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극배우 이상직]연극과 조화를 이룬 삶 원해
[인터뷰-연극배우 이상직]연극과 조화를 이룬 삶 원해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1.19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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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세심함 지닌 연출가 되고파

지난해 11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주관한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연극배우 이상직. 그는 연기경력 20여년의 베테랑 연극배우로서, 국립극단원제도 폐지 전까지 18년 동안 국립극단의 수석배우로 몸담았다.

2000년과 2004년 ‘히서연극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 ‘브리타니쿠스’의 ‘네로’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2004년 ‘귀족놀이’의 연출가 에릭 비니에는 그에 대해 “배우로서의 감성이 뛰어나다”고 극찬했으며, 2003년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역대 배우 중 가장 완벽한 ‘연산’을 연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11월 ‘오이디푸스’ 앙코르공연에서는 고전과는 다른 ‘오이디푸스’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현재 전남 구례로 거처를 옮겨 귀농생활과 연기생활을 병행하며 그토록 바라던 연극과 삶의 조화를 이뤘다.

가짜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대 위에 올릴 수 없다는 연극배우 이상직,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연극배우 이상직
늦었지만 ‘2011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과 함께 상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수상 자체도 굉장히 기쁜 일이지만 이면에는 격려의 뜻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길을 열심히 가고 있구나,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는구나…하고요. 저에겐 이번 수상이 참으로 힘이 됐습니다”

구례에서 귀농 생활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신가요? 서울 생활에 비해 불편함도 많을 것 같은데요.
“왜 다들 그렇게 묻는 걸까요?(웃음) 불편함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서울보다 차도 덜 막히고 더 좋은 걸요. 또한 인터넷도 막힘없이 아주 잘됩니다”

2008년 ‘겨울 해바라기’를 비롯해 2011년 ‘기생점고’에 이르기까지 연출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20년간의 연기 경험에 빗대어 볼 때 연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요?
“세상과 인간을 보는 자신의 시선입니다.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연출에서든 연기에서든 흥미로운 작업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연기 경험 때문인지 연출 과정에서 배우가 마음을 잘 열 수 있도록 혹은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최근 연출한 ‘기생점고’는 판소리를 접목시킨 창극입니다. 정극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시는 건가요?
“국립극장에 있을 때부터 창극에 관심이 있었어요. 판소리가 갖고 있는 성질, 즉 관객과 소통하려는 성질과 ‘프로시니엄 무대’(편집자 주 : 프로시니엄 무대란 무대와 객석 사이에 건축적인 구획을 두고, 관객은 영화를 보듯이 틀을 통해 연극을 보는 방법을 말한다.)가 지니고 있는 단절된 성질간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곤 했었거든요. 이번 ‘기생점고’는 구례에 살게 된 인연으로 우연히 하게 된 작업으로 본격적인 작업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국립극단 재단법인화 과정의 불합리에 대해 누구보다 분노하고 개선에 앞장섰습니다. 현재 국립극단엔 단원제도가 없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단원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립극단이 지속적인 공연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이 배우를 뽑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법인화 이전의 단원제도에 문제점이 있었다면 개선이 필요한 것이지, 무조건 해체하고 프로덕션 체제로 가는 것은 국립극단의 예산과 규모 그리고 단원 수를 확장하겠다는 애초의 법인화 계획과도 크게 벗어난 것이에요. 단원제도가 안 좋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힘을 갖고 있으니 결국은 이런 상태로 온 것이겠죠. 법인화 이후 국립극단의 공연에서 ‘이것이 국립의 공연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공연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저 이런저런 공연의 나열일 뿐이에요. 그런 작업은 국립극단이 아니어도 다 합니다”

얼마 전 국립극단의 ‘오이디푸스’ 앙코르공연에 다시 오이디푸스로 무대에 오른 것을 보고 의아했습니다. 초연 당시, 국립극단의 단원제도 폐지 소식을 듣고 국립극단의 공연엔 다시 서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심적 변화가 있으셨던 건가요?
“초연 이후 극단이나 연출가에게도 분명히 얘길 하고 매듭을 지은 상태였어요. 하지만 연출가 한태숙 선생님께서 앙코르공연을 준비 중에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도저히 새로운 배우를 기용해 다시 연습하기엔 무리가 생긴 것입니다. 국립극단과 문광부의 처사에 반대는 했지만 작품과 동료들을 향한 신뢰와 공연이 무사히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결국 제 결심을 꺾게 됐죠”

▲이상직 배우는 '오이디푸스'에서 재해석된 '오이디푸스'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극단 소속 배우로 활동하다 현재는 ‘자유인’으로서 연극계에 몸담고 계시는데, 국립극단 배우 시절과 비교해 현재 연기 활동에 만족하시는지요.
“오히려 지금이 훨씬 편안합니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자유인’이니까요.(웃음) 오랫동안 꿈꿔왔던 농부의 꿈도 조금씩 이뤄가고 있고, 구례에서 극단도 창단해 지금 열심히 첫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년 넘는 배우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이 있다면요?
“2000년 연기했던 ‘브리타니쿠스’의 ‘네로’에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도 받았을 뿐더러 그 작품 이후로 연극과 작품을 보는 제 견해를 바꾸게 됐거든요”

진정한 배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정한 배우란 삶과 인간을 사랑하며 그것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연구하는 배우가 아닐까요”

배우로서, 연출가로서 현 대한민국 연극계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진정성의 결여인 듯싶습니다. 연극의 역할이 무엇인지 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연극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연극인들은 삶과 세상에 대한 그리고 자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꿈,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농부이자 연극인의 삶을 조화시키는 것이에요. 작은 농장을 만들어 깨끗한 먹을거리로 배를 채우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극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싶습니다”

■수상경력 2011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 최우수상, 2004 히서 연극상 올해의 연극인, 2001 제37회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 2000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작품활동 파우스트, 혈맥, 태, 브리타니쿠스, 우루왕, 공민왕 비사 파몽기, 줄리어스 시저, 붓다를 훔친 도둑, 문제적 인간 연산, 우먼인 블랙, 인상차압, 귀족놀이, 떼도적, 베니스의 상인, 우리읍내, 황색여관, 산불, 테러리스트 햄릿, 백년언약, 죠반니, 오이디푸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