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박정수의 뒷방 이야기-듣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
[미술칼럼] 박정수의 뒷방 이야기-듣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
  • 박정수 미술평론가
  • 승인 2012.01.18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그맨이 이야기하는 ‘불편한 진실’은 어디에도 존재한다. 사실은 알면서도 아니라고 이야기해야하는 경우

▲박정수 정수화랑 관장
가 있고, 아님에도 사실이라고 말해야할 때도 있다. 이를 두고 착한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어색하고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세상에는 맘에 드는 작품 조금과 맘에 들지 않는 작품 대다수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전시장에서 ‘이 작품 어때요?’라고 물어오면 갑자기 맘에 들어야 한다. 겉과 속은 정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겉으로는 세상의 거의 대다수 작품이 맘에 든다. 작가가 직접 물어 올 때는 100% 훌륭한 작품이며 대단한 예술성을 가진 작품으로 둔갑한다. 거짓말해도 경찰 출동하지 않는다. 사실을 말해도 아무 문제 없지만 작가와 불편해질 따름이다.    

 세상에는 그림 그리는 분들이 무척 많다. 정말 이분은 아닌데 싶어도 화가로 살아남기를 원하며, 작품 활동에 목숨 건다. 작품이 명성을 얻지 못할 때에는 작품 활동을 위한 기이한 행위에 자신의 최선을 걸기도 한다. 머리를 기르고 콧수염을 기르고 옷차림이 특이하다. 이상한 행동을 행위예술이라 칭하는 것 등은 아주 일반적이다. 너무 흔해서 특이 사항으로 말하기 어렵다.

작품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어떤 분은 평생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기고, 더러는 수십 점 남긴다. 어느 경우라도 최선을 다한 예술인생이다. 과거에는 많음과 적음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조금’을 가지고 ‘많다’라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드러나지 않는 예술성과 희소성을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미술시장의 유통에 무너져 버렸다. 많이 그리지 않고서는 화가라는 말을 할 수 없는 시대다. 그렇다고 너무 많아도 곤란하다. 어느 경우든 자신만의 특별함을 이야기 하여야 한다. 특별하다는 것은 아주 평범한 물건들과 견주어서 더 낫다는 말이다. 독특하다는 말 역시 일반적인 것들 사이에서 뭔가 색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

특별하지만 불편한 사실들이 많다.

미술시장은 냉혹하다. 냉혹한 미술시장에 적응하는 민첩한 행동이 필요하다. 자신의 위치를 호당 가격으로 삼아 30만원 하던 호당가격을 40만원으로 올려놓고 60% 할인하여야 살아남는다. 평소에는 작품가격 절대 안 깍아 준다 주장하다가도 '00돕기 자선행사 전시'나 '△△을 위한 특별전'이라는 명분만 있으면 낮은 가격에도 작품을 제공한다. 술값이나 옷값으로 절대 교환되지 않는 작품이라도 팜플렛 제작비용이나 액자비용, 전시장 임대비용으로 ‘퉁’ 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 받아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미대를 졸업하면 무조건 호당 5만원이다. 100호짜리 500만원이 아니라 300만원이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다. 그런데, 미술 애호인들은 300만원이면 검증받는 작가 10호 작품 산다. 절대로 100호 작품 안 산다. 불편한 진실이다. 자신의 화력(畵歷)이 화려하기 때문에 경제와 타협하지 않았던 화가님들. 명성과 거래 없이 미술품이 유족들에게 남겨지면 처치 곤란한 유품이 된다. 유족들은 버릴 수도 없는 유품을 내내 껴안고 살아야 한다. 기본적인 인지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작가가 죽어도 그림 값은 오르지 않는다. 참으로 불편하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변했다. 예술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가는 품목이다. 시장 환경에 적응하는 것보다 앞서 달리는 2012년이 되어야 한다. 불편한 진실은 ‘따라쟁이’들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