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좌담회] 춤 관객 개발, 진취적 경영 의식이 요청된다(2)
[신년기획좌담회] 춤 관객 개발, 진취적 경영 의식이 요청된다(2)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1.15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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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경영인과 언론인에게 듣는다

(1편에 이어)

사회: 춤이나 다른 공연예술이나 이른바 순수예술을 지향하다보면 매체에서 노출 빈도가 적어지고, 이는 관객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제는 전문지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야 하고 또 그럴 수 있을 만큼 다양한 형태의 매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심지어 스마트폰에서 존재한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하는 순간 세상이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춤 공연은 대개 홍보 기획을 아웃소싱하는데, 무용가와 홍보 기획이 손발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 춤 작품들이 개별적으로는 공연기간이 매우 짧은 점을 흔히 일반인 대상 홍보에서 제약으로 알지만 공연기간이 어떠하든 간에, 무용인이나 전문인 위주의 유통방식은 탈피해야 한다.

 

▲ 왼쪽부터 황금실 한국공연예술센터 팀장,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대표이사,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김채현 무용원 교수

 

황금실: 공연예술이 관객을 개발하려면 일반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는 점은 더 강조되어야 한다. 저는 연극공연을 보는 동호회에 관계하며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들은 내가 정해주는 공연은 무조건 보는 편이다. 한 달에 두어 번 권하는데, 5년 정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이제 춤을 보여줄 때라 생각한다. 성균소극장에서 장기공연했던 승무공연을 소개했더니 반응이 있었고 승무 마니아도 생겼다. 현대춤도 보여줬더니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났다.

이은영: 내 주변에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공연장 한 번 안 간 사람들이 지금도 흔하다. 그들 중 몇 몇에게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장에 데리고 갔더니 이제는 자기들이 표를 사서 나를 초청하는 식으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사회의 일반 마케팅에서도 공연을 활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자기들만의 발표회 수준을 벗어나려면 관객 개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진용: 연말 춤계의 여러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대개 고급 호텔에서 진행된 행사들이다. 개인적으로 이들 행사에서 외화내빈을 느꼈다 하면 지나친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후원을 얻어 그런 장소에서 진행한다면 후원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후원자가 원해서 그러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에라도 후원자가 새롭게 사고하도록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보다 실용실질적인 행사 진행이 아쉬웠다. 정책 담당자와 함께 큰 규모의 간담회를 갖거나 기획자를 모아 춤을 더 이해시키거나 하는 등등의 노력이 병행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공공극장에서 춤을 기획하면 무용인들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무용인들은 자신들과 극장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춤 공연 행사에 대해 함께 경영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춤계의 큰 기구들이 극장 경영진들을 모아 이해시킬 필요도 있다. 1년에 한 두 번 정책이나 공공극장 경영 방면의 사람들을 모아 생산적 간담회 등을 공개적으로 여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연극의 경우 협회가 정책을 위한 아이디어 등을 힘을 모아 집약하고 공론화시키지 않는가. 문화환경이 급변하니 사실 공연예술 어느 분야에서나 재교육이 시급하다. 재교육은 무용가, 무용수에게만 필요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요구된다. 춤계의 협회나 큰 단체들은 앞으로 무용인을 위한 경영교육, 문화교육 등 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춤이나 사람의 속성에 비추어 화려한 무대나 진행 같은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 자체를 낭비로 보면 곤란하다. 외부인들과 만남을 활성화하려면 화려함도 필요하다. 다만 춤계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이 병행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연말 춤계 행사를 그렇게 간접적으로 재교육 계기로 활용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은영: 지난 여름 M극장에서 올려진 무대는 남성 무용가들만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역시 필요하고 돋보이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남성 무용가들이 겪는 애로사항들도 이런 기회에 많이 접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남성 무용가들을 고무하는 행사들이 불어난다면 춤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지금의 20대는 국내외적으로 활약할 무대가 많아졌다. 상대적으로 지금 30대나 40대는 성장기에 그런 무대가 적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현 상황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발상을 일반화하는 데 있어 재교육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 순수예술이 위축되는 상황을 거듭한 현 추세에서 어쨌든 무용인들이 극장과 손잡고 난제를 풀어야 한다. 그냥 손잡고 대처하기보다는 문화환경이 급변한다는 사실을 인식해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된 대처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이전의 시각에 맴도는 교육으로는 자꾸 대처하기가 곤란해질 것이고, 실질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재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든 그 효과는 새로운 또는 충실한 발상으로 현실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발상을 위해 인문학과 경영교육이 함께하는 다양한 형태의 재교육도 가능할 것이다.
최진용: 제 관점에서 보자면, 융합과 마케팅 시대에 적응하는 재교육이 시급하다. 해외에서 입신한 우리 무용인들이 성공한 비결을 들어보면 한결같이 책을 많이 읽었다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평소의 꾸준한 자기교육에 해당한다.

이은영: 2010년 우리 신문 창간 2주년 행사에 현대춤 공연을 15분 정도 넣었는데, 중년층들까지도 매우 인상 깊게 받아들이며 좋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공연장에서는 관객이 한산하듯이 전반적으로 기획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용가 스스로 돌파구를 열어야 하고, 재교육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직업훈련이나 교육비 보조 공공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저 역시 자기 교육으로서 독서를 많이 권유하는 편이다. 텍스트를 많이 소화한 사람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낼 확률이 높은 것은 정칙이다. 우리 매체에서도 춤에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좋은 텍스트를 갖춘 작품이 소개하기도 수월하다.

황금실: 경험상 관객들은 스토리에 기우는 관객, 영상 이미지에 기우는 관객으로 대별된다. 이미지에 기우는 관객은 대개 춤 관객들이다. 내밀한 재미를 주는 무대가 제공되면 관객들은 완전히 반한다. 블루 레이 수집광들이 춤 마니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미지가 주는 매력을 무용가들이 더 파고들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만큼 춤 관객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충실한 무대를 구축한다면 춤의 가능성도 더 실현될 것이다. 넉넉한 시간을 갖고 기획도 최소 3달 전에 시작해야 하겠지만, 특히 젊은 무용인들은 나의 고민거리, 나의 마음을 제대로 사유하는 텍스트를 갖춘 춤을 유념해주었으면 한다. 삶을 성찰하는 작품을 염두에 두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나갔으면 한다.

사회: 춤이 어떤 관객층을 지향하든 성찰력이나 통찰력을 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예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독서 등 자신을 위한 재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동안 공연예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공교육에서 제공받지 못한 교육을 무용인 스스로 타개하는 노력이 따라줘야 한다. 춤계의 책임 있는 공적기구들도 이런 점을 주시하고 재교육의 장을 새롭게 펼쳐야 한다. 끝으로 춤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소개하기 바란다.

최진용: 공립극장을 경영하다보면 행정직과 예술감독 간에 의견이 맞설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예산과 관련하여 어떤 의상을 선택할 것인가 등의 문제처럼. 이럴 경우 나는 예술감독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편이다. 우리 극장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춤 공연을 만들었는데, 대중적 흡입력이 컸다. 올해는 발레를 주제로 한 행사와 춤과 미디어의 만남을 기획할 예정이다. 현대춤 경향에만 치중하는 듯해서 전통춤 관련 페스티벌을 문화부 후원으로 열 것이다. 10월에는 전국탈춤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은영: 올해가 최승희 탄생 100주년이다. 최승희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최승희 같은 춤계의 한류 스타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소망하는 것은 전통춤, 현대춤, 발레 같은 춤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작품을 보고 싶다. 전체 내러티브 안에서 여러 장르가 융합하는 작품이 어필할 듯하다. 이를 위해 춤계가 단합해서 춤 붐을 일으켰으면 한다.

사회: 미디어 시대에 융복합이 강조되는 추세가 춤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움직임의 융합도 그런 시각에서 수용할 만하다. 무용인들이 더러 힙합을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것이다. 2011년에 한팩에서도 그런 춤 공연을 기획했고,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안다. 오늘 춤에서 관객 개발을 화두로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팬 관리를 다소 전략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고 또 경영시각이 체질화되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이를 위해 재교육이 강조되었다. 특히 이제는 스마트폰 시대이므로, 춤계의 공적기구 차원에서나 무용인 개인 차원에서나 재교육에 더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장시간 좌담 감사드린다.

 ('본 기사는 한국춤비평가협회 발간 춤웹진이 기획한 좌담기사로서, 한국춤비평가협회의 협조를 얻어 춤웹진과 동시에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