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살리려는 시도 돋보이는 연극, 노래ㆍ약장수 연기 아쉬워
원작 살리려는 시도 돋보이는 연극, 노래ㆍ약장수 연기 아쉬워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5.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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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그 시절, 향수 자극하는 ‘관촌수필-옹점이를 찾습니다’

“옹점이는 내게 동기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산에 가면 나무 잘 타고, 마을 가면 널 잘 뛰고, 들어오면 밥 잘 태우고, 빨래 잘 태우고, 다듬이질은 잘해도 다리미질은 못하는 옹점이!”

명품극단에서 ‘한국문학 3부작’ 중 하나로 선보이는 ‘관촌수필- 옹점이를 찾습니다’는 소설 읽어주는 연극이다.

소설 ‘관촌수필’ 중 옹점이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잘 살려 내면서도 여러 가지 극적장치들과 ‘시골뻐스 여 차장’과 같은 70년대 노래들을 활용해 시종일관 향수를 자극한다. 

옹점이는 주인공인 민구네 집에 식모로 들어와 그 집의 몰락과 풍상을 함께 겪는 마음이 따뜻한 소녀다.

옹점이는 사실상 민구와는 10살 차이가 나지만 빨치산 지하 세력으로 활동하는 민구의 아버지로 인해 순사들에게 늘 감시의 대상이었던 민구네 집과 그로 인해 생기는 민구의 투정이나 아픔 등을 다 받아주며 따스하게 돌본다.

커서 가수가 되겠다던 옹점이는 민구에게 여타할 작별 인사도 없이 이른 나이에 시집을 가게 되고 시집 간지 한 달 만에 남편을 전쟁터에 떠나보내게 돼 ‘남편 죽인 년’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힘든 시집살이를 한다.

이런 소문을 전해들은 민구는 옹점이에 대해 늘 안타까운 마음으로 ‘옹점이라면 어디든지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위안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옹점이가 약장수 패거리 속 가수가 돼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죄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멀리 달아난다.

무대에서는 리어카가 동네 어린이들과의 놀이, 옹점이의 시집가마 등으로 활용돼 민구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밖에도 향수를 자극하는 많은 아이콘이 있다. 열차를 타고 지나가던 미군들이 먹다 남은 초콜릿과 사탕을 아이들에게 던지자 서로 주워 먹으려고 하는 장면, 즐거운 추억의 놀이들이 펼쳐진다.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도 시도한다. 민구 역을 맡은 배우는 옹점이에게 날려 보내는 듯한 종이비행기를 접어 관객들에게 날리고 되받는 것을 연출했다.

미군들이 먹다 남은 과자를 던지는 장면에서도 직접 포장한 과자를 관객석으로 던져주고 엿장수 등장 신에서도 엿을 직접 관객들에게 나눠준다.

그러나 이런 연출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소설 연극’에서 즐거움의 요소를 더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었으나 관객들이 즉석에서 받은 과자를 공연 중에 먹기도 해 약간의 방해 요소로도 작용했다.

아쉬운 점은 약장사 역을 맡은 배우의 얼굴이 지나치게 수려해 약장사의 느낌이 잘 살아나지 않았다는 점, 가수가 꿈인 옹점이의 노래실력이 그다지 출중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극 중 내내 어색한 요소로 작용했다.

또 순사가 등장해 옹점이를 유도 심문하는 과정에서도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기도 하고 대사전달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신선했던 것은 민구 역을 맡은 배우가 검둥이 역할까지 병행해 사람과 동물간의 1인 2역을 선보인 것인데, 매우 호연이기도 했다.

한편 ‘관촌수필-옹점이를 찾습니다’는 ‘2009 동아연극상’ 후보이기도 하다. 명품극단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한국문학 3부작을 오는 17일 까지 계속 이어간다. 오는 12일~14일까지는 ‘메밀꽃 필 무렵’을, 15일~17일까지는 ‘봄봄’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