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최고 작가는 누구일까? 김달진미술연구소가 53명의 미술평론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백남준이 38표, 김환기가 22표, 이우환이 21표를 받아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4위에는 박수근, 공동 5위에는 이중섭, 권진규, 박생광, 오윤, 김수자, 박이소, 서도호 등이 꼽혔다. 지난 12월 5일부터 14일간에 걸쳐 이뤄진 이번 설문조사는 1명당 3표를 표기해 누적 합산하는 방법으로 진행됐으며, ‘2000년 이후 한국미술 현장 진단’을 주제로 실시했다.
설문조사를 주관한 김달진미술연구소 김달진 소장은 “예술을 순위로 매기긴 어렵지만 한국미술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설문결과에 대해서는 “설문조사에 답한 미술평론가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져 근대 작가보다는 현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더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많은 활동을 보인 김수자, 서도호 등과 사후에 높은 평가를 받는 권진규, 박생광, 오윤, 박이소 등이 높은 순위에 랭크됐다. 이는 평론가 집단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현재 한국 미술 평론계의 시선과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현대미술작가 중 재조명해야 하는 작가 1위로는 차학경, 2위에는 김구림, 박현기가, 3위에는 정찬승, 4위에는 이승택 작가가 선정됐다. 김달진 소장은 “1위 작가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작가 층을 두텁게 탐구해야 한국미술의 발전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작가들도 재조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작가(만45세 이하) 중 향후 가장 기대되는 작가로는 정연두 작가가 1위를, 박찬경, 양혜규, 이용백 작가가 그 뒤를 이었다. 정연두 작가는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초대전을 가진 후 큰 기대를 받고 있으며, 다큐멘터리 영상사진 작가인 박찬경과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참가자인 양혜규,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이용백 작가도 주목받고 있다.
2000년 이후 가장 기획력이 돋보인 전시는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주관한 ‘고려불화대전’이 꼽혔다. 한 자리에 모으기 어려운 국내외 불화 108여점을 선보였던 기획력에 큰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고려불화대전’은 2011년 월간미술대상 전시기획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2005년 주관한 ‘한국미술100년1부’가, 3위에는 2002년 광주비엔날레가 순위에 올랐다.
이번에 이뤄진 설문조사는 김달진미술연구소 10주년을 맞아 실시됐다. 김달진미술연구소는 지난 2010년 한국미술정보센터를 개원해 국내외 미술 관련 도서, 간행물, 기록물, 자료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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