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세계유산 정릉, 아파트 병풍으로 도배?
유네스코세계유산 정릉, 아파트 병풍으로 도배?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1.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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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지 정릉, 의릉 주변 12~ 45층 고층아파트단지건설추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릉(2009년 등재)과 사적지 의릉(사적204호) 주변이 초고층아파트단지로 재건축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해 3월부터 시공사(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측이 3,7,10월 3차례에 걸쳐 조합장들을 앞세워 현상변경 승인신청을 하고 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신청건과 관련하여 오는 11일 문화재청에서는 심의가 열릴 예정이다. 

현재 철거와 함께 고층아파트로 재개발중인 정릉6구역의 모습. 사진 중간 오른쪽에는 '대주피오레 아파트 옆'(왼쪽 빌라)에는 성오빌라 재건축예정지가 초록색으로 표시 되있다. 이곳은 이미 재건축협상이 사실상 완료됐으며, 9층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정릉, 신축아파트단지 공원으로 전락위기

지난 2009년 6월 27일 한국정부는 유네스코와 협의해 훼손된 능과 능주변을 복원하는 조건으로 왕릉 40기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받았다.  바로 이 지역에 성북구 재개발정책따라 정릉제 10구역은 20층이상 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릉 재개발6구역은 지난 1965년 국가와 문화재관리국(현재 문화재청)이 당시 구성된 서울대학교조합을 통해 불하받은 토지를 ‘교수단지’(대학교 교직자사택)로 개발됐다.  이 지역은 이미 철거가 돼고 있으며 정릉 위치가 파악이 안될 정도로 고층아파트에 둘러 쌓여있다.

향후 문화재청 심의에서 현상변경승인이 이뤄지면 정릉과 붙어 12층 이상의 아파트단지(770세대)가 건립될 것으로 보여 아파트단지가 정릉 봉분을 가리게 돼 문화유적이 아닌 ‘아파트 단지내 공원’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선최초의 왕릉사찰인 정릉 흥천사는 이미 고층아파트와 분리된 채 평범한 사찰로 전락된 상태다. 이는 과거 일본총독부가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위치한 창경궁과 창덕궁 사이에 놓여있던 작은 동산을 파괴한뒤 담을 쌓고 인접도로를 건설하고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형된 것과 같다. 결국 정부가 3년전 세계문화유산 등재조건 선결조치로 유네스코와 협의한 능과 능주변 복원약속을 지킬수 없게 된다.  

▲ 이문3-1지구로 명명된 사적지 제204호 의릉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45층 초고층아파트를 건립할 예정으로 있다. 위 그림은 현장에 건립될 아파트 조감도이다.

한편 사적 204호 ‘의릉’(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위치) 또한 45층 이상의 초고층아파트단지가 건립될 예정으로 있어 의릉 또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참고로 지난 해 10월 12일 현상변경승인신청 문화재청 제3차 합동분과회의(유네스코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에 따르면, 정릉은 보류, 의릉은 가결로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사적유물인 의릉이 아파트단지로 둔갑될 형편에 놓였다.

이와 관련하여 ‘정사모’(이하 정릉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 권영일)는 “오는 1월 11일 문화재청 심의에서 현상변경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정릉 또한 오늘과 같은 형태로 남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하며, 문화계는 물론 사회각계에 지지를 요청하고, 남은 기간동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릉과 사적유산 의릉을 지키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덧붙여 심의신청한 정릉6구역재건축조합은 지난 10월 20일 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조합설립인가가 무효임이 확인된 사업자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정릉, 의릉 주변 고층아파트건설과 관련해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정릉과 사적지 204호 의릉 주변을 초고층 아파트단지로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서구국가들도 문화재 주변을 철거하고 재건축 공사를 강행한 적이 없다.” 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자칫 잘못하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해제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