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복제유물전시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
[전시리뷰]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복제유물전시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1.12.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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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던 3000년의 역사. 위대한 고대 이집트 왕국은 수많은 고고학자들의 발굴로부터 배일이 벗겨졌다. 투탕카멘의 무덤으로 유명한 ‘왕들의 계곡’은 이집트 신왕국 시대 파라오들의 공동묘역이었다. 이집트 피라미드 무덤이 도굴꾼들의 눈을 피해 암굴형의 무덤으로 만들어졌고, 그렇게 숨겨진 투탕카멘의 무덤은 3000여 점이 넘는 귀한 보물을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그 위대한 역사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고되게 이집트 여행길에 오른다. 그러나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텅 빈 무덤뿐이다. 이집트 여행에서 많은 여행객들이 아쉬움을 갖고 돌아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이제 고된 여행길이 아니어도 고대 이집트의 그 위대함과 화려함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투탕카멘 무덤의 보물들이 발굴될 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된 전시가 열렸다. 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전시는 투탕카멘의 유물 1300여점이 재현돼 유리벽 없는 공간에서 완벽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 한국과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시에 열렸고 2008년부터 유럽 12개국을 순회한 데다 전 세계 고고학계가 복제된 전시품을 보고 그 기술에 놀랐다고 했다. 이 전시에 복제품들은 독일의 기술력이 도입됐단다.

전시는 국내에서 소개된 블록버스터급 복제유물 전시로는 처음이라 본다. ‘어떤 작품이 전시되느냐. 누구의 작품이 전시되느냐. 진품(眞品)이나 가품(假品)이냐’가 성공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국내 전시시장에서는 관람객 코드를 맞추기에 위험부담이 큰 아이템다. 하지만 예상외로 전시는 매우 성공적이다. 단순히 체험전시라고 하기엔 흥미를 유발하는 도입부나 유물의 전반적인 배치, 동선 구조 등이 잘 구성됐고, 시간 흐름에 따라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상물과 발굴 스토리를 재현한 드라마가 단편영화 수준에 재미와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복제기술 또한 훌륭하다.

쏟아지는 체험형 전시 속에 우리가 이 전시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에듀테인먼트 전시라는 타이틀답게 쉽고 재미있게 이집트 역사를 배우기 위함이거나 투탕카멘의 무덤 속 보물을 한 자리에서 보기 위함일 것이다. 전시는 이 점에 코드를 맞춰 ‘발굴 재현’이라는 흥밋거리를 정확히 제시했다. 잘 만들어진 설정공간은 800평이 넘는 공간을 박물관의 품위와 체험관의 흥미를 더해 전시를 새로운 영역으로 넓혔다.

복제유물 전시를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진품만을 고집하며 유물을 손상시키는 전시를 계속 해올 수는 없다. 이집트 무덤 현장에서는 무덤 관람객의 수를 제한하고 있고, 파라오의 수많은 보물들은 뿔뿔이 흩어져 세계 각국 박물관에서 전시실 유리벽과 수장고를 오가며 수명연장을 위한 단기전시에 한정돼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이집트의 유산들은 모두 경이롭다. 그 경이로움은 실물일 때만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원본을 똑같이 재현해 유물의 가치를 높이고 활용도를 최대화 하는 전시에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긍정적인 참여할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