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문화비평] 문화정책과 문화이론 I - 문화자본론
[천호선의 문화비평] 문화정책과 문화이론 I - 문화자본론
  • 천호선 컬쳐리더인스티튜트원장
  • 승인 2012.01.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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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파리에서의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에서는 문화를 ‘한 사회와 집단의 성격을 나타내는 정신적, 물질적, 지적, 감성적, 특성의 총체이며, 예술이나 문자의 형식뿐 아니라 함께 사는 방법으로서의 생활양식, 인간기본권, 가치, 전통과 신앙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하였다. 이에 따르면 문화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삶의 내용으로서 계속 축적되면서도 끊임없이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변천과정을 볼 때, 과거 물질적 풍요만이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할 것으로 생각했던 경제성장 위주의 국가정책에서 문화는 소홀히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정신적 풍요가 물질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 즉 문화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따라서 문화는 국가정책의 기본 요소가 되었다. 이제 문화는 토지, 노동, 자본, 경영에 이어 제5의 생산요소가 되었으며, 문화는 과학기술과 함께 경제발전을 이끄는 양대축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21세기 문화와 정보의 시대에서 물질보다 문화가 우위에 서는,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일찍이 엘빈 토플러는 역사 발전단계 분석에서 ‘앞으로 사회와 기업의 살 길은 문화예술의 힘에서 찾아야 하며, 문화예술이 세계를 이끌어 가는 시대, 문화기반 없는 사회나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이와같이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배경으로 문화이론 중에서도 프랑스의 세계적 사회학자, 철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문화자본론이 부각되고 있다. 부르디외는 자본을 경제적 차원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 경쟁의 도구로 사용핳 수 있는 모든 에너지로 파악, 화폐를 매개로 해서 소유권 형식으로 제도화된 경제자본 이외에 문화자본, 사회자본, 상징자본을 자본속에 포함시키고 있다.

문화자본은 일정 조건하에서 경제자본으로의 전환도 가능한데, 다음의 세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첫째 ‘체질화된 문화자본’은 지식, 교양, 기능, 취미, 감성 등과 같이 이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의 개인별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각 개인에게 체질화된 문화적 능력이다. 둘째 ‘객관화된 문화자본’은 그림, 책, 기계, 도구 등 법적 소유권의 형태로 존재하는 문화적 재화이다. 셋째 ‘제도화된 문화자본’은 교육제도를 통해 주어진 학위증서와 같이 공적으로 보장받는 형태로 존재한다.

사회자본은 상호인식과 상호인정으로 부터 제도화된 지속적 관계망의 소유와 관련된 현재적이고 잠재적인 자본으로서 ‘인맥’이란 개념과 비슷하다. 따라서 한 사람이 소유한 사회자본의 총량은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연결망의 범위와 그 연결망에 연결된 각 사람의 경제, 문화, 상징자본의 총량이 된다.

상징자본은 명예, 신용, 위신 등 상징적 효과로 사회적 관계 구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다른 자본의 순기능적 사용을 승인하거나 임의적 사회관계를 정당한 관계로 변형시키는 보이지 않는 상징적 힘을 갖고 있다.

이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과거 제조산업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의 경제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제조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과학기술이라면, 서비스산업은 문화예술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