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정에 ‘문화’는 필수불가결한 것”
“모든 행정에 ‘문화’는 필수불가결한 것”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5.14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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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마케팅 접목해 부가가치 창출 가능한 중요한 매개수단

인터뷰 / 이노근 노원구청장


재정자립도가 낮은 노원구가 지난해 거둔 성과는 놀랍다. 살기 좋은 도시 전국 1위,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범죄 없는 도시 1위, 교육지원 사업 1위 등 지자체 관련 각종 평가 경쟁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민선4기인 이노근 노원구청장이 3여 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자체 기획하는 노원문화예술회관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 구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노원문화의 거리 등으로 문화도시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언제부턴가는 갤러리파크 및 영어과학공원을 조성하는 등 1차원적인 교육을 넘어 문화시설과의 접목으로 특화된 교육을 실시해 교육·문화도시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노원의 숨겨진 가치를 재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다양한 문화행정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노근 노원구청장을 만나 문화의 향기로 물들고 있는 노원의 청사진에 대해 물었다.

문화 구청장으로 불린다. 구청장이 생각하는 문화는 무엇인가.

▲ 이노근 노원구청장
문화는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 또한 부가가치 창출하는 중요한 매개수단이다. 이 점을 잘 활용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입혀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없는 문화는 화장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노원문화의 거리 경우에도 피에로와 서커스단을 형상화한 조형물 Play를 설치하고 비눗방울, 스모그 효과에 가까이 접근하면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음향센서까지 연출했다. 무대도 마련하고 거리 노래방도 만들었다.

어차피 거리환경 정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용을 조금 더 보태 문화적인 요소를 가미했더니 매출액이 확 신장했다. 역기능이기도 하지만 땅 값, 집 값 올라 장사가 잘되니 건물들을 리모델링하고 시설을 새로 인테리어 하는 등 결과적으로 선순환하게 됐다.

구청장으로서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행정 하는지 궁금하다.

모든 행정에 문화와 예술, 디자인 요소를 소프트웨어에 가미하고 이를 통해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행정 철학이다. 문화를 그저 소비·낭비하고 일부계층이 즐기는 사업이라는 일부의 생각을 불식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

우리는 ‘자산브랜드 가치 향상’, ‘교육·문화 1등구 환경 조성’, ‘더불어 사는 복지 노원 구현’, ‘자연과 환경의 부가가치 증대’, ‘도시계획·주거공간의 재정비’라는 5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실현되기 위해서는 문화행정이 필수다.

교육뿐만 아니라 토목, 건축, 공원, 하수, 도로 등 모든 사업에 문화 요소와 색채를 입히려면 5~10%의 비용이 추가된다. 하지만 그로인한 소득은 50%이상으로 소위 장사꾼들이 말하는 수지맞는 장사다.

5가지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구청장으로서 행정 할 때는 기업가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업경영에도 중장기 계획이 있듯이 모든 행정업무 및 사업에는 주간, 월간계획 등 타임 스케쥴을 짜고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목해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 모든 것에는 아이디어 행정을 기본으로 마케팅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마케팅으로 노원의 브랜드가치를 항상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갤러리카페노원’은 청사 리모델링 계획에 갤러리라는 아이디어가 결합해 미술관 하나 없는 이 지역에 문화예술인들의 문화 창작활동 공간으로 제공했다. 더불어 예술인과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 등으로 활용돼 지역문화 커뮤니티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마케팅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마케팅은 무엇인가.

공공예산확보 및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투자 마케팅이 중요하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 부가가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던 노원역 일대에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주말 공연, 전시회, 다양한 문화예술축제의 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를 위해 중계근린공원에 20억원을 들여 천체과학관 등 ‘영어과학교육센터’ 조성하고 조각 작품을 곁들인 야외 전시장을 갖춘 ‘시립미술관 분관’ 유치에도 성공했다.

특히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구민들의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규제를 완화시켜 고부가가치 창출과 친절·신속·공정한 고객감동을 실천해 구민서비스 마케팅의 질을 더 높이고 고객 중심의 열린 참여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노원의 문화인프라 구축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문화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우리 구는 서울시에 비해 2배가 넘는 녹지율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락산, 불암산 등 지역 내 공원이 풍부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개수인 118개의 각종 공원이 있다.

당현천은 불암산의 계곡물이 흐르는 생태·문화·체육·안전을 고루 갖춘 친환경 테마하천으로 청계천에 비견할만하다.

이 하천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입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2007년 12월 조성사업 기공식을 가지고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당현천을 따라 여러 근린공원들이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소프트웨어를 가미한 테마공원을 만들 것이다. 이외에도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수락산에 천상병 시인의 공원이 개방됐다. 이곳은 어떤 문화공간인지 설명해 달라.

정확히 지난 달 24일 천상병 시인이 1980년대 살았던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부근에 ‘천상병 공원’을 조성해 개방한 상태다.

9개월여 만에 완공한 공원에는 천 시인의 등신상(사람 크기의 조각품)과 함께 시비(詩碑), 육필 원고를 새긴 의자, 정자 등의 공간이 마련됐다. 석재 시비엔 시 ‘귀천’을 음각하고, 음성 시비엔 ‘귀천’을 비롯, ‘피리’, ‘새’, ‘변두리’ 등 천 시인의 대표작 20편이 녹음돼 있다.

버튼을 누르면 언제든지 시를 감상하며 쉴 수 있다. 또한 수락산 등산로 곳곳에 천상병 시목 벤치, 의자 등을 만들고 수락산 중턱에는 ‘김시습 산길’과 함께 매월정이라는 정자를 조성했다.

특히 우리 구민들 중에는 수필이나 시 쓰는 분이 많다. 하지만 어떻게 등단해야하는지 모르고 있어 한국문인협회와 함께 등단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시 동호회를 구성해 ‘시인의 날’ 행사도 열 계획이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기존의 이순신 동상과 함께 세종대왕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다른 의견을 내놓았는데.
 

광장문화에도 우리의 정체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체성을 위해서는 광장에 세울 동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동상으로 세울 수 없지 않나.

역사에서 찾는다면 역사적으로 존경받아 마땅한가, 그 지역과 연고성이 있는가, 사회적 균형 유지할 수 있는가 등 3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합당한 인물이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은 조건을 충족하지만 사회적인 균형을 위해서는 문무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과 동일한 반열에 있는 정도전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정도전은 경복궁 설립자이자 창업자, 그리고 개혁가로 사회적으로도 맞는 인물이다. 꼭 정도전을 고집한 것 아니라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위치에 있어서도 세종대왕 좌우에 이순신 장군과 정도전을 놓으면 문무가 균형을 이루게 된다.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나.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내 제안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동상의 인물 결정에 있어서 많은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순신 장군의 위치를 옮겨야 하는 등 다른 문제들도 있어 쉽사리 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여론조사만 보더라도 많이 알려진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 채택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회는 문무가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6년 ‘서울 창의상’을 수상할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해 구 행정에도 반영한다고 들었다.

노원구청장 되고 보니 재정자립도가 최하위권이라 생산적 사업에 투자할 여건 안 되더라. 이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기초수급자, 장애인, 탈북주민, 북파공작원 등)이 많고 상업시설이 없어 재원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노원구 예산 47%가 복지예산이다. 강남권 자치구에 비하면 여력이 없다. 한정된 재원과 여건을 타개하려면 예산이나 법 타령만 해서는 발전할 수도, 주민들을 만족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쉼 없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를 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어떤 사물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먼저 육안으로 관찰하고 속속들이 그 실상을 샅샅이 파헤친다.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는 역지사지의 자세도 중요하다. 언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르기 때문에 그 사물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꾸준한 반복으로 자연스레 다른 사람이 흔히 못 보는 것을 보는 눈을 갖게 된 것 같다.

실례로 ‘청계천 러브스토리’를 기고해 청계천 관광 상품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고했더니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주민들이다. 이들의 작은 의견을 모아 가공하고 완성도를 높이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긴다. 그래서 자치구 최초로 창의혁신과라는 창의전담부서를 만들고, 시민들이나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매입하고 있다.

구청장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을 무엇이었나.

지역이 많이 낙후돼 있었다. 구민들 또한 낙후됐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미 체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행정하면서 조금씩 변화된 노원에 구민들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활발하고 다양하게 추진된 많은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활기를 심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 같다.

동부 간선도로 확장 성공, 시립미술관 분관 유치, 경전철 유치, 지하철 4호선 노선 연장, 창동 차량 기지 이전 유치 성공 등으로 노원의 자산브랜드 가치가 높아졌음을 실감한 주민들은 지금은 노원에 대한 주인의식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활력 넘치는 문화와 교육은 최근 몇 년 사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다른 구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원문화의 거리가 정착됐고, 공교육 활성화 지원 사업, 영어교육 심화사업, 방과 후 저소득 청소년 학습지도 관련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노원구는 향후 10년 내 교육, 문화, 주거, 환경,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강남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이노근 노원구청장 약력
· 제19회 행정고등고시 합격(1976)
· 대통령비서실 행정관(90. 8~93. 4)
· 강남구 시민국장, 도봉구 재무국장 등(93. 4~94. 12)
· 서울시청 문화과장, 주택기획과장(94. 12~98. 3)
· 서울산업진흥재단 사무국장, 서울시청 시정개혁단장(98. 4~99. 9)
· 금천구, 종로구, 중랑구 3개 부구청장
· 종로구 구청장 권한대행(05. 2)
· 2006. 7. 1 ~ 현재 민선4기 서울 노원구청장 
 ·저서 ‘경복궁 기행열전’ (2005. 12)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