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금강테마박물관 학예사 유은지] 특별한 박물관에는 특별한 학예사가 있다
[인터뷰-해금강테마박물관 학예사 유은지] 특별한 박물관에는 특별한 학예사가 있다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1.17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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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멧, 카자흐스탄' 발간, "문화로 국제적 기여하고 싶어"

거제의 해금강 테마 박물관은 조금 특별한 박물관이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지만 대중의 관심사를 시기적절하게 전시회에 반영하는 ‘테마 박물관’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의욕적인 관장을 필두로 ‘가르치는 전시보다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전시’를 만들고자 하는 이 박물관은 거제의 작지만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게 특별한 해금강 테마 박물관에는 특별한 학예실장(큐레이터)이 있다. 이번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봉사단원 경험을 바탕으로 ‘라흐멧, 카자흐스탄’을 발간한 유은지 씨가 그 주인공.

먼 거제에서부터 서울로 올라온 해금강 테마 박물관의 학예실장 유은지 씨를 만나봤다.


▲ '라흐멧, 카자흐스탄'의 저자이자 해금강 테마박물관의 학예사로 재직중인 유은지 씨

- 일단 박물관 이야기부터 들어볼게요. 사실 지방 박물관이 애로사항이 많을 텐데 해금강 테마 박물관은 거제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어 놀랍습니다.
“저희 박물관의 전시실은 크게 세 종류에요. 5-70년대 거리, 교실 등을 재현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 근·현대 생활사관과 유럽의 장식과 복식, 배 모형이나 해양 고지도 등을 전시하고 있는 특별관, 마지막으로 지역 작가들의 전시를 하는 유경 갤러리가 있어요. 요즘 박물관의 추세가 직접 체험을 중요시해요. 그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할 수 있는 즐거운 박물관을 만들려고 합니다.”

- 전시 주제가 다양한데요, 박물관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희 박물관은 하나의 주제를 고수하기보다는 다양하게 테마별 전시로 나가자는 것이 박물관을 세울 때 관장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여러 테마를 즐기면서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게요. 뿐만 아니라 저희 박물관은 지역 사회와 협력해 무료 관람이나 무료 콘서트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수도권 아닌 거제와 같은 지역에서도 문화 혜택을 많이 제공하고 싶은 거죠. 사실 많은 사립박물관에서는 그런 문화지원사업을 귀찮아하는데 우리 관장님께선 의욕이 넘치세요.”

- 이제 유 학예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소설을 세 권이나 쓰셨고, 기자 경험도 있고, 지금은 학예사를 하고 계시는데요.
“저는 원래 물리학과였고 물리학 전공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인류학, 민속학 책을 읽게 된 거예요. ‘아 진짜 이런 걸 하고 싶다’ 생각해서 일단 사학과로 전과를 한 후에 민속학 대학원을 갔어요. 그래서 첫 소설 ‘귀매’도 판타지 소설로 분류되지만 제 나름대로는 인류, 민속학 관점에서 쓴 소설이에요. 서울에서 기자직 했을 때도 재밌었어요. 덕분에 간결한 글쓰기를 배울 수 있었죠. 그 때 신문이 에너지 관련이라 카자흐스탄에 대해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카자흐스탄에 가게 될 줄은, 가서 봉사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 이번에 ‘라흐멧, 카자흐스탄’을 발간하셨는데요, 책에서 경계인, 변방인의 처지에서 오는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KOICA 봉사 지역을 아프리카로 지원하긴 했지만 전 왠지 그때부터 카자흐스탄에 갈 것 같았어요. 결국 카자흐스탄에서 봉사하게 됐는데 간 지 1년 정도 됐을 때 경계인으로서의 입장을 굉장히 많이 느꼈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예전에 민속지 쓰는 작업도 했지만, 정말 오랫동안 현지 사람들과 지내면서 글을 쓰면 확실히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에쓰노그래피(ethnography)를 쓰고 싶었던 거죠.”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행정가로서 부족함을 느껴요.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가를 생각하면 헌신적인 자세만 보는데, 실제로는 현장에서 유능하게 행정 처리하는 능력도 중요하거든요. 저는 그런 쪽에 자신이 없어서 다른 일을 하고 싶어요. 솔직히 저는 국제 원조나 협력 등에 더 관심이 있거든요. 그래서 미래에는 문화로 국제적인 기여를 하는 일에 종사하게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