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풍찬노숙(風餐露宿)'으로 새해 열어
연극 '풍찬노숙(風餐露宿)'으로 새해 열어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2.01.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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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극과 현실의 고정관념 깨기 시도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안호상) 남산예술센터는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선정된 김지훈 작가의 '풍찬노숙'을 18일 무대에 올림으로써 2012년 시즌의 문을 연다.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첫 작품으로 '풍찬노숙'을 무대에 올린다. 장장 4시간짜리 공연이다.

지난 여름 낭독공연을 거쳐 무대화되는 '풍찬노숙'은 농업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외래인구 유입의 분열 단계에서 비롯될 혼란을 실존 가능할 신화의 공간을 통해 재현하는 작품이다. 이름 없는 혼혈족이 민족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역사적 출발선을 찾는 과정과 문화 윤리적 차별, 불이익 그리고 혼혈된 민족의 인간성에 내재된 응분의 정한이 장장 4시간에 걸쳐 펼쳐진다.
  
이 작품은 지나간 역사가 아닌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느덧 우리는 빈부격차에 따른 계급화, 외국인노동자계급에 대한 차별,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혼혈에 대한 불편함으로 지금을 살고 있다. '풍찬노숙'은 바로 이러한 ‘혼혈과 계급’의 개념을 전복시킨다. 어느 시대건 존재했던 갈등과 불안, 그리고 그 그늘을 밀어내는 힘을 통해 재건된 미래상에 대한 묵직한 화두가 2012년 새해, 관객들에게 던져진다. 

2011년 남산예술센터 자체제작공연 '됴화만발'(조광화 작, 연출)에서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의 정점을 완성한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이번 '풍찬노숙'에서 또 한 번의 도전을 시도한다. ‘다 마친/가을/외진데/너른 땅/언덕은/딱 한쌍/능(陵)인 듯/경외한/모양새/거상(巨像)보다 우뚝하게/얼추 헤퍼진 큰 북통/아무쪼록 내가 나 어릴적/비비던/그 언덕’. '풍찬노숙' 신화의 4시간을 여는 희곡은 우리 어릴 적 비료 푸대 타고 천진난만하게 놀던 한 쌍의 능을 묘사하며 시작된다. 이 능의 경사를 표현하기 위해 남산예술센터 객석의 경사를 그대로 이용하기로 결정,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과감하게 뒤바꾼다.

객석의 가변식 의자를 걷어내고 배우가 객석으로, 관객이 무대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200석이 넘는 객석을 포기, 한 회당 입장할 수 있는 관객은 단 180여명으로 제한된다. 혼혈족이 순혈족을 상대로 진격하는 전쟁신에서는 관객의 머리위로 설치된 트러스 지지대로 배우들이 진격하고, 극장의 숨어있는 공간을 활용한 배우들의 동선은 남산예술센터 무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관객의 시공간적 감각을 확장시킨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다문화가족’과 ‘혼혈’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듯 관객은 공연을 ‘관람하고 보는 그 자체’로도 일상의 경험과는 색다른 관극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윤정섭, 이원재, 김지성, 고수희, 김소진, 지춘성, 장성익, 조정근, 한갑수, 김효숙, 황석정, 하성광, 유병훈, 윤종식, 이혜원, 이정수 등 총 16명의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최고의 배우들이 '풍찬노숙'과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