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우리 문화 트렌드 미리 보기
2012년 우리 문화 트렌드 미리 보기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1.05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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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관광연구원, 10가지 문화예술계 트렌드 보고서 발표

2012년 문화예술분야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분석·전망하는 보고서 ‘2012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이 발표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해 발표된 이번 보고서는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심층적인 전문가 조사와 연구 등을 통해 선정한 10개의 2012 문화예술 트렌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선정은 트렌드 이슈의 범주화를 통해 구조화된 설문지를 작성하여 문화예술분야의 세부영역별 현장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집약했다.

이번 연구는 재작년에 이어 문화예술분야의 변화와 중요한 이슈를 트렌드의 형태로 파악해 문화예술정책의 수요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2011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을 발표한 바 있으며 매년 문화예술분야에 대해 1년 단위의 단기적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의 다양한 문화예술계 이슈를 꿰뚫고 있는 ‘2012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K팝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

 K-POP, SNS와 유튜브를 타고 신한류를 이끌다
드라마와 영화가 한류를 이끌었던 시기에는 유통구조가 해외수출 및 자국 TV를 통한 방영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신한류·K팝은 유튜브, 아이튠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일차적인 유통기반이 됐다. SM·YG·JYP 등 주요 기획사들은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개설하고 뮤직 비디오를 비롯해 다양한 퍼포먼스 영상을 제공하고 최초로 신곡을 발표하는 등 홍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TV 프로그램 ‘모노클’은 K-POP의 선전 이유를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에 기민하게 발맞춘 덕분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로 말하고, 소셜미디어로 창조한다
기초예술분야에서도 SNS와 모바일 디바이스는 새로운 문화예술 창작 및 소통의 실험을 자극하는 촉매로서 각광받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소셜 미디어 아트’라는 신조어 또는 신흥 장르가 부상했다. 소셜 미디어 아트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창작과 감상의 경계와 위계를 붕괴시키는 것이 특징적이다.

SNS를 통해 예술 창작 과정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기도 했다. 소셜 펀딩으로 음악회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기도 하고 트위터 영화를 만드는 등 SNS는 새로운 사회적 예술의 장을 열었다. 유명 문화예술인의 SNS 참여도 주목할 만했다. 이외수, 정이현, 김영하, 김수현 등 유명 문학가와 타블로, 이적 등의 음악가도 SNS를 창작에 활발히 활용했으며 방송인 김제동, 이효리, 배우 김여진, 소설가 공지영 등이 트위터를 통해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지지받아 사회와 예술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불안한 미래의 창작자, 자립에서 길을 찾다
문화예술 분야 창작자에 대한 이슈도 잇따랐다. 화려한 성공 이면에 존재하는 IT산업의 양극화와 대기업의 문화자본 독점 문제가 크게 부상했으며, 최고은 씨의 죽음으로 문화예술인 복지가 이슈화되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4명이 5개월 동안 잇달아 자살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예술전공자 상당수가 정규직 취업을 하지 못하고 고정 수입이 없을 뿐더러 4대 보험에서 제외되는데 그나마 있는 수입수준도 매우 낮다는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예술가의 자립을 위한 대안적 예술생산방식의 모색이 계속됐다.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미리 공개해 일반인의 투자를 받아 제품이나 예술품을 제작하는 소셜 펀딩(텀블벅 등)이나, 예술가끼리의 상호부조(자립음악생산자조합 등), 작가와 대중을 직접 연결하는 온라인 미술장터(아트폴리 등) 등이 그 예다.

바보상자에서 뜨거운 문화생산자로 진화하다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 국면이 전개되면서 경제 불황에 따른 TV 시청 증가가 전망된다. 또,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 TV시청 환경의 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스마트TV는 방송과 통신을 융합시키고 다양한 기기와 연결되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각광받을 예정이다.

‘시청자 주권’은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시청하는 것으로 만족하던 과거와 달리 시청자가 직접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프로그램의 방향성까지 바꿔 놓는 힘이 이어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선전도 계속됐다. 최근에는 예능국은 물론 교양국에서조차 교양과 예능을 접목시킨 예능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흐름이 주목된다. 이외에 복고 열풍과 오디션 프로그램의 선풍적인 인기 등도 중요한 흐름으로 지적됐다.

예술, 장르의 옷을 벗고 컨버전스로 무한 변신하다
장르를 넘어선 융복합 예술이 각 예술장르에서 뜨거운 화두로 부상했다. 예술가 간의 경계도 무너져 배우가 연기와 함께 연주를 하거나 무용과 서커스를 병행하기도 했다. 문학작품, 웹툰을 중심으로 ‘원소스 멀티유즈 현상’도 부각됐다.

쇼핑 외의 놀이와 여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곳이 늘었다. 복합문화예술공간은 라이프스타일의 컨버전스를 유도했다.

마이너리티의 힘이 문화예술의 주류를 이끌다
주류 문화에 의해 억압되거나 소외된 다양한 문화적 욕구가 여러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사회적·문화적 소수자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즐기고 소통해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문화예술을 생산하고, 주류 문화예술의 변화를 이끄는 힘으로 부상했다. 특히 청년 백수, 장애인, 성소수자 등의 문화가 여러 경로로 주목받았다.

예술로 사회를 치유한다
대인관계 스트레스, 자살, 우울증 등 급증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불안을 예술을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예술치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한국에 알려진 예술치료의 인기는 나날이 더해져 최근 2~3년 사이에 생긴 예술치료센터만 300개가 넘는 상황. 올해 대학 학부과정에 예술치료학과가 개설되고 종합예술치료센터가 개소되기도 했다.

예술로 사회문제를 치유하려는 흐름도 계속됐다. 예술치료에 대한 지자체 및 기업 메세나의 관심도 높아져 지역산업 활성화 및 사회문제 해결형 예술치료 메세나 활동이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여가의 새로운 발견, 문화예술로 함께 즐긴다
2011년 7월 1일부터 주5일 근무제가 전면 시행되고 2012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의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여가시간이 증대되고 가족여가를 즐기려는 욕구가 더욱 증가될 예정이다. 그 와중에서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학습하는 가족여가가 증대됐으며 문화예술체험학습을 중시하는 ‘컬쳐맘’도 부상했다.

▲ 문래동 옛 철재상가 자리에 전문창작공간으로 마련된 문래예술공장 전경

 문화예술, 낡은 도시에 매력을 입힌다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재생 프로젝트가 여전히 지자체의 중요한 화두로 지속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을 활용해 오래된 도시의 구도심이 공동화되는 현상을 막고 도시를 균형발전시키기 위한 도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두각을 나타냈다. 예술창작공간 입주작가들이 지역주민과 함께 구도심 재생 및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오래된 골목길의 문화를 재조명하고 리모델링하는 사업도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전세계적으로 폐산업시설이나 유휴시설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오래된 산업시설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거나 문화예술을 통한 산업단지의 활성화를 꾀하는 사례들이 다양하게 전개됐다. 예술가와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예술을 통해 동네 문화를 만들어가는 움직임 또한 곳곳에서 활발하게 벌어졌다.

이제 환경운동은 문화예술로 한다
기후변화, 식량 및 자원부족 등 인간의 삶을 둘러싼 환경 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제기되는 가운데, 환경문제를 다루어 생태학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예술활동이 증가했다. 친환경적 가치에 대한 주목은 농사의 사회적·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소통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을 낳고, 농촌마을의 지자체 예술창작공간 증가, ‘문화농부’ 프로젝트 등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산업화와 재개발 등으로 인한 자연훼손에 대해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 프로젝트나 예술행동도 활발하게 전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