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큐레이터토크1] 큐레이터 수첩 속에 기록돼 있는 추억의 전시이야기
[이은주 큐레이터토크1] 큐레이터 수첩 속에 기록돼 있는 추억의 전시이야기
  • 이은주 갤러리 정미소 큐레이터
  • 승인 2012.02.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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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사진전_비주얼 인터섹션(/Visual Intersection.kr.nl)

 

오늘 날 미술작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수 많은 미술관과 전시장에서 이뤄지는 전시들을 물리적으로 다 감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이번 호부터 기획 연재를 통해 전시회의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의 전시기획 의도와 작가 및 작품에 대한추천글을 '큐레이터 수첩속에 기록돼 있는 추억의 전시' 코너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코너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이 자신들이 앞으로 기획할 전시나 또는 지나간 전시라도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리뷰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  첫번째로 대안 전시 공간인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의 이은주 큐레이터가 맡아서 연재할 계획입니다. 큐레이터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번에 소개할 전시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네덜란드 사진작가의 작업세계를 한국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했던 네덜란드사진전이다. 비주얼인터섹션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네덜란드의 뿌리깊은 예술적 성찰로 빚어진 현대 사진과 디자인의 경향을 살펴보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시각디자이너와 소통하여 또 다른 제3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의미를 자아내는 특별한 과정을 거쳐 기획된 전시였다.

▲ Erwin Olaf, <Barbara Scene>, 100x178cm, Lambda print, 2007

즉, 네덜란드와 한국의 문화예술의 소통의 끈을 사진과 디자인의 최신경향으로 묶어 보는데 의의가 있었으며, 이 전시를 통해 네덜란드 사진이 과거의 예술에 어떠한 영향을 받고 진행되고 있는지를 비롯하여, 최근엔 어떠한 트렌드로 사진작업이 쏟아져 나오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결과 네덜란드 사진의 경향을 세 가지의 카테고리로 묶였으며 이를 통해 한국과 네덜란드의 문화교류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두보가 되었다. 그렇다면 좀 더 전시의 글을 통해 네덜란드 사진작가의 작품들을 세세히 만나보도록 하자. 본 전시는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 2009의 특별전이었으며,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본 전시는 네덜란드의 사진예술의 경향을 읽어낼 수 있는 세 가지의 카테고리, "Staged Scene", "Still life", "Landscape"를 통해 구체화 되었다. 총 7명의 사진작가를 통해 네덜란드 사진계에서 일목요연하게 드러나는 특성을 제시함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진의 흐름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집중하고 있던 개념은 네덜란드의 다양한 예술장르들이 각각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그 장르들은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점이다.
가령 17세기 회화의 양식의 하나였던 자화상과 정물화 시리즈 물은 동시대의 역사와 작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 그러한 경향은 사진장르에서도 엿 보여진다. 이처럼 예술의 각 장르가 깊은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다양하게 얽혀 있는 광경 또한 네덜란드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 한 축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전시는 왜 네덜란드 사진과 예술이 전세계에서 인정받는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기술하게 된다.

▲ Ellen Kooi, <Sibilini-Rim>, 120x120cm, C-print, 2006
○ Why "Staged Scene" is so Good?
실상 네덜란드 예술 그 자체가 작가의 명성으로 유명했다는 것은 오래된 사실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렘브란트, 베르메르, 반고흐 그리고 몬드리안은 지금까지도 존경 받는 위대한 예술가들이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빛의 사용법과 ‘연출된’ 장면에서의 활발하게 활용되고 또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는 빛의 역할을 그림 안에서 잘 표현한 화가이며 그림뿐 아니라 20세기에 들어서는 디자인장르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기에 네덜란드에서 연출된 장면이라는 개념은 오래 전의 회화뿐 아니라, 최근의 현대 디자인 및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의 중요한 뿌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네덜란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잣대이며 이러한 기준은 전통을 비롯한 동시대 예술에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출장면”은 전형적으로 영화촬영을 위한 무대장치, 인물섭외, 공간디자인 등 복합적인 예술적 양상이 총체적으로 보여지는 형태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연출기법을 사용하여 자신 내면의 색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작가 에윈 올라프(Erwin Olaf)의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사진은 모두 영화의 한 장면을 포착한듯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는 폭력적이고 두려운 그리고 절망스러운 전 세계적인 사건들을 사고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화면을 구성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상위 층의 인물을 토대로 하여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였다. 그가 사진을 담아내는 이러한 방법적인 요소들은 연출장면 샷의 묘미를 좀더 매력적으로 생산하게끔 한다.

▲ Ruud van Empel, <Untitled#1>, 118.9x84.1cm, Cibachrome print, 2004

전형적으로 사진에 인물을 개입시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펼쳐나가는 루드 반 엠펠(Ruud Van Empel)의 주요한 개념은 한 장의 사진에 순진무구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내는 점이다. 화면에서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자연적인 배경과 어린아이들의 등장은 그의 주제를 극적으로 잘 담아 낼 수 있는 대상들이다. 그의 이러한 연출장면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개입이었다. 마치 한 장면을 위해 등장인물과 배경이 동시에 세팅되어 있을 것 같은 화면구성의 방법은 디지털 꼴라주 기법이 가능하게 했다. 그의 최근작 <월드시리즈>가 이전에는 자연의 숲과 어린아이의 샷을 분리하여 스케치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그는 그 두 가지 요소들을 실험적으로 병합시키면서 <그린 시리즈>를 완성하게 되었다. 배경과 인물의 연출장면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와 디지털 기술의 개입으로 인한 작품의 결과물은 그가 오늘날에 주목 받는 사진작가 임을 입증해 주는 한 부분일 것이다.

또 다른 작가 마티너 스티그(Martine Stig)는 실재 존재하는 환경의 장면이지만 실상은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을 인물, 공간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연출사진을 제작해낸다. 포펠 코모우(Popel Coumou)역시 연출장면의 개념을 그대로 이어감과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허용한다. 한 공간에 담아지는 공간 설치물들의 오브제를 모두 선택하고 제작하여 자신이 원하는 각도에서 촬영한 후, 그는 컴퓨터 기술을 통해 좀 더 현실적인 공간으로 가공시켜 새로운 공간을 완성시킨다.

○ Why "Still life" is so Good?
연출장면이라는 컨셉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정물화에 대한 이해는 기존의 회화장르에서의 정물과 그 맥을 잇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특색에 맞는 현대적인 독특한 해석방식은 단연 기존 회화와는 또 다른 창의적 개념을 전달한다. 기존에 화가에 의해 선별되었던 각종 다양한 화면 속의 오브제들은 이제 디자이너가 직접 연출하고 제작하기도 하고, 또한 디자이너에 의해 제작된 또 다른 캔버스의 화면은 회화의 양식이 아닌 사진이라는 장르로 대체되었다. 이처럼 현대 네덜란드는 화가, 디자이너, 사진가들은 커다란 맥락하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탄탄한 화면 구성력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 필립 포블리(Philip Provily)는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이다. 사진화면을 처음 접할때 단번에 인식할 수 없는 사물들의 조합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관람시각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 Philip Provily, <Arm and winebottle, 100x80cm, gelatin silverprint, 1994

필립은 완성된 듯한 시각성을 전달하는 밀도 높은 화면 구성력을 선보임과 동시에 화면 외에 어디선가 무슨 일이 발생할 것 같은 상상력 또한 제시한다. 이로 인해 그는 관객에게 두 가지 관점을 제공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법은 전통적인 정물화 기법에서 온 탄탄한 구성력과 작가 자신의 개념이 잘 조합된 경우 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필립의 사진은 전통적인 개념의 정물화 개념과 얼마만큼 맞닿을 수 있는지 혹은 그것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수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면모를 제시하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Why "Landscape" is so Good?
다음의 카테고리는 풍경화에 관련된 주제이며, 이러한 경향의 작품들은 네덜란드의 지형에 관계된 작품을 시초로 하였기에 그 나라의 색과 문화를 좀 더 근본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개념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17세기의 북 네덜란드의 육지는 간척사업을 통해 큰 변화가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인구는 늘어나고 활동공간은 좁아지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간척사업을 진행시켰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인에게 육지에 대한 개념은 남다르며, 이러한 땅에 대한 애정은 풍경화를 주제로 하는 유명화가 루이스달, 얀 반 호이얀, 호베마 등의 유수한 화가들을 배출시켰다.

▲ Eelco Brand, <Viaduct>, 100x100cm, Pigmented print, dibond, plexiglass, 2006

최근 이러한 경향을 자신의 작업에 여과 없이 표출하는 사진가 엘렌 코이(Ellen Kooi)는 네덜란드의 풍경을 신비적인 화면으로 구성해 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구성되는 그의 작업화면에는 다양한 풍경장면과 특정 등장인물이 배치된다. 네덜란드의 풍경을 누구보다 심미적이고 신비주의적인 광경으로 남기는 그의 전략적인 방법은 마치 모든 설정적인 장면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외 사진과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업을 동시에 진행시키며 네덜란드 자연풍경의 특색을 드러내는 일코 블랑트(Eelco Brand)의 작품도 전시되었다.

▲ 2009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 포스터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