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위한다며, 시민을 내쫓는 서울시?”
“시민 위한다며, 시민을 내쫓는 서울시?”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5.2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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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녹지축 조성, 상인들에 대한 보상․이주 대책 없이 공사 강행

서울시가 진행 중인 서울 종묘와 남산을 잇는 세운녹지축 조성사업이 세운상가 상인들에 대한 대책도 없이 진행돼 상가 상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 세운상가 상인들이 상인들에 대한 보상 등의 대책도 없이 시작하고 있는 서울시의 녹지화사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07년 5월 서울시가 발표한 세운녹지축 조성사업은 오는 2015년까지 종로의 종묘에서 세운상가, 청계천, 을지로, 퇴계로 구간에 폭 90m 길이 1㎞의 대규모 녹지대를 만드는 사업이다.

시는 세운상가 앞의 3천5백m² 규모의 부지(옛 현대상가 자리)에 녹지광장을 만드는 1단계 조성사업을 완료하고 20일 준공식을 가졌다.

하지만 행사장 주변에서는 세운상가 상인 500여 명이 ‘40년 전통의 세운상가 정상 영업 중’이라고 쓴 어깨띠를 두르고 녹지화 사업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오석태 세운상가시장협의회장은 “40년 전통의 세운상가를 지켜온 상인들에게 어떠한 보상이나 이주 등에 대한 대책도 없이 철거한다고 나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가 철거가 발표된 뒤부터 세운상가 3000여 곳의 상인들 모두가 같은 입장을 고수했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아무런 대책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세운상가에서 40년 동안 영업해온 배우성 씨는 “상가는 모두 개인소유인데 확실한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상인들에게 나가라는 것은 시민들을 위해 녹지축을 조성한다는 서울시의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시장이 ‘상인들과 충분한 합의를 거쳤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상인들의 표정에 수심이 가득하다.

준공식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곳에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반대하는 상인들이 많은데, 그동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보상 및 이주문제에 대해 토지·건물 소유자, 상인들과 충분한 합의를 거쳤다”면서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시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2단계 구간 사업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 취득·보상법 시행규칙’에 따라 임차 상인에게 최고 3개월 영업이익과 이사비 정도를 보상비로 책정하고 있지만 현재 보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의 사업 진행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석태 회장은 “1단계 조성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대상가를 허무는데, 시에서 묶어서 세운상가라고 발표해 아직 영업 중인 세운상가에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관계자는 “세운상가는 종묘에서 퇴계로 구간을 통칭하는 말로, 세운상가가 철거됐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면서 “이미 전자상가의 상권이 용산 테크노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지 녹지축사업 때문에 상권이 죽은 것이 아니다”라는 시각의 차이를 드러냈다.

 현재 상가 상인들은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배포해 세운상가에서 계속 영업 중임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한 시민은 종로3가 지하철역 입구에서 ‘세운상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받아들고 “세운상가가 헐린다고 해서 그동안 영업을 안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에게 ‘세운상가가 어디냐?’고 길을 물어보자 “저쪽인데, 거기 헐린다고 하던데...”라며 “현재 영업은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 상가 상인들이 종로3가 지하철역을 비롯한 종로 일대에서 나눠주고 있는 전단지.

인근 주민들도 새롭게 조성된 ‘세운초록띠공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종묘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이 공원도 종묘공원처럼 노숙자가 점령하고 곧 쓰레기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면서 화장실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시 푸른도시국의 한 관계자는 “관리사무소와 CCTV를 설치하는 등, 24시간 공원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며 “마땅히 화장실을 설치할 장소가 없어 세운상가와 종묘공원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단계 사업을 마친 서울시의 녹지축 조성사업 2단계는, 세운상가를 포함한 종로-청계천 나머지 구간과 청계천-을지로 구간 공사이며, 3단계에서는 을지로-퇴계로 구간이 녹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세운상가시장협의회는 서울시 등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서 앞으로 진행될 서울시의 세운녹지축 조성사업 추진에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행사는 박진 국회의원, 김기성 서울시의회 의장, 나재암 서울시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김충용 종로구청장, 이종환 종로구의회 의장, 주민 등 1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세훈 시장은 이 자리에서 사업추진 과정에서 순직한 고 김창원 SH공사 세운상가 보상팀장에 대한 감사패를 대리인에게 수여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