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문화예산, 전면 재검토 돼야
서울시 문화예산, 전면 재검토 돼야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1.12.0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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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집단 "문화 가치.기능 고려치 못한 근시안적 예산편성"

내년 서울시 예산은 21조7,973억원으로 시교육청 예산 7조620억원을 포함 약30조원에 달한다. 특히 이 중 문화관광예산(안)은 3% 감소한 4,647억원으로 의회에 상정됐다. 전체예산에서 문화관광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2%로서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이다.

문화예산은 여전히 부속물 수준이다. 지난 28일 서울시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예산(안) 분석토론회’에 참석한 정세환 서울시의원(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 발언대로 내년 문화예산안이 알아서 칼질된 정도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죽어서 올라왔기 때문이다.  

▲ 서울시의회 주최 '2011년 내년 예산안 분석토론회'가 지난 달 28일 시의회와 서울시풀뿌리시민단체네트워크가 동동으로 서울시의회본관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2012년 서울시예산을 살펴보면 홍보 및 토건부문 등 통칭 ‘디자인 서울’로 묶여진 예산이  ‘오세훈 예산’이라는 점 때문에 대폭 삭감됐다. 감소한 예산은 문화관공디자인본부의 예산이 14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감소율은 서울역사박물관의 예산이14.6%로 가장 높았다.

지난 달 28일 서울 서소문 서울시별관 2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서울시예산 분석토론회’에 서 서울시 문화체육관광위소속 장세환 시의원(민주당), 김윤환 책임연구원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 등 전문가들은 내년 서울시예산의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세환의원은 해당상임위원들의 중론을 빌어 “보통 예산심의시 전액삭감하는 것을 ‘예산을 죽인다’고 하며 부분 삭감하는 것을 ‘예산을 칼질한다’고 이야기한다”며 “2012년 문체광(문화체육관광)예산은 칼질 할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죽어서 올라왔다”고 의회심의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특히 축제 예산과 관련해 지난해 예산심의 서울시집행부에서 계획된 축제예산들이 삭감됐고, 대표적으로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산은 절반이상 삭감을 당해 사업시행이 불투명해진 것과 관련해 “무조건 축제예산을 줄이는 것이 과연 무조건 옳은 것인가?”라며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재정 투명성도 문제

김윤환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온라인 문화예술시장(e-문화복덕방) 고도화사업은 2011년 약 1억원이었고 2012년 0원”이라고 지적하며, 목표한대로 고도화가 다 됐고 잘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언급했다. 또 “서울특별시 문화상 시상‘사업은 시민들도 잘 모르고, 문화계에서도 권위가 있는 상도 아닌데 왜 운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필요하면 형식적인 운영보다 실질적인 권위를 가진 상으로 개선을 주문했다. 

김 연구원은 덕수궁 대한문, 광화문 광장, 보신각에서 이뤄지는 왕궁수문장 교대의식 재현사업에 대해 “예산에 비해 볼거리가 약하다”고 지적하며 ‘다채로운 볼거리’ 제공을 주문했다. 하지만 내년 ‘왕궁수문장 교대의식 재현사업’ 예산안을 보면 기존 21억5천만원에서 2천만원이 삭감됐다.

이와 별도로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을 비롯해 남산골 한옥마을 관리, 운현궁 운영을 ‘한국의 장’과 ‘예문관’ 등 두 개의 특정사업 주체가 반복적으로 위탁하며 매년 40억원의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지적하며 재정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자리창출과 연계된 문화, 내년 서울시예산 비중은 고작 2.2%

서울시는 내년 문화예산안과 관련해 ‘세계인이 즐겨찾는 문화.관광도시’를 슬로건과 4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가 일상공간 속에서 문화활동을 향유하는 문화행복도시 구현, 둘째 문화재 보존 복원 및 전통문화 활성화, 셋째 서울산업과 연계된 고품격 관광상품개발 및 입국편의제도 개선으로 관광허브도시 조성, 끝으로 시민생활체육 활성화 및 국제스포츠 진흥추진이 있다.

이원재 처장은 예산심의 토론회에서 “관광 관련 자원화, 콘텐츠화, 문화예술 기초 인프라에 대한 창의적 사업개발 및 지원이 부재하다 ”고 비판하고, “생활문화, 문화유산, 지역경관 등 전체적인 맥락에서 관광 자원화가 진행되지 못한 채 격리된, 근시안적인 관광산업 지원사업에 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편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원재 처장이 예산심의 토론회에 제출한 ‘서울시 문화관광분야 주요 사업(10억원 이상) 계획 및 예산안’을 보면, 서울시 문화산업과가 내놓은 ‘패션산업 활성화지원’의 경우 전년도 예산 59억1천만원에서 11억 2천만원이 삭감된 47억9천만원이며, ‘패션산업 신진인력 양성’에서는 2억7천만원이 감소된 13억8천만원에 책정됐다.

이는 위에 서울시 슬로건으로 소개된 ‘세계인이 즐겨찾는 문화.관광도시’ 4가지 정책방향 중 세번째 서울산업과 연계된 고품격 관광상품 개발과도 안맞고, 다양하게 지원될 청년일자리창출과도 동떨어진 예산삭감이다.

상황은 이것만이 아니다. 중소게임업체 지원방안인 ‘게임산업육성지원’과 만화 및 신예창작인력 발굴 및 해외수출과 연계된 기획만화제작 지원부문인 ‘애니메이션 캐릭터개발 마케팅 지원’예산도 삭감됐다. 이 또한 문화관광예산뿐 아니라 일자리창출과 깊게 관련된 부분이다.

이 처장은 서울시가 제시한 예산을 놓고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꼬집었다. “서울시가 제출한 문화분야 예산안은 문화예산의 통합성, 다양성, 연계성, 지속성 등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문화예산 구조 및 편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문화예산의 감액 및 증액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울의 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심화,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2012년 서울시 문화예산과 관련해 서울시의회 정세환 의원(민주당), 김용석 의원(한나라당)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정세환 의원은 “오세훈 전시장도 너무 방만한 예산운용을 했다. 그게 문제였다. 물론 내년 문화예산은 서울시 전체예산에 비해 2%정도로서 무조건 삭감은 동의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이제 박원순 서울시장도 취임 한 달 됐다. 차분히 지켜보며 박 시장께서 업무 파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에 문화예산 놓고 따져 보는 게 순서라고 본다”라고 시의 문화예산과 관련해 관망적인 입장을 취했다.

김용석 의원은 “가령 한강예술섬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립은 도시개발예산으로 토건사업이다. 문화관광예산과 크게 관련이 없다. 게다가 내년 문화관광디자인본부예산 4천6백40억원은 전년도 4천7백90억원에 비해 3%나 감소됐다”라고 밝히며 “문화는 토건사업이 아니다. 서울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위해 많은 공연과 문화사업을 추진했는데  토건공사로 내몰리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의회의 내년 예산안을 놓고 벌인 이번 심의 토론은 예산안에 대한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 집단들이 바라보는 문화예산은 전면 재검토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시 의회가 오는 15일까지 예산안 의결 시한을 남겨두고 있다. 제대로 된 정책과 방향을 수립해야할 과제가 남았다. 예산의 공은 이제 의회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