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아이또바 대표의 목지공예사랑
박주용 아이또바 대표의 목지공예사랑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1.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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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수술비 갚기 위해 시작한 목지사업, 미래는 목지공예 작가가 꿈

국내 유일의 목지제조업체(아이또바)를 운영하는 박주용 사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목지공예 전시회’(2011년 8월)를 연 목지공예작가다. 목지는 한지처럼 닥나무껍질을 원료로 제조하지 않고, 원목을 그대로 가공해 가구는 물론 인테리어용으로 사용되는 게 특징이다.

▲ 박주용사장은 을지로4가에서 목지사업을 하면서 6년전부터 목지공예를 제작해왔다. 위 사진은 최근 3년사이 그가 만든 목지공예품들이다. 꽃병, 여성용구두, 탁자, 소형금고, 의자 등 수백여개에 달하는 여러공예품들을 제작해 지난 해 8월 첫 전시회를 가졌다.

박주용 사장은 사연도 많은 사람이다. 전북 무주 출신인 그는 지난 1987년 친인척들의 도움으로 지병인 심장수술을 받았단다. 박 사장은 수술비를 갚기 위해 서울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는 목재회사에 입사한 뒤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의 목지제조업체를 운영하게 됐다. 그랬던 그가 목지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6년 겨울의 일이다.

지난 1996년 천연나무종이를 개발하고, 20년 동안 목지 제작판매 사업을 해온 박주용 사장은 찾아오는 미술공예작가들이 목지를 이용한 작품제작을 가끔 의뢰하자 언젠가 한번 제작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단다. 그렇게 해서 지난 2006년 겨울, 가게운영도 한가한 때 판매하다 남은 목지를 조각, 조각 오려붙여가며 버려진 휴지통을 목지공예품으로 만들었다.

▲ 위 작품들은 2년전 개인 작업실에 걸어둔 성모마리아상과 십자가를 바라보다 만들었단다. 특히 박주용사장은 신앙 때문에 위 '목지화'를 제작한게 아니라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을 구상하다 제작했단다.

박주용 사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맨 처음 목지조각으로 휴지통을 공예제작하고 보니 하루가 걸렸더군요. 그리고 몇 차례 목지공예품을 제작해보니 시간도 4~5시간으로 줄어들었고, 그 뒤로 목지공예제작도 어느 정도 숙련되다보니 1시간 안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박 사장의 공예작품들의 특징은 원재료가 목지를 제외하고, 모두 재활용품이라는데 있다. 버려진 꽃병, 탁자, 여성용 구두, 안경집, 보석함, 스탠드, 항아리 등 목지조각으로 공예품제작이 가능한 모든 물품들을 재활용했다. 

▲ 위 휴지통은 지난 2006년 겨울 길가에 버려진 걸 구해와서 판매하고 남은 목지조각을 이용해 처음 만들었단다. 목지공예를 시작한 건 목지로 그 어떤 작품이건 제작할수 있다는걸 다른 이들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 시작한 것이 계기란다. 뒤에 항아리는 다음 해 제작됐다.

박 사장은 이곳에서 제작된 목지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배우면 구현할 수 있단다. 하지만 충고도 덧붙인다. “제 경험상으로는 목지공예를 하려면 처음부터 대충 배우면 안됩니다. 어렵지만 하루정도 시간을 내서 만들어보는 게 먼저예요. 노력 없이 되는 건 없습니다”

올 해는 특히 가구와 목재판매도 불경기이지만 대관료까지 지불하고, 지난 해 8월 5일부터 25일간 광화문 갤러리에서 ‘목연(木緣) 나무이야기’라는 주제로 공예작품 전시회를 열었었다. 주변 지인들이 여러 도움을 주며 권유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그때 당시 소감을 묻자 손 사레를 치며, “작품은 무슨. 5년 전 겨울이었는데요. 장사도 잘 안되고, 할 것도 없고 그래서 그냥 한 번 만들어보기 시작한 게 목지공예제작이었어요. 그때 처음 만든 게 팔다 남은 목지조각들과 버려진 휴지통을 재활용한 공예품이었는데요. 지금 보면 조잡하지만 그때는 하루 종일 걸려서 만든 탓인지 왠지 뿌듯했어요” 그 뒤로 박 사장은 틈나는 대로 이것, 저것 주워 와서 목지공예품을 만들었단다. 그러다 외국관광객부터 시작해 미술작가, 광고기획사 디자이너, 호텔지배인까지 찾아와서 제작을 의뢰했단다. 그래서 롯데, 메리어트, 신라호텔, 양재동 타워팰리스 객실문과 벽 일부를 목지화로 제작해줬다.  

▲ 을지로 4가 아이또바라는 목지판매전문점을 차리고 일과가 끝나면 2층 작업실에서 목지공예품을 밤새도록 제작했다는 박주용 사장. 자신의 작품들 앞에서

기자가 취재하던 중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유명갤러리에서 전시회 문의가 왔다. 실은 그쪽에서 문의가 들어 온지 몇 주 됐다고 한다.

본지 기자가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 없냐?’고 질문하니까. 시큰둥한 반응이다. “돈부터 벌어야죠. 사업이 잘되야 그 돈으로 전시회도 하는 거죠”라고 말하며, ‘목지공예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작가로 전업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먹고살만하면 작가전업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대한민국 미술, 공예작가들이 작품을 정당한 거래를 통해 살만한 세상이 와야 안심하고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저야 뭐 고등학교 밖에 안나와서 잘 모르지만, 서구인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그때 뿐 입니다. 최근에요. 일본목재가공회사에서 목지주문과 제작의뢰가 들어왔는데요. 이게 현실성 있어 보이네요”   

여전히 목지사업가로 사는 박주용 사장. 목지개발과 관련해 20년 전 특허출원을 내고, 중구청 길목 뒤에 가게를 차리고 사는 그는 목지공예가 언젠가 인정받을 날이 올 거라고 말한다. “지금은 사업이 먼저다”라고 말하며, 거북이처럼 느릿하게 가고 싶다고 말한다.

▲ 버려진 꽃병을 갖고와 목지조각을 이용해 공예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박주용사장의 공예품들은 대부분이 재활용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