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게 살자", "답게 살자"
"답게 살자", "답게 살자"
  • 양훼영 기자
  • 승인 2009.05.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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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아는 베테랑 배우 '최종원'

“무대에서 벗어야 하는 역할이면 지금도 벗을 수 있다”며 체력적 힘든 건 아직 못 느낀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17년 만에 연극 [기막힌 사내들](연출 구태환)에 출연하게 된 최종원 배우는 옛날과는 또 다른 긴장과 떨림을 느끼고 있다며 인사말을 대신했다.

17년 만의 기막힌 ‘돈(Don)’으로 돌아오다

연극 [기막힌 사내들](연출 구태환)은 시카고 뒷골목 고물상을 배경으로 한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17년 전 초연 공연에도 돈(Don)으로 출연한 최종원은 “별 볼일 없는 세 남자가 하룻밤 사이의 일확천금을 노리다 그 꿈이 깨지면서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렸다”라고 소개한다.

이 작품은 데이비드 마멧의 처녀작인 ‘아메리칸 버팔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글 제목인 ‘기막힌 사내들’은 17년 전 최종원이 직접 단 제목이었다.

“세 남자가 허황된 꿈을 꾸다가 그 꿈이 무너져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바로 ‘기막힌’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고 말한 최종원은 “지금의 사회가 너무나 ‘복권화’ 되어 있다. 작품에서는 윗사람들은 모르는 소시민들의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최종원은 이번 작업이 꽤나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우선 작품에 대한 해석이 17년 전과 너무나 달랐다”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자신을 붙잡을 때마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7년 만에 대학로 연극을 하니 체질화 부분에서 벗어나 빨리 와 닿지 않았던 것도 있다. 함께한 윤여성 역시 자신의 성격과 다른 역할을 해서 부대끼고, 밥을 연기한 최진호는 우리가 어려워서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도 했다.”

연습실이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하다 못해 침울해 보이기까지 했다곤 하지만 세 명의 배우를 비롯한 연출 및 스태프들은 마음으로 통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의 이순재를 시작으로, 박정자, 손숙, 강부자, 신구 등 최근 대학로 연극계는 베테랑 연기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이를 두고 최종원은 닮고 싶은 선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선배들의 힘이 곧 연극인의 위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면 웃으면서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선배다운 선배로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그는 자신의 신조가 “답게 살자”라 한다. 어느 위치에서든 각자의 위치’답게’ 열심히 한다면 원하든 원치 않든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라며 덧붙여 설명했다.

연기자로서는 죽을 때까지 연기만 하다가 죽겠다면서 “그럼 죽을 때 약간은 웃으면서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직도 연기를 모두 안다고 말할 수 없어 실험극에도 도전해보지 못했다는 최종원은 연극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연극을 하면서 배고픔까지 각오할 수 있는 그는 ‘연기자답게’ 그리고 ‘선배답게’ 사는 진짜 배우였다.

팔을 걷어보니 긴 상처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공연 리허설 때 권총에 긁혀 피가 난 것이다. 눈으로 대충 봐도 족히 10㎝ 이상은 되어 보였다. 아픔을 참고 겉으로 내색도 없이 인터뷰에 응했던 것이다.

올해로 환갑을 맞이했지만 최종원은 ‘배우답게’ 자신의 일을 끝마친 후에야 조금의 통증을 호소했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라는 말로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까지 ‘선배다운’ 의연함도 보여줬다.

NC culture 양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