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평화 꿈꾸는 '2011년 노근리평화상' 시상식
인권·평화 꿈꾸는 '2011년 노근리평화상' 시상식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1.12.22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권부문에 안자이 이쿠로 교수, 언론부문에 한겨레 탐사보도팀 등이 수상

'제4회 노근리평화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날 이뤄진 수상은 총 5개 부문으로, 인권부문, 언론부문(신문/방송), 문학부문, 문학부문 특별상이다. 인권부문에는 안자이과학평화사무소 안자이 이쿠로(安濟育郞·71) 대표, 언론부문에는 '탈북자의 아메리칸 드림'을 취재한 한겨레신문 탐사보도팀과 '무지개교실-300일간의 행복실험'을 보도한 대전방송(TJB)취재팀, 문학부문에서는 '초록의 전설'을 쓴 강병석 작가, 특별상은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쓴 정은용 노근리유족회 회장이 수상했다.

시상식을 주최한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의 정구도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노근리 사건을 간략히 개괄하고 노근리평화상의 의의를 짚는 것으로 시상식을 열었다.

이어 이만열 위원장이 심사 경과보고와 수상자 발표, 선정 이유 등을 밝혔다. 그는 "특히 문학부문 특별상을 수상하는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정은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회가 끈질기게 노력해서 노근리 사건이 역사의 무대로 올라올 수 있었다"며 정 회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 인권부문을 수상한 안자이 이쿠로 교수
평화상 인권부문을 수상한 안자이 이쿠로 대표는 수상 소감을 통해 "노근리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주위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고 밝히고, "정구도 이사장의 그동안의 협력에 감사하며, 2014년 8차 평화박물관 국제컨퍼런스를 노근리에서 열기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 중 유일한 외국인이자 국제평화박물관 운동의 중요한 주창자인 안자이 대표가 펼치고 있는 평화박물관 운동은, 전쟁을 반성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시민운동이다. 안자이 대표는 "이 상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인권, 평화, 전쟁, 일본 헌법, 핵 무기 철폐, 원자력 발전소, 비평적 사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운동을 펼쳐 온 안자이 대표는 최근 터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970년 이래 이런 종류의 강의를 5천 번이 넘게 해왔던 안자이 대표는 그럼에도 결국 후쿠시마의 일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에 책임을 느낀다면서 이에 슬픔을 표했다. 

신문부문은  '탈북자의 아메리칸 드림'을 보도한 한겨레신문 탐사보도팀 안수찬, 송경화 기자에게 돌아갔다. '탈북자의 아메리칸 드림'은 제3국행 탈북자에 대한 심층 보도로, 함께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소수자인 탈북자의 실상을 이 기사에서 발견할 수 있어 수상자로 결정됐다.

▲ 언론부문(신문)을 수상한 한겨레 안수찬, 송경화 기자
안수찬 기자는 수상 소감에서 "탈북자를 다루는 기존 언론의 극단적인 관행에서 탈피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국민국가의 경계에 서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나가겠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삶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탈북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방송부문 노근리평화상을 수상한 대전방송 김상기 차장은 "'무지개교실-300일간의 행복실험'을 만들면서 행복했다. 그래서 이름도 행복실험이다"라고 밝히고 "앞으로의 사회통합을 위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감싸 안아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300일간 장기 보도된 이 프로그램은 농촌지역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교육문제에 대한 신선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학 부문 수상자인 강병석 작가의 '초록의 전설'은 제국주의·냉전이데올로기 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폭력과 억압을 다뤄 근대성을 생생히 파헤친 작품.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지 않고 화해와 용서로 수렴하는 것이 '노근리 정신'과 맞닿아 있어 노근리평화상을 수상하게 됐다. 노근리평화문학상 심사위원들은 노근리국평화재단이 그 동안 일관되게 추구해 온 인권 존중·용서와 화해·평화의 정신을 담고 있는 문학 작품들 가운데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학부문 특별상을 수상하게된 정은용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집필한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는 노근리 사건을 그 어떤 책보다  생생히 다룬 작품이다. 오랜 세월 노근리사건의 해결과 피해자의 인권회복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문학인들의 요청을 받아 문학상 부문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그는 수상 소감을 통해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가는 걸 봐야 했다"며 처절했던 노근리 사건을 증언해 좌중을 숙연케 했다. 

'노근리평화상'은 1950년 7월 25∼29일 한국전쟁 시기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미군의 기관총 사격으로 희생된 200여명의 피란민을 기리고, 세계의 인권과 평화를 증진키 위해 노근리국제평화재단에서 2008년 제정한 것으로, 올해 4회째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