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의릉 재건축, ‘슈투트가르트21’ 거울삼아야
정릉·의릉 재건축, ‘슈투트가르트21’ 거울삼아야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1.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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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40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름아닌 정릉·의릉 재건축 때문이다. 3년전 독일 드레스덴 엘버계곡도 교각 건설 때문에 문화유산에서 삭제됐다. 그 결과 지난 2011년 슈투트가르트중앙역 재건축계획이 시민들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 아울러 도시개발재건축정책을 추진한 남부독일 지방정부도 교체됐다. 

▲ 정릉재건축 현장이다. 왼쪽상단에 화살표로 표시된 우방아파트 뒤가 정릉 능찰 흥천사, 능침으로 표기된 곳은 정릉이다. 현재 이 구역은 고층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으로 완공되면 정릉은 아파트병풍에 둘러싸이게 된다.

 정권도 교체하는 문화유산의 힘

지난 2009년 6월 26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이하 WHC)는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계곡’을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시켰다. 지난 2006년 계곡을 가로지르는 엘베강 교각건설이 원인이다. 그리고 다음 날 27일 우리나라 사적지인 정릉.의릉 포함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당시 WHC는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조건으로 한국정부로부터 문화재 복원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정부가 문화재복원사업을 포기하고 재개발을 추진하면 세계문화유산지정은 자동 취소된다.

독일은 3년 전 드레스덴의 엘베계곡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명부에서 삭제되자 현지 미디어와 여론이 크게 동요하는 등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 독일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지정 국가로는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 등록취소’라는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그 뒤 2010년 남부독일의 대도시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중앙역사 건물철거 및 재건축을 골자로 한 ‘슈투트가르트21’이라는 계획안이 현지 바덴-뷔텐부르크 주지사와 중앙정부에 의해 본격화되자 시민, 사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재건축 반대연합은 '슈투트가르트21 Nein'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지난 2년동안 지방정부 및 경찰들과 격렬한 충돌을 빚었고, 급기야 지난 해 3월 지방선거에서 남독총선역사상 처음으로 보수기독민주당 정권이 교체되는 이변이 속출했다.

지난 1922년 모던양식으로 건축된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은 1987년 지정된 독일문화유산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다. 그런 건축물을 철거하고 지역현대화계획에 따라 중앙역을 지하터널방식으로 바꾸려고 하자 현지 시민들과 야당 녹색당, 사민당이 연합해 전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지난 2008년 한국이 ‘광우병 수입반대 촛불집회’로 정국이 몸살을 앓았던 당시처럼 독일도 유사한 현상을 겪은 것이다.

결국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남부독일 사상 처음으로 보수 기민당의 텃밭인 슈투트가르트 시와 의회, 그리고 바덴-뷔텐부르크 주(州)가 만년야당인 녹색당과 사민당으로 교체됐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추진했던 도시재건축정책이 시민들의 반대로 충돌하고, 급기야 지방정권마저 바뀌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 2011년 3월 독일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온라인 특별판을 게재하고 이번 바덴州(독일의 호남)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된 녹색당은 10대부터 30대가 주축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남독지방의회가 생긴이래 첫 정권교체이며,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재건축이 주요원인으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