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문화유산'정릉' 둘러싼 재건축 심의규정 문제 많아
문화재청,문화유산'정릉' 둘러싼 재건축 심의규정 문제 많아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1.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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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 소장 “재건축 심의보류는 유적보호차원 아닌 문화재청 한계 드러낸 것”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정릉 재건축 심의신청이 보류됐다.

1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고궁박물관 대회의실에서 문화재청 주관으로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및 사적분과위원회가 정릉 제6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신청한 ‘정릉 재건축 현상변경심의’를 비공개회의 끝에 오후 3시 30분경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 문화재청이 10일 오후 2시 서울 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열린 사적지 208호 정릉 재건축심의신청을 보류시켰다. 위 사진은 문화재청 관계자가 회의실 입구에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을 제지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이번 보류는 문화재청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밝히며, “이번 심의보류는 문화유적보호를 위한 보류가 아니라, 정릉사찰인 ‘흥천사’와 더 논의를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를 제대로 하려면 심의신청을 무제한 올릴 수 있는 문화재청 규칙을 원천적으로 제한해야 된다”며 ‘문화재청 심의신청규칙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황 소장은 “문화재위에 정릉재건축 심의를 신청한 현 주택조합은 지난 해 10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조합설립 무효 확인’ 판결을 받은 단체”라고 밝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주택조합이 어떻게 정릉 제6구역을 대표하고 심의신청까지 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문화재청 심의신청규칙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정릉 사찰인 흥천사 신도들이 문화재보호피켓을 들고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문화재위원회의 재건축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건물 밖에서는 정릉 흥천사(조계종) 신도들과 정릉 제6구역 재건축조합, ‘정사모’(정릉을 사랑하는 모임) 등 세 단체가 각각 찬반피켓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정릉 제6구 재건축조합원으로 시위에 참여한 이연관씨(68)는 기자에게 “정릉 제6구 주택재건축조합이 재건축 심의신청을 4차례나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심의신청은 조합원 360세대가 동의한 상태다. 반대로 저쪽은 10% 미만인 14명이다. 감정적으로 가지 말고 동네발전을 위해서 정릉의 객관적인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재건축을 적극 지지했다.

▲ 서울 성북구 정릉 제6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원들이 문화재위 심의가 열리고 있는 고궁박물관 입구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재건축을 반대하는 ‘정릉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정사모)의 권영일 회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시작한 사적지208호인 정릉 주변 재건축계획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악재”라고 지적하고 “이번 문화재위 재건축심의신청 보류를 계기로 정릉을 비롯한 국내문화재보호가 언론은 물론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길 바란다”라며 본지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특히 권 회장은 정릉 주택재건축조합의 심의신청과 관련해 “지난 해 10월 20일 서울법원판결에 따라 재건축조합으로서 법적기능이 상실된 단체가 문화재청에 재건축심의를 신청한 점과 문화재청이 이를 심의안건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회장은 정릉주택조합 동의서 360세대와 관련해 “360세대는 1차 조합설립인가에 동의한 숫자다. 그러나 2차 2011년 10월 16일 조합설립결의를 위한 임시총회의 경우 주민동의율이 법적 기준인 75% 미달로 결의가 무산됐다. 그 뒤 10월 21일 조합설립 무효판결을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받았다”라며 재건축찬성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 회장은 이어 “당시 서울행정법원 재건축소송 참여자는 15명이지만 정사모 회원수는 50명이었고, 정사모 활동에 대해 지지 서명을 써준 분들이 1천명 이상이다. 또 저명인사들도 200명 정도가 지지서명 했다”라고 소개했다. “소송은 숫자로 판결된 것이 아니라 사실내용과 관련해 판결됐다”고 잘라 말했다.

또 향후 대처방안과 관련해 “앞으로 이번 문화재청 심의신청개정은 물론 헌법소원과 대통령청원절차에 의해 정리가 되도록 법적검토를 고려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박물관 측은 회의시작 시간인 오후 2시, 건물입구부터 출입을 통제했다. 이와 관련해 박물관 관계자는 “사안이 민감한 만큼 외부인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답변했다.

▲ 정릉 능찰인 흥천사 주지 정념스님과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의 모습이 잡혔다. 정념스님은 지난 10일 황평우 소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문화유산 정릉과 흥천사가 아파트 개발로 훼손위기에 놓였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앞서  정사모는 지난 해 12월 29일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키시호어 라오 사무총장 앞으로 서울 정릉 재건축과 관련된 사진자료 및 DVD, 그리고 서한을 제출했다.

DVD 내용을 살펴보면 “정릉 주변을 56,530제곱미터(17,000평), 750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이는 것 자체가 국가문화유산보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소개돼있다.

참고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정릉은 선정당시부터 문화재복원을 조건으로 등재됐으며, 이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될 위험이 있다.

   
▲ 태조왕비 신덕왕후의 능침이 있는 정릉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의 모습이다. 바로 아래 정자각이 보인다.

따라서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인 정릉을 둘러싸고 추진되고 있는 아파트 재건축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