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맛있는' 푸드아트, 성공적인 이색전시
[전시리뷰]'맛있는' 푸드아트, 성공적인 이색전시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2.01.17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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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디자인이 대세다. 뭐가 됐든 감각적인 디자인의 옷을 입으면 대상의 기능이나 이미지가 사뭇 달라진다. 전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본지 1월 5일자 컬럼에서 비슷한 시기에 막을 올린 공예전시와 디자인전시 두 곳을 리뷰하며 디자인 트렌드의 위력을 생생하게 소개한 바 있다. 디자인은 장르를 넘나들며 대단한 인기몰이 중인 것은 확실하다. 이젠 미술과 음식이 디자인의 옷을 입어 흥미로운 푸드아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곳곳에 갤러리들이 푸드아트 전시를 다양하게 열었었다. 유행 따라 올 초에도 어김없이 음식을 소재로 한 미술전시가 흥미를 끌고 있는 것이다. 예술의 전당 'Chocolate' 전시와 세종문화회관 '맛있는 미술 2011 Art & Cook'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 중인 '맛있는 미술 2011 Art & Cook'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 중인 '맛있는 미술 2011 Art & Cook' 전시는 22명 작가들이 음식과 식재료를 이용해 예술품을 창조해냈다. 다양한 참여 작가의 아이디어와 무궁무진한 음식의 변신이 상상을 더해 흥미롭다. 그러나 소재가 음식인 것 외에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미술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되어보기 전엔 작품을 100% 이해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단지 작품의 재료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즐기던 음식이라는 점에서 친근하게 흥미를 유발하기는 하지만, 관람객의 궁금증을 유쾌하게 풀어내진 못했다.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반감의 평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친절함이 요구된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푸드아트로써 예술로의 탄생을 전시를 통해 함께 제시됐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예술의 전당 v갤러리에선 지난해 12월 12일부터 'Chocolate' 전시가 열리고 있다. 누가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이용한 에듀테인먼트 전시이다. 전시는 '동화나라 초콜릿이야기'라는 주제로 시작한다. 여느 에듀테인먼트(교육과 오락의 합성어) 전시와 다를 바 없이 역사와 체험을 소재로 스토리를 이어간다. 협소한 예술의 전당 v갤러리 공간을 연출력이나 디자인 기술로 대신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게다가 도슨트는 전시설명을 듣는 대상에 따라 스토리를 달리해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수준도 여느 전시장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수준이었다. 담당자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도슨트 시나리오가 대상에 따라 달리 준비해 교육을 받은 결과라 했다.

전시동선도 나름 규칙성이 있다. 달콤한 향기가 가득한 전시장 입구에서 카카오나무를 만나 전시동기부여를 확실히 해 주고, 시카고 필드 뮤지엄에서 공수하온 복제품 유물들로 역사를 밟아간다. 잠시 지루한 틈을 타 ‘초코랜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초콜릿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영상을 통해 관람한다. 집중력이 떨어질만 할때면 초콜릿 만들기 체험을 해볼 수 있고, 초콜릿이 다 굳어질 때까지 쇼콜리티에(초콜릿 공예가) 예술작품을 관람하면 된다. 예술을 만들어낸 쇼콜리티에 작품을 보며 정말 초콜릿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해 하던 차에 전시장 끝에선 마술쇼가 펼쳐진다. 좁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했다.

물론, 예술의 전당 v갤러리 전시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다. 다소 공간이 좁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은 전시를 디자인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칫하면 '너무 볼것이 없다'는 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두 전시를 보면서 디자인 힘을 비교해봤다. 푸드아트는 미술전시에서 기획의 일부로만 인지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장르도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두 전시는 기획력이나 연출력에 있어서 지금껏 소개된 푸드아트 전시 중에 최상의 디자인 전시를 선보인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Chocolate' 전시는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푸드아트의 소재를 에듀테인먼트 전시화하는 데에 탁월했다고 본다.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불리는 초콜릿이 하나의 상품으로 브랜드화 되는 것이 아닌 순수 교육과 오락적 측면에서 전시로 디자인 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충분히 상업적일 수 있는 소재이고 예술로만 치우칠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관람객만을 고려해 '초콜릿'을 전시하고 있음에 새로운 시각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한 걸음 발전해간 국내 디자인 전시에 기대를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