협의회) 총회할때 명예대회장을 맡아주시고, 이 사진이 2005년에 함께 찍은 사진인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할때 모습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오늘, 지금 이 순간
 
-지금도 청년이시잖아요. 앞으로 활동계획을 말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하루가 최후의 날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제가 가장 중요한 일은 오늘 일이요.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오늘 만난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날은 바로 오늘입니다. 이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김 이사장은 협탁에 있던 오래된 흑백사진을 보여주었다. 두 살 꼬마가 이렇게 되었다며 싱긋 웃었다.

어머니가 유머스러운 분이라고 회고하며 오늘날 김 이사장의 촌철살인의 위트는 어머니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