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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50년 연기인생 김금지를 만나다.
연극배우... 사업가... 정치인 아내... 그 중 연극배우가 가장 좋아
2012년 01월 16일 (월) 13:55:37 인터뷰-이은영 발행인/정리-김희연 기자 press@sctoday.co.kr

◆이 시대 최고 연기파... ‘이사도라 이사도라’ 등 출연작 헤아릴 수 없어

지난 해 연극 인생 50주년을 맞이한 연기파 배우 김금지. 오랜 세월 연극계에 몸담아 온 그녀는 ‘한국 연극의 역사’라 할 만큼 독보적 인물 가운데 한 분이다. 그녀는 국립극장 1기 연기연수생으로 출발해 국립극단, 극단 자유
   
▲배우 김금지

등의 단원으로 열심히 활동했다. 현재는 '극단 김금지'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시대 최고 연기파 연극배우 김금지는 출연작을 다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화려한 연기 경력을 지니고 있다. 김금지는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비롯해 '어미', '이사도라 이사도라', 프랑스·일본 등지에서 호연한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등 수많은 명작에서 명연기를 선보였다. 큰 상도 많이 탔다.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상 등. 그녀는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의 아내로, 'Mr.쓴소리'라고 불리는 조순형 의원과 함께 'Mrs.쓴소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 아내, 실력파 원로배우 등 한국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가진 그녀. <서울문화투데이>는 한팩(Hanpac)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김금지' 10회 정기공연 '노부인의 방문' 무대공연을 끝낸 분장실에서 그녀를 만나 ‘연극과 삶’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 멋진 무대더군요. 50주년이니만큼 이번 '노부인의 방문'은 특별하실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내가 밤낮 젊은 주인공역만 맡았는데 이번 역은 내 나이에 맞는 노부인이 해도 돼서… 내가 사실 노부인이잖아요.(웃음) 이 공연이 김금지 연기 50주년이라고 나왔는데 나는 사실 몇 주년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아요. 햇수가 무슨 소용이에요. 난 단지 연극을 했을 뿐입니다.
이번 공연은 연출이 굉장히 좋았어요. 원영오 연출자는 주로 몸짓이나 동작을 아주 중요시하거든요. 매우 독특하죠. 이 분이랑 벌써 네 번째 공연을 같이 하는데 아주 성공적입니다. 특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노부인의 방문'을 초연할 때 굉장히 좋았어요. 여태까지 했던 '노부인의 방문' 중에 최고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죠. 주위에서 앵콜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한팩에 기획공연 제안을 했어요.

- 이번 한팩에서 보여준 공연도 초연만큼 만족하시나요?
대만족이에요. 주변 반응이 너무 좋기도 하고요. 원영오 연출가가 앵콜은 한팩극장 소극장이 좋겠다고 해서 여기서 하게 되었지요. 저는 사실 명동극장을 원했지만 그곳과는 연이 닿지 못했습니다. 어떤 분이 여태까지 보았던 조명들 중 으뜸이라고 한 걸 보면 이 극장과 잘 맞아 떨어진 거 같아요. 근데, 기획공연인데도 광고는 내 돈 들여서 다 했어요. 지하철 영상광고도 하고요. 한팩 자체가 공연을 워낙 많이 하니까 여력이 없나 봐요. 예산 타령은 소용이 없어요. 공연을 줄이면 되거든요. 공정하게 어떤 공연이 잘 할 건지 뽑아서 해야지요. 다들 자기식대로 요구하겠지만, 그에 휘둘리지 않을 힘을 스스로 길러야 한답니다.

 

 

   
▲'노부인의 방문'에서 노부인 역을 맡은 김금지

-이번 공연에서 작품 캐릭터나 작품 해석이 초연에 비해 변한 부분이 있나요? 그 변화가 성공인지 아닌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연출자한테 완전히 순응해요. 하라는 대로 해요. 노부인의 방문은 내가 젊을 때부터 섭외가 들어오더라고요. 그땐 그 역 하기엔 젊다고 안 했는데, 성격이 맞나봐요.(웃음) 배역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배역에 맞으니까 섭외가 들어오는 거예요.
이 작품은 사실은 3시간짜린데 1시간 30분으로 줄이자고 해서 성공을 한 거 같아요. 의상도 의상 공부를 제대로 한 최순화 씨가 맡았는데 너무 좋아요. 무대장치도 그 전보다 훨씬 좋고... 다 새롭게 해서 돈이 엄청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거니까 잘 해야죠. 어쨌든 우리 딸도 예전 것보다 업그레이드 됐다고 하고, 지인들도 최고의 연극이라고 그러대요. 저는 그거 하나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바랄게 없어요."

잘 알려졌다시피 한국 공연시장에서 점점 전통 연극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 대신 거대한 제작비를 투자해야 하는 외국산 블록버스터급 뮤지컬들이 대세다. 원로 배우이자 아직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로서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전통극이 많이 죽어가고 있잖아요. 뮤지컬 할 생각은 없으세요?
"뮤지컬은 잘 되지도 않는데... 뮤지컬 배우들이나 잘 팔리면 괜찮지만 제작자는 돈 못 벌어요. 연극을 하면 크게 망하지는 않지만 뮤지컬은 돈이 많이 드니까 투자자들이 돈을 쉬이 내지 못하기 때문에 빚만 늘어나고…… 실속 없어요. 요즘 보니까 외국 뮤지컬 그대로 들여 오대요.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대학에서 한동안 강의도 하셨는데 어떠셨어요?
"행복했어요. 한양대나 중앙대, 동국대에 비해서 열악하고 그러니까 기 살리려고 공연 있으면 꽃 100송이랑 케이크 맞춰 조 의원도 모시고 갔어요. 학생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정말 열심히 하니깐요. '극단 김금지 '도 만들려고 만든 게 아니라 내 제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에요. 학교가 2년제이고 중앙무대에 쉬이 나오기 힘든 학생들이었거든요. 나는 그때 내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그래서 극단을 만든 거예요. 처음에는 전부 다 내 제자들로만 오디션을 봤어요. 그러다 늘 제자들로만 할 수가 없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력 있는 사람들을 쓰고 그랬답니다."

   
▲'선셋대로'/빌리 와일더 作(2003)/남명렬 정재진과 함께

역시 쓴 소리로 일갈하는 그녀는 8년을 서일전문대에서 겸임교수를 맡았다. 굉장히 엄한 선생님이었을 것 같은데 옆에 있는 제자들 말을 들어보니 그건 또 아니다. 웬만해서는 혼내지도 않고 강의 내내 강의실을 웃음으로 가득 채우던 선생님이었다고 귀띔한다.

-조 의원님 많이 도와드리나요? 지역구 관리라던가.
"그 전에도 나는 지역구 관리 같은 건 하지 않았고 그저 남편 건강 챙기는 그런 일만 했어요. 나는 돌아다니면서 손님 챙기고 이런 거 못하겠어요. 돈 대주고 사무실 차려주긴 하지만.(웃음)"

-좀 전  말씀에서 한팩이 기획공연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셨는데요, 한팩이 좀 더 바람직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문화관광방소위원회 상임위원조 의원님이 도와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내가 극장 측에 기대가 많은 탓에 불평을 하긴 하는데 그런 식은 해결책이 아니에요. 그건 연극인의 입장에서 내가 한 말이고, 우리 집 바깥양반과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말에는 남편 조순형 의원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실제로 그녀는 '남편 이야기'(1991)라든가 '조순형'(2007) 등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책 속에서도 재밌게 풀어낸 적 있다. 평소 조순형 의원과 어떻게 살고 있을까.

-조 의원님 때문에 하는 일에 제약이 있진 않으세요?
"내가 원래 더 유명했지요.(웃음) 조 의원은 나중에 정치를 했잖아요. 지금 '조순형의 부인' 이렇게 알려져도 나는 화가 안 나죠. 조 의원은 더 긴 세월을 '김금지의 남편'으로 살았거든요. 그때 남편이 전혀 질투도 안 하고 많이 도와주고 그랬습니다."

-사이가 좋으시네요. 어떤 부분들 때문일까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인정하고 그런 부분이죠. 무엇보다 서로 좋아하니까. 우리 남편은 변덕이 없이 한결같아요. 나 없으면 못 살고... 나는 이래봬도 바른생활 여자랍니다. 매력 없을 정도로. 술도 못 먹고, 담배는 잘 폈는데 요즘 끊었어요. 몸에 안 좋다 그래서. 별로 만나는 사람도 없어요. 우리 남편이 집에 있기 좋아하니까 밤낮 집에서 둘이 놀고 있답니다."
 

   
▲노부인의 방문 출연진들과 공연이 끝난 후 서로를 격려하며 파안대소하고 있는 김금지

-책을 5권이나 내신 작가이기도 한데요. 선생님 집안이나 남편이나 선생님께서도 특별한 인생이잖아요. 그 이야기를 모아 책을 낼 계획은 없으신지요?
"책을 내려고 내는 것이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의 원고를 모아 책을 낸 거지요. 일부러 책을 내기 위해 쓴 적은 없어요. 내가 남편이 참 제대로 일한 것 같아 '의정활동 한 거, 의사록 정리해라. 그걸로 책을 내겠다. 그러면 정치하는 학도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러긴 했어요. 조 의원이 알려진 거 말고 진짜 감탄할 정도의 일들도 많아요. '조 의원님 같은 사람 다섯 명만 있어도 나라가 달라질 거다.'라는 말 많이 듣거든요. 사실 선거 때마다 책을 냈었어요. 간접광고라도 하고 그러려고.(웃음) 내 글이 쉽고 웃기니까 많이들 좋아해요. 한 때는 배우인지 글 쓰는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로 원고청탁이 계속 들어와 이제 안 쓰겠다고 결단하고 그렇게 끝냈어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도 많으실 듯합니다.
"항상 생각해요. 좋아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해요. 학교에 있을 때도, '너 장동건처럼 잘생기지 않았잖아. 그런데 연기도 열심히 안 하면 어떡해? 송강호 봐라. 잘 생겼냐? 연기 잘 하니까 잘 되잖아. 잘 하면서 좋아하는 일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랬어요.
내가 어떻게 해주면 금방 배우가 되는 줄 착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근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본인이 다 해야 돼요. 연극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요. 어렵지만 자신의 재능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해요. 거의가 다 낙오가 돼요. 연기는 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스스로 잘해야 해요. 좋아한다고 뛰어들 일이 아니에요. 연극계가 아무리 절망적이라고 해도 어딘가에 꽃피는 쪽은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그 얘기밖에 해줄 수 없네요."

   
▲'밤으로의 긴 여로'/유진 오닐 作(2007) 박웅(좌측)씨와  호흡을 맞췄다.

대략 2시간여 이어진 인터뷰를 마치자 '노부인의 방문' 쫑파티에 가야 한다며 서둘러 일어나는 이 시대 최고 연극배우 김금지. "돈은 내러 가야 할 것 아니야?"라며 웃는 모습에서 동료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극단 김금지'의 대표로, 관록 있는 실력파 여배우로, 남편의 충실한 동반자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참 연기자 김금지. 그녀의 올곧고 충실한 행보는 앞으로도 오래 이어질 것 같다.

 

김금지 프로필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
-국립극장 부설연기인 양성소 1기 수료
-(전)국립극단 단원 / 극단 자유 단원
-연극배우협회장 역임
-서일대학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역임
-국립극장 연극분야 명예위원
-극단 김금지 대표

1965 제2회 동아연극상 여우주연상 <전쟁이 끝났을 때>(동인극장, 임영웅 연출)
1965 한국연극연화상 여우주연상
1973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극단 자유, 최치림 연출)
1979 꽃봉지회 '한국 연극예술상'
2001 연극협회 '올해의 배우상'
 

2011<'노부인의 방문>'공연과 리뷰'올해의 베스트 레퍼터리 공연상(극단 김금지,원영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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