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아리랑, 여기 사는 사람들을 축제로 묶다
[공연 리뷰] 아리랑, 여기 사는 사람들을 축제로 묶다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1.12.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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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의 역사를 노래하는 '2011 아리랑 한마당'을 보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 아리랑은 세대를 넘나들며 우리 민족을 어루만지고 북돋아왔다.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고 선언도 주장도 아니면서 노랫말과 가락은 우리들의 마음 깊은 곳에 깊게 스며든다. 일제 치하에서도, 고된 살림살이 속에서도, 흥겨운 잔치판에서도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온 아리랑은 한국인의 삶과 가장 깊이 연관돼 있는 문화 코드라고 할 수 있다.

▲ '2011 아리랑 한마당'의 공연에서는 가사 영상을 뒤에 띄워놓고 다양한 퍼포먼스도 함께 선보였다. 사진은 예천 아리랑의 한 장면.

지난 28일에 열린 '2011 아리랑 한마당' 두 번째 마당은 그런 의미에서 감동을 준 행사였다. 사실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화코드를 생각해보면 아리랑만큼 다양하게 변주되면서도 사랑받는 문화가 흔치 않다. 이날 열린 행사에서는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과 연변, 광복군 등 다양한 지역과 사람들에게 불린 아리랑을 볼 수 있었다. 공연 주제도 '아리랑, 來歷을 소리하다'였다.

사회는 강릉원주대학교 국문학과 강등학 교수가 맡았는데, 각 아리랑에 대한 특징과 역사 등을 재밌게 소개하며 매끄럽게 진행해나갔다. 강 교수는 관객의 참여를 능청스레 요구하기도 하고 농담도 던지면서 딱딱한 분위기의 객석을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후에 관계자가 이야기해 준 바에 따르면 강 교수는 준비된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습을 거듭했었다고 한다. 과연 사회자의 센스가 그 자리에서 바로 나온 것이라기에는 범상치 않기는 했다.

'아리랑의 내력'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본 행사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긴아리랑'을 시작으로 '구아리랑', '정선아리랑' 으로 이어지다가 마지막에는 평양민속예술단 소속의 새터민 단원들의 '통일 아리랑' 공연으로 끝을 맺었다. 전체적으로 의상도 충실히 준비하고 조명도 애쓴 티가 역력해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무대가 됐다.

공연을 보며 신기했던 것은 '밀양 아리랑'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아리랑뿐만 아니라 '영천 아리랑', '강원도 아리랑' 등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리랑도 듣다 보면 곧 어깨가 들썩이고 흥얼거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300석 규모의 남산국악당을 꽉 채운 관객들은 서툴게나마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얼씨구', '좋다' 등 추임새를 넣어가며 무대와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감상만 하는 공연을 넘어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이 즐겨왔던 축제를 구현하는 듯했다.

행사 마지막에는 모든 공연자가 무대에 나와 함께 '밀양 아리랑'을 부르며 축제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멀리 정선에서, 밀양에서, 진도에서, 북한에서 온 참가팀들이 모두 함께 '아리 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하고 한마음으로 합창했다.

태어난 곳도 다르고 각자의 삶도 다양한 이 사람들, 이 순간만큼은 같은 한 민족으로 굳게 뭉친 듯 보였다. 여기 이 땅에 태어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축제의 이 순간에 부를 노래가 있고 한 데 뭉칠 수 있다는 것은 자못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