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지구 이야기가 술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지구 이야기가 술술~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5.14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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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자연사박물관, 아이·어른이 함께 만족하는 최첨단 과학공간


지구의 나이는 46억 년이다. 46억 년 동안의 지구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척 지루하고 딱딱할 수밖에 없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그것을 간단히 압축하여 보여주는 곳이다. 그것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고 재미까지 더한 어린이 자연과학교육 전문박물관이다.
과학박물관답게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자연사박물관은 어린이들에게 친근감과 재미를 주기 위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꾸며졌다. 모든 공간과 시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꾸며져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만족하는 곳,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지구 시간여행을 떠나자.

나지막한 안산을 뒤뜰로 삼아 수풀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고즈넉한 곳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 입구를 통해 중앙홀로 들어서면 중생대에 하늘, 땅, 바다에 살았던 동물들이 어린이들을 반긴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전에 살았던 아크로칸토사우루스와 익룡 스테라돈, 피시파피누스까지 생생하게 전시돼 있다.

우주에서 시작하여 태양계를 거쳐 지구로 들어가, 지구에서 탄생한 생명과 진화, 그리고 인류에 대해 차례로 전시하여 천체와 생명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특히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전시물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박물관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유익하다.

‘으악!’ 운석이 나한테 날아드네... ‘보석 광물코너’ 여성들에게 인기

▲ 3층 지구환경관, 실제로 체험하기는 어려운 지구환경을 여러 모형들과 영상을 통해 어린이들이 효과적으로 알 수 있게 전시하고 있다.

3층의 지구환경관에서는 지구가 우주에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는지 입체영상이 펼쳐진다.

입체영상 전용 안경을 쓰고 영상을 보면 깨진 운석이 직접 자신에게 날아오는 듯하여 느낌이 더욱 생생하다. 어린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리거나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는 등, 신기한 광경에 눈을 뗄 줄 모른다.

입체영상을 보고 나오면 지구의 안으로 점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통로가 나온다.

통로의 천장에는 광섬유를 활용해 만든 여름 밤하늘의 별천지 세계가 펼쳐져 있고, 아래쪽으로는 2층에 전시된 공룡 모형들이 내려다보여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시대로 돌아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천장의 별천지 또한 별자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그곳을 지나면 끊임없이 화산이 터지고 지진이 일어나는 지구의 살아 있는 모습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다음 공간은 단층이나 습곡 등의 발생 원리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전시장인데, 그 밖에도 동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든가 해저자원들의 다양한 모습도 보여준다.

3층에서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보석 광물 코너’다. 이곳에서는 4대 보석인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의 원석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화학식이 같은 루비와 사파이어가 어떤 성분이 더해지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코너에서는 암석의 화성, 변성, 퇴적 작용과 그 작용들이 되풀이된다는 내용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도 풀어보는 과정도 있어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 3층 발코니. 어린이들이 마음껏 공룡모형을 만지고 뛰놀 수 있는 공간이다.
3층에서 특이한 곳은 발코니다.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은 손을 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어린이들이 이곳에 있는 공룡 모형을 직접 만져보며 푸른 인공 잔디 위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꾸몄다.

쥐라기 호박화석을 어린이 돋보기로 관찰

2층의 생명진화관은 생명 탄생의 기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시관 입구에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살았던 코끼리가 박제가 되어 우리를 반겨준다.

찻길동물사고로 숨을 거두었거나 자연사한 동물들을 기증받아 박제로 만든 다음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자연사박물관의 중요한 임무다.

30억 년 이상 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조류로 광합성을 한 최초의 생물이다. 지구에 산소를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생물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기록이 눈길을 끈다. 교과서에 나온 삼엽충 같은 화석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전시된 디오로마를 통해 바닷속 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5000만 년 전에 멸종된 줄 알았던 살아 있는 화석 실러캔스를 통해 어류가 양서류-파충류를 거쳐 육지 생물이 되는 과정을 유추해 보는 기회도 가져본다.

▲ 2층 생명진화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생한 공룡 모형들과 광섬유로 꾸며진 여름 밤하늘이 있어 마치 과거 시간여행을 하는 듯 분위기가 신비롭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보았던 호박화석이 돋보기까지 갖춘 채 전시돼 있어 호박화석 속의 곤충을 관찰할 수도 있다.

바닷속 생물 중 유일한 포유류인 고래의 초기 골격을 보면 마치 네발짐승 모양이어서, 고래가 왜 포유류이고 물속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변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았다.

생명진화관의 마지막 전시는 인간이다.

인간이 호모 파빌리스(손을 쓴 사람)부터 출발하여 어떻게 호모 싸피엔스(슬기로운 사람)가 됐는지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면, 육지와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을 종별로 전시하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 새들의 박제가 눈길을 끄는데, 나는 동작의 조류들까지 박제돼 있어 생생한 느낌을 준다. 박물관의 한 학예사가 박제 경력 10년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한 작품인데, 그 옆에 동작 센서 영상도 방영되고 있어 박물관의 꼼꼼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 밖에도 부엉이나비나 물꼬나비처럼 아름답고 희귀한 곤충들도 볼 수 있고, 라오스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집은 그 내부까지도 상세히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1층의 ‘인간과 자연관’으로 내려가면, 멀리 교외로 나가야만 만날 법한 각종 생물들의 살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만날 수 있어 놀랍다. 무분별한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코너를 만날 수 있으며, 한강의 상·중·하류에 서식하고 있는 피라미나 숭어 같은 민물고기들도 볼 수 있다.

만지면 울어대는 모형 곤충들, 모두 살아 있어요

또 금속으로 만든 맹꽁이·참매미·왕귀뚜라미의 모형은 손을 대면 그 곤충의 울음소리가 나도록 만들어져 있다. 모형들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형에 해당하는 생물들도 이곳에 살고 있어 실제 생태를 관찰 가능하다. 박물관에서는 말똥게, 장지뱀, 도마뱀들과 같은 생물들이 지속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 1층 인간과 자연관에는 실제 살아 있는 생물들이 전시돼 있다.
자연사박물관이 더욱 인기를 끄는 것은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전시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자연사박물관에서 생일잔치를 열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처럼 먹고 마시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생일잔치도 하고 박물관도 구경하고 실컷 뛰어놀 수 있는 것이다.

또 ‘어린이 도슨트’를 선발하고 있는데, 이것은 박물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어린이가 설명해줄 수 있도록 교육받는 프로그램이다.

이 어린이 도슨트 지원자는 난이도가 높은 시험을 통과해야하는 데도 불구, 서울뿐만 아니라 인근 지방에서도 지원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지식경제부와 로봇개발 IT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되고 있는 안내로봇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 로봇은 전시장 내를 돌면서 관람자들에게 박물관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딩키’라는 입체 영화도 무료 관람이 가능하며, 기념품점·카페테리아·도서관·유모차·휠체어·물품보관함이 준비돼 있어 관람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함께 일하는 자원봉사자 60~70명이 항상 바쁠 만큼 박물관을 다녀가는 관람객이 연 30만 명을 넘는다.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의형 박물관장

자연사박물관의 관장을 맡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했다. 강의와 화석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오다 자연사박물관의 관장 공개모집을 보고 지원해 이곳으로 오게 됐다.

와서 보니까 관장이라는 직책이 다만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의 기반을 가지고 전체 운영과 경영을 잘 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자연사박물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최근에는 자연과학분야들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자연과학적인 연구는 필수적이다. 지구에는 많은 생명체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지구를 파괴시키고 인간조차도 살수 없는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경각심, 생명 존중 등을 교육할 수 있는 산 교육장이다. 어린이일 때에 자연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사박물관은 자연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영국 자연사박물관처럼 세계적인 규모의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까지는 국가 차원에서 계속 고려 중이라고 들었다. 우리 박물관이 그 빈자리를 대신해서 역할이 크다.

어린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가장 소개하고 싶은 콘텐츠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박물관 교실이다. 정규 초등 프로그램으로 학기를 4학기로 나눠서 2500명 정도 모집한다. 또 작년부터 박물관 투어 교육을 실시 중이다. 투어 강사가 아이들 10명을 한 팀으로 하여 전시장을 함께 돌면서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지식경제부의 프로젝트로 카이스트 내에 벤처 기업들과 여러 회사들하고 연계해서 박물관 도슨트 로봇을 제작 중이다. 이를 위해 작년 예산을 7억 정도 마련했다. 올 11월 박물관에 도슨트 로봇이 도입될 예정인데 무척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자연 훼손, 지구 온난화의 위기 상황인데도 현대인들은 별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은데, 지구를 살리려는 노력을 한다면?
박물관에서 생명존중에 대한 마음가짐을 어렸을 때부터 심어주는 거다. 멸종위기 생물들에 대해 알고 있는 어린이는 커서 갯벌 매립해 공장을 짓는 다든지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박물관에서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규모가 작다 보니까 아무래도 하드웨어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어린이나 초등학생들에게는 우리 박물관 규모가 적당하다고 본다. 큰 전과를 조그만 콘사이스같이 압축한 것같이 핵심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우리 박물관이다. 교육공간이 부족하다든지 하는 부족한 점들은 차차 보완해 나갈 것이다. 

문의 02)330-8899, 02)330-1736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