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회의원 김정] 디자인은 최고의 고부가가치 산업
[인터뷰-국회의원 김정] 디자인은 최고의 고부가가치 산업
  • 이은영 발행인
  • 승인 2011.11.2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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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 역설

 

"행정의 모든 분야가 곧 디자인과 연결된다. 공공디자인의 영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접근방식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바로 미래희망연대 김정의원이다. 그는 우리나라 미술분야 출신 제1호 국회의원이자 현재까지 이 분야의 공부와 경험을 쌓은 유일무이한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예술/디자인 R&D가 21세기 성장동력'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디자인 R&D라는 단어마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때에 열린 세미나여서 관심을 끌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체 산업규모의 80%를 디자인이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28%, 일본의 25.7%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미 소비자의 구매 패턴은 기술 중심에서 디자인 심으로 옮겨가고 있고 기업들은 디자인 마케팅에 힘을 쏟는 등 디자인 R&D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디자인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얼마전 세상을 뜬 애플의 스티브 잡스다. 그는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 기업의 최고책임자를 맡아 디자인을 통해 세계 최고의 일류기업으로 일궈 낸 인물이다. 그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휴대전화나 자동차 등의 값비싼 제품들 뿐 아니라 모든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디자인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디자인 R&D 투자 예산은 정부 전체 R&D 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민간기업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조사 대상 300개 기업 가운데 겨우 26개 기업만이 디자인과 기술 융합 투자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게 김정의원의 지적이다. 무한경쟁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해서 방심하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대임을 감안할 때 현직 국회의원이 앞장 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정부 차원에서 접근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게 디자인계의 한 목소리이다. <서울문화투데이>가 지난 7일 의원회관에서 김정의원을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국회의원으로, 예술인 이전에 학부모의 역할, 주부의 역할까지 하시느라 많이 바쁘실 것 같습니다. 힘들지는 않으신지요?

어차피 결혼한 여자들은 다 학부모가 되고, 또 아이들을 다 기르면서 지냅니다. 제가 덕성여대 강의를 하다보니 학교 안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있었고 우리나라 최초로 열린교육을 한다해서 아이들을 그쪽으로 다 보냈어요. 교육은 정부와 학교, 선생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해서 제가 학부모회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디자인은 복지의 반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김정의원.

-학부모회 일을 하시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분위기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열린교육의 공교육에 대한 순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고 우리 때보단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너무 안타깝고 답답한 부분이 많아요. 미약하나마 학부모회의 일을 하고 봉사활동도 병행하면서 학부모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 교육에는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
에도 불구하고 별 반감없이 정말 열심이었지만 자기 아이 사교육비를 조금 절약해서 공교육에다 투자하는 것은 꺼려하는 풍토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학부모회의 조직과 활동이 참 잘돼 있습니다. 부모들이 학교에 가서 자원봉사도 하고, 학부모가 참관하는 수업뿐 아니라 학부모가 직접 참여하는 수업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학부모가 학교를 을라치면 치맛바람 들어오면 안된다고 출입을 금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공교육을 돕는 운동을 하면 좋겠는데 요즘은 많은 학부모들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를 남의 아이보다 경쟁에 이기게 하나에만 집착해 있는 것 같아요. 집을 팔아서까지 자신의 아이에게만 투자하려고 합니다. 또 참교육을 위하는 학부모의 연대라든가 전교조를 서포트하는 모임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데 대부분이 잘 뭉쳐지지 않더라고요. 교육이 다같이 잘 돼야 우리 아이 역시 잘 된다는 생각보다 우리 아이가 먼저 잘 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강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남편의 제안으로 교수직 그만 두고 정치 입문

-국회 의원이 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대학에 진학해 미술공부를 하던 중 어느날 나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는 창조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서 순수예술 분야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디자인분야는 너무 초창기였고 이론을 가르쳐주거나 그런 선생님이나 전문가가 많이 부족했어요. 그때 그래서 내가 이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프랑스 유학은 제가 가진 꿈이기도 했는데 다행히 장학생으로 뽑혀서 프랑스에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10년동안 덕성여대에서 가르쳤습니다. 당시 남편도 외국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시 정치권(한나라당)에서 남편을 전문가 케이스로 영입을 했습니다. 그때 남편이 제게 함께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더군요. 그 제안을 받아들여 교수직을 그만 두고 덩달아서 남편과 같이 일 하다보니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저도 사실 큰 정치적인 꿈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고, 어쩌다 같이 와서 일을 하다 보니까 제가 국회의원이 되어 버렸습니다(웃음)

-최근 국회에서 '예술/디자인 R&D가 21세기 성장동력' 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다음에는 미술관련 세미나 개최를 약속하셨는데...

미술 정책 관련 세미나를 5번 정도 개최했습니다. 전시회도 하고, 미술계와 디자인, 미술 문화정책 분야의 세미나를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그런데 세미나를 하면 할 수록 이곳에 할 일이 정말 많구나, 그리고 그동안 아무도 이쪽 분야에 신경을 쓰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어의 정립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현실은 차치하고 정부 서식을 포함한 정부조직의 디자인까지 통일이 돼있지 않더라구요. 정부 부처와 지자체 디자인의 편차가 심하고 마음대로 각자 기관장이 주관적으로 디자인을 의뢰해서 어떤 디자인은 쓰다 버리고 새로 하고 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앞으로 디자인은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인데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먼저 전문가들과 정부 부처의 관계자들을 모아 세미나를 열어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문화분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한 것 같습니다. 문화 전반에 대한 의원님의 현실인식과 발전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디자인관련 상황을 검토해 봤더니 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지자체도 그렇고... 그래서 그것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지난 6월에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많은 의원들이 참석해서 '정말 우리도 몰랐는데 이렇게 하면 안되는 거구나' 정도로 많이 이해를 하시고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몇차례 더 전시회를 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 디자인작업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여권부터 한 번 보자구요. 다른나라 에 비해 디자인이 너무 조악해요. 여행자들에게 여권은 국가의 얼굴입니다. 그런데 여권의 디자인을 바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왜 반영이 안되냐하 부처간의 이기주의 때문입니다. 외교부에서, 문화부에서, 돈에서는 또 기획재정부에서... 이런식으로 하다보니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지지부진한데 국회 차원에서 전시회를 열어 주의를 환기시킨달까 그렇게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문장과 외국문장 비교 전시회 열 터

-이런 부분과 관련한 향후 계획이 더 있으신가요?

국가의 문장을 모아 내년 초에 전시회를 열 계획입니다. 국가 문장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관심을 별로 두지 않고 있지만 여권 위에나 표창장 위, 공무원증 등등 모든 곳에 국가의 문장이 찍혀 있습니다. 외국의 것들과 비교해보면 디자인 수준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외국의 사례들을 모으며 '이렇게 둬도 되겠는가?'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좀더 자세히 조사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정부에서 주는 메달 훈장 트로피 등등 모두가 제각각이었습니다. 지자체의 담당공무원 한 사람이나 자기 아는 업체에 맡겨서 제작하고 있는 수준이더라구요. 우리나라가 OECD국가에 포함되어 있고,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이를 정도로 성장을 했고 정부가 앞장서 우리는 선진국이라 자랑하는데 정부의 디자인 수준은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민간에서의 디자인 활동이나 수준은 어떤가요? 결코 선진국보다 뒤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해서 디자인을 선택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민간에서의 수준은 세계 수준에 올라갔다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정부의 디자인은 왜 발전하지 못한걸까? 이런 면에서 주위 환기와 이목 집중, 공감대 형성 등을 목적으로 전시회를 계획 중입니다. 최종적으로 바라는 것은 국가 디자인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는것 입니다. 디자인을 지금 주관하는 정부 부처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대부분 '지식경제부' 소관입니다. 왜 그런가 알아 봤더니 197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가 수출을 해야 하는데  포장을 제대로 못해서 수출에 문제가 생기자 '포장을 개발해 보라'라고 위에서 지시해서 지식경제부가 맡고 있습니다.

-의원님이 보실 때 지금 디자인 정책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디자이너들이 일을 하려면 지경부로 가서 해야 해요. 사실 문화부로 가야 하는데 말이죠. 공공디자인은 국토해양부, 에코디자인은 환경부 이런 식으로 너무 갈래갈래 찢어져 있는 데다 부처에는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드물어 과정이나 방법도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해서는 좋은 디자인이 절대 나올 수가 없습니다. 디자인을 관장하는 위원회를 두거나, 현재 5-6개로 나눠져 있는 부처간 통합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복지의 반대말 아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복지다.

-앞으로 이건 꼭 있었으면 좋겠다 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국가디자인위원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투입하고 디자인서울 정책을 내세우며 애를 많이 쓰셨잖아요. 사실 좋은 일도 많이 하셨지만 요즘 화두인 복지가 등장하면서 마치 복지의 반대말이 디자인인 것 마냥 몰매를 맞았습니다. 박원순씨가 시장이 되면서 디자인 서울 예산을 다 깍아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완전히 매도당하고 디자인 서울 정책은 '전시행정, 복지의 반댓말이다!' 이렇게 매도 당하는게 참 안타까워요. 그리고 복지가 디자인의 반대가 아니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습니다.

-디자인이 복지의 반대말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심한 전시행정은 문제가 있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려하는 디자인, 복지와 함께 가는 디자인을 고민해야 할 때에 '디자인은 복지의 반대다'라고 생각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서울 디자인의 대표적 자랑으로는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눈으로 대강 보기에는 잘 안 보여서 그렇지 도시 갤러리 사업이라든가 한강변 정비라든지 남산 같은 곳을 다녀보면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저는 남산에 50년째 살고 있습니다. 산책을 나가보면 시민들이 실질적으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곳곳에 디자인 작업이 스며 들어 있어 많이 좋아졌어요. 전시행정은 문제가 됩니다. 뭘 자꾸만 새로 짓고 할 게 아니라 있는 것을 치우고 버리고 하면 서울이 훨씬 더 디자인 서울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각없이 무분별하게 만들도록 강제한 소위 '1%법'이라는 것 때문에 모든 공공건물, 아파트 단지 조형물이나 조각 작품들을 만들어 놨는데 사연이 얽히고 비리가 얽혀서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공조형물들이 한 번 만들면 절대 치워지지 않잖아요? 썩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는데 누가 치우겠어요.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디자인은 최고의 고부가가치산업임을 강조하며,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김정의원.

-그럼 1% 법안을 어떻게 손질 하는 게 좋을까요?

1% 법안은 이미 지난 5월인가 법안이 통과돼서 무조건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 대신 그림을 건다든지, 조경을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그 폭이 좀더 넓어질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 '1%법'이 프랑스 등 외국의 법을 차용한 것 같은데 외국에서는 공공건물에 법을 적용 하는 것이지 개인 건물에까지 적용 하는 건 아닙니다. 이 법의 의도는 나름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법이 진정으로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를 되짚어보면 그러지를 못한 것 같아요. 일부 작가들의 작품에 치우쳐져 있기도 하고요. 저는 개인의 건물에 강제로 1%의 돈을 예술품에 써야 한다는 발상도 무리지만 부작용도 심합니다. 로커들이 건축주들에게 가서 특정 조각가의 작품을 설치하면 설치비의 반은 되돌려준다는 식으로 제안해서 조각품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품이 다 쓰레기같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계속 불필요한 것들을 양산하면서 도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을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아쉽게도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다. 김정의원의 선약 때문에 준비한 질문의 나머지 대답들을 듣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미술을 공부하고 문화에 관심이 큰 그가 입법기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많지만 정작 국민의 문화생활과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현 시점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가 정치권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미술계의 미래는 장미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