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기 좋은 나주, 여행 가기 좋은 나주(1)
사람 살기 좋은 나주, 여행 가기 좋은 나주(1)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1.15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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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나주평야·홍어…평화롭고 아름다운 나주를 가다

나주배의 고향 나주시. 나주시는 비옥한 나주평야가 펼쳐져 있는 전라도의 대표적인 도시다. 전라도라는 이름이 전주(全州)와 나주(羅州)의 머리글자를 따 지어졌을 정도로, 나주는 서남해의 정치·경제의 중심지였다.

▲ 영산강의 절경

조선 때는 ‘작은 한양’으로 불리기도 했다.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에 ‘금성산을 등지고, 남쪽으로 영산강이 흐르니 도시의 지세가 한양과 비슷하고, 예부터 이름난 인재가 많이 난 곳’이라 적었다. 실제로 나주는 세종 때 한글 창제를 도운 신숙주, 거북선을 발명한 나대용, ‘표해록’을 지은 최부, 천재 시인 임제 등 걸출한 인물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과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나주. 영산강을 끼고 긴 세월 풍요롭게 역사를 가꿔온 나주를 알아보러 떠나보자.

사람 살기 좋은 동네, 나주
오래 전부터 기름진 토양과 풍부한 물이 존재했던 나주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살기 좋은 동네로 알려져 있다. 나주 신촌리에 조성된 고분길을 가보면 그 증거를 쉽게 볼 수 있다. 자연환경이 특히 중요했던 고대에 사람들이 대규모로 살았다는 증거가 즐비하기 때문. 사적 77호로 지정된 이 고분길에서는 국보 제295호가 된 금동관을 비롯해, 금반지, 금동신발, 청동 팔찌 등 많은 생활유물들이 출토됐다고 한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135호로 지정된 신포리 지석묘길도 마찬가지다. 이 길에서는 흔히 고인돌이라고 부르는 지석묘를 많이 발견할 수 있어, 청동기 시대부터 이곳이 천혜의 사람 사는 곳이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삼국통일부터 독립운동까지 역사의 극적인 장면 차지해
나주에는 옛날이야기가 많지만 특히 그 중에서도 로맨스가 유명한 곳이다. 무슨 말인가 하니 바로 고려를 세운 왕건과 버들낭자 장화왕후의 러브 스토리가 여기서 일어났다는 것. 나주 지역을 차지하러 온 왕건이 한 여인에게서 버들 잎 띄운 물 한 바가지를 얻어먹고 사랑에 빠졌다는 일화는 옛날이야기 하면 꼭 빠지지 않는 인기 스토리다.

왕건보다 17세 연하로, 후에 장화왕후로 불리는 이 여인은 이 만남을 계기로 고려 2대 왕 혜종을 잉태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나주 시청 앞에는 그 샘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이곳을 찾는 연인들을 끌어모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 완사천의 모습

시대를 건너뛰어 근대로 가보자. 광주학생독립운동(1929)의 기폭제가 된 ‘댕기머리 사건’도 여기서 났다. 나주에서 광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일본 학생이 우리 여학생 머리채를 당겨 싸움이 벌어졌던 사건이다. 일견 사소해보이는 이 사건이 발단이 되어 광주 지역 학생 시위가 불붙고 그 불이 북간도까지 번져가 독립운동의 한 축이 됐다. 그 진원지인 죽림동 나주역사는 지금도 기본 구조나 기둥 등 원형을 유지한 채로 전라남도기념물 제183호로 지정돼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나주의 ‘두 배’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나주 하면 배다. 그런데 예로부터 ‘나주 배’ 하면 2가지를 말한다. ‘먹는 배’와 ‘타는 배’다. 꿀 같은 ‘먹는 배’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예로부터 나주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주 지역은 배 재배에 최적인 자연환경인데다 오랜 세월 배를 재배한 노하우로 '나주 배'의 명성을 굳게 지켜나가고 있다.

한편 이젠 사라졌지만 나주의 ‘타는 배’도 서남해의 가장 중요한 통로로 명성을 떨쳤다. 나주가 나주평야의 그득한 쌀로 국가 살림을 책임질 수 있었던 것도 배가 있었기 때문. 그 배가 다니지 못하게 된 것은 영산강에 거대한 둑이 가로놓이면서부터다.

최근 나주는 그 배를 다시 띄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옛날 영화를 되찾기 위해 수년 전부터 영산강 뱃길 열기 사업을 펴고 있는 것. 2~3년 후면 목포~영산포 사이 70㎞ 뱃길이 열려 장관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산포와 홍어의 거리
옛날 영산포에서는 영산강 뱃길을 통해 온갖 물품이 거래되는 커다란 장시가 열렸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 품목은 다름 아닌 ‘홍어’.

▲ 나주의 특산물 '홍어'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홍어는 요도염이나 학질, 치통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고, 자산어보(玆山漁譜)에는 장을 깨끗하게 하고 술 해독과 가래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목을 많이 쓰는 남도의 소리꾼들이 홍어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

한데 영산포의 명물이 왜 홍어가 됐을까?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흑산도를 비롯한 섬 주민들이 왜구의 침입 등으로 피신할 때마다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숙성된 홍어를 가지고 들어온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이후 영산포에서는 어느 지역보다 진하게 숙성된 홍어를 만들어내는 항아리 숙성 비법이 발전했고, 지금도 나루터가 즐비했던 ‘홍어의 거리’에 가면 쌉쌀한 홍어의 매력적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깍두기와 함께하면 좋은 나주 곰탕
나주 음식 하면 홍어도 홍어지만 곰탕도 못지 않게 유명하다. 예부터 나주는 영산포를 비롯해 교통의 요충지였고, 그래서 나주 5일장이 서면 전국에서 몰린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단연 우(牛)시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을 것이다. 나주 곰탕은 나주 장날 우시장에서 소를 잡고 나온 내장과 고기로 육수를 내 국밥으로 만들어 팔았던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곰탕은 ‘고아낸 국’이라는 말이 바뀐 것으로, 고아낸국→곤국→곰국→곰탕으로 변화해왔다. 곰탕은 오랜 시간 푹 고아낼 수록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나주 곰탕은 사골과 소고기를 오랜 시간 고아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식이기도 하다. 오로지 나주 곰탕 한 그릇 먹으러 맛집 탐방을 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하니 나주 가면 놓치지 말고 먹어보자.

▲ 서울문묘·강릉향교·장수향교와 더불어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나주향교

나주영상테마파크길
나주는 최근 들어 또 하나의 명성을 추가했다. 우리나라 최대 사극 드라마 촬영지라는 이름이다. 주몽,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이산, 천추태후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하드라마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나주시에서는 이를 활용해 고구려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나주영상테마파크길을 마련해 여행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승마를 하거나 활을 쏘면서 고구려인들의 용맹과 기백을 배워볼 수 있는 고구려체험관이 인기다. 나주에서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의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와 고구려왕과 부여왕의 웅장한 편전과 성곽을 느껴볼 수 있는 실내세트장도 빼놓을 수 없는 관람거리.

그밖에 나주영상테마파크길에서는 사극에 출연한 송일국, 한혜진, 배용준, 문소리, 주진모, 조인성 등 스타들의 핸드프린팅과 스틸사진 배너를 감상할 수 있는 스타의 거리도 볼만하다. 또 김홍도, 신윤복, 고흐, 밀레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미술관도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교육 현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목사내아에서 목사 돼 보자
나주는 하루에 다 즐기기 어려운 풍성한 지역. 묵을 곳이 마땅치 않다면 나주목사의 내아(內衙)를 가보자. 내아는 조선시대 목사가 업무를 보던 동헌 근처에 있던 살림집을 뜻한다. 참고로 목사라는 것은 조선시대의 정3품 외관직으로, 경기도·충청도·경상도·전라도 등지에 있는 20목에 파견됐던 직책 이름이다.

목사내아는 상류층의 주택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안채 상량문에 순조25년(1825년) 상량하였다는 기록을 볼 때 19세기에 현재의 모습으로 건축된 것으로 여겨진다. 내아는 일제시대 이후 군수 관사로 개축돼 원형이 상실되었으나 최근 완전 해체해 복원했다. 이곳은 금학헌이라는 옛 이름을 달아 관광객들에게 체험학습 겸 숙박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주내아 팽나무, 나주관찰부, 나주내아 여자화장실, 나주내아 전경


이외에도 나주에는 즐길거리가 많다. 큰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500년 된 벼락맞은 팽나무, 서울문묘·강릉향교·장수향교와 더불어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나주향교를 비롯해 영산강 황포돛배 타기 등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다채로운 여행지와 체험이 즐비하다. 

남도의 물줄기 영산강, 그 비옥한 하류에 자리한 나주. 번잡스럽고 바쁜 도시의 삶을 잠시라도 벗어나 나주의 풍요로운 기운을 받으러 떠나보도록 하자. 소박하지만 지역적 특색이 살아 숨 쉬는 정감어린 고장, 나주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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