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경주관광, 공연예술에 제대로 손내밀다.
[발행인칼럼]경주관광, 공연예술에 제대로 손내밀다.
  • 이은영 발행인
  • 승인 2011.12.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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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에 천년고도 경주를 탐방하는 기자단 팸투어에 동행했다.

경상북도관광마케팅사업단과 (재)명동정동극장이 주최한 이번 팸투어는 그동안 다녀왔던 어떤 팸투어보다도 의미가 있었다.

이번 팸투어는 공연과 전시가 포함된 여행으로, 서울 정동극장의 상설 공연 ‘미소’를 신라왕국을 소재로 재탄생시킨 ‘미소2 - 신국의 땅, 신라’와 서울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소나무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 선생의 훌륭한 작품을 관람한 것이다. 특히 ‘미소2’는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은 공연으로, 우리 전통문화공연이 관광 상품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더해졌다.

기존의 볼거리와 간단한 체험위주의 여행에서 탈피해 문화예술이 중심이 된 ‘아트투어’성격의 이번 여행은 앞으로 우리 관광산업이 나아가야할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인상 깊었다.

그 이유로 하나 꼽자면 필자가 <서울문화투데이>를 창간한 이유 중의 하나인 문화예술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관광, 즉 예술과 여행을 접목한 ‘아트투어’를 확산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프로그램은 더 없이 반가웠다.

예술과 여행을 함께 하는 ‘아트투어’는 애호가들에게는 보다 심도 있는 견문을, 일반인에게는 예술과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관광과 명소 순례가 아닌, 예술적 식견을 높일 수 있는 여행인 것이다.

예를 들어, 북경을 여행할 경우 자금성과 이화원 등의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중국의 전통연희인 경극을 보러간다. 도쿄엔 일본 전통공연 가부키와 노가 있고, 중국엔 계림의 ‘인상유삼저’, 파리엔 ‘물랑루즈쇼’, 모스크바엔 ‘볼쇼이발레’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뉴욕을 가면 브로드웨이에 가서 캣츠나 렌트 등의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이 필수코스로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좋은 공연들이 많음에도 이런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지방은 수요가 없다는 핑계(?)로 문화예술의 불모지라 할 만큼 지방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뒷전이다. 문화예술계에서조차 지방에 둥지를 틀고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거의 자살행위다’라고 까지 말할 정도이니 그 상황은 과히 짐작할 만하지 않겠는가.

이런 가운데 지방 소도시인 경주시가 올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서울 정동극장과 손잡고 상설공연을 지원하고 나선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에 경상북도도 ‘플라잉’이란 공연을 지원해 경주에서 상설 공연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하니 이 또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관광계 사람들은 공공연히 그들 스스로 문화와 관광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관광이 문화예술 쪽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참 답답하다.

사실 관광공사에서도 공연관광이라 해서 몇 해째 서울에서 진행하는 행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계 사람들은 여전히 문화와 관광이 동 떨어진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통계에 의하면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00만을 목전에 두고 있고,나라와 대륙 별로 조금씩 다른 관광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는 개인 자유여행객과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관광명소라 꼽히는 하드웨어 관광지에만 관심을 두고, 쇼핑위주의 관광 상품만 팔 것인가?

한류스타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일 것이다. 한류스타들만 앞세워서 현재의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뿌리가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번 투어를 후원한 경북관광마케팅단 손삼호 팀장의 “수도권 중심 문화에서 탈피해 지방으로 우수한 문화예술 작품을 정착시켜야하고, 경주유네스코문화와 공연을 결합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 한류상품으로 확산해야할 것”이라는 말에서 조만간 지방에서도 문화예술의 꽃이 활짝 피어날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미소2’ 관람객이 4개월 남 짓 만에 5만 명을 돌파한 것은 지방에서도 충분히 문화예술이 팔릴 수 있다는 신호탄이다. 비록 그 숫자 모두가 유료관객은 아니었겠지만 서울 정동극장의 미소공연이 연일 외국 관광객으로 매진행진을 하는 것처럼, 특히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경주도 충분히 승산을 걸어볼 만하다. 이렇듯 경주정동극장의 예에서 보듯이 중앙정부는 서울과 중앙에 편중된 문화 인프라를 지방으로 확산시켜 지방의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해지도록 보다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이라면 경주문화원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발상으로 개발해낸 '달빛기행 '이라는 감성콘텐츠'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고부가가치의 관광상품들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그 옛날 실크로드의 종착지로서 서역으로부터 문물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면서 찬란한 문화예술을  꽃피웠던 천년신라. 그  숨결이 살아있는 경주가 관광과 예술이 한 몸이 되어 또 다시 세계인이 주목하는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금언을 패러디한다면 ‘여행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건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