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그룹 검찰기소, 여론은 해커스보다 美교육평가원 더 비난
해커스그룹 검찰기소, 여론은 해커스보다 美교육평가원 더 비난
  • 이수근 기자
  • 승인 2012.02.07 17: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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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익·텝스 문제 불법유출로 검찰에 기소된 해커스그룹 [사진=KBS 뉴스]
족집게 영어학원으로 명성을 떨쳐온 해커스그룹이 검찰에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해커스교육그룹'(이하 해커스그룹)이 007을 방불케 하는 작전으로 토익(TOEIC)과 텝스(TEPS) 시험 문제를 불법유출해온 것이 밝혀져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언론과는 달리 여론은 오히려 해커스보다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의 꼼수를 지적하는 다소 의아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종)는 "한국 수험생의 영어 실력에 의문을 ETS가 검찰에 진정을 넣어 수사를 시작해 지난 2007년부터 지난 1월까지 토익 49차례, 텝스 57차례의 문제를 유출한 것을 발견했다"며 "독해 등은 각 연구원들이 암기를 부여받은 문제만 외운 후 시험이 끝난 후 바로 인터넷으로 총괄자에게 전송했다"며 "리스닝은 몰래 녹음 후 외국인 연구원에게 전송해 문제를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커스 그룹은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만년필형 녹화 장치 등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첨단 장비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각 파트별로 암기부분을 미리 지정한 뒤 시험업무 매뉴얼, 후기 작성업무 매뉴얼, 녹음·녹화 지침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문제 유출하는 치밀함을 보여 세간을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불법 행위가 밝혀졌음에도 수험생·취업준비생들은 해커스 그룹의 검찰 기소를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토익 어학원의 인지도나 명성도에서 1위를 달리는 해커스를 저지하기 위한 ETS의 꼼수가 아닌가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수준 높은 무료강의를 제공해왔던 해커스 그룹의 기소는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 해커스그룹 검찰기소, 해커스 토익 문제집과 해설집 [사진=해커스 토익 홈페이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A씨는 “해커스 그룹은 무료 예상강의나 토익 해설지를 공짜로 볼 수 있는 등 자료 무료 배포를 하니까 돈이 없거나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해커스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엄연한 불법행위를 했지만, 딱 집어서 해커스만 욕하는 ETS가 괘씸하고 이제껏 몇 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굳이 지금 드러내는 것도 수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토익공부를 하고 있다는 B씨는 “시험은 실력 체크를 위해서라며 만든 공익인증시험은 돈벌이 위해 문제숨기고 조금씩 바꿔 돌려쓰고 응시료 슬금슬금 올려받는 건 문제가 아니냐”며 “무료동영상+후기 공짜로 돌리고 족집게 광고한 해커스만 문제 돈벌이에 미친 기업처럼 언론에 나오는데 비판을 하려면 둘 다 같이 해야한다”고 언론이 해커스 그룹만을 표적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밖에도 'ETS측에서 애초에 기출 문제를 공개했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왜 하필 해커스만 조사를 받느냐’ 등의 의견이 분분하면서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응시료만 계속 올리는 ETS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해커스어학원은 7일 홈페이지 회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에서 주장과는 달리 해커스는 토익 시험 문제 유출을 통해 족집게식 과외를 한 것이 아니라 토익 시험 응시를 통해 최신 기출 문제와 경향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연구자료로만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방법상 문제가 있는 부분은 인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히고 “토익 응시자가 한번 시험에 4만2000원의 응시료를 내고도 시험 문제는 커녕 정답, 획득 점수 등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시험출제기관의 정보 독점을 정당화시킴으로써 수많은 수험생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매달 학습자들의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ETS의 관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ETS 본인들만 오히려 더 이미지 안 좋아진 것 같은데...”, “코믹이슈다. 토익공부하는 대한민국 학생들, 학원들 다 이렇게 하는데 검찰만 몰랐나보다”, “해커스가 토익의 진리네...토익정성 인증인가” 등의 반응을 보이며 ETS의 제 얼굴에 침 뱉기를 비난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쌓여왔던 ETS에 대한 수험생들이 터져 나오면서 해커스 그룹은 오히려 ‘검찰 인증’이라는 말과 함께 명성을 재확인 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비싼 응시료를 지불함에도 기출문제를 지키려는 ETS와 안보여주니까 불법으로라도 빼내겠다는 해커스 그룹, 진학과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토익시험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해커스 그룹 조 모 회장과 임직원 6명, 해커스어학원·해커스어학연구소 2개 법인은 내부 연구원 및 전 직원을 동원해 토익과 텝스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시험 문제를 외우거나 녹음하는 수법으로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됐다.

 

이수근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