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도에 문화를 심자(1) 해돋이의 땅 독도
[칼럼] 독도에 문화를 심자(1) 해돋이의 땅 독도
  • 일랑 이종상 화백/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장
  • 승인 2012.02.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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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통일 문무대왕 청룡호국(靑龍護國)정신 기리는 마음

 

이 글은 우리나라 최초로 독도에 입도해 독도를 그린  일랑 이종상 화백(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장)이 독도입도 당시의 소회를 ‘60인의 문화의병’ 작품집 도록에 실은 글의 일부를 발췌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특히 이 글은  당시 대한민국의 한 젊은 화가에 의해 예술 창작품으로 독도가 처음 태어나던 감격스러운 입도 순간을 작가노트를 통해 발표한 것입니다.
일랑 선생은 우리 영토를 문화로 지켜야한다는 일념으로 독도문화심기운동의 불씨를 지폈고 이후 독립기념관과 유수의 신문 등과 공동주최로 '겨레의 집'에서 ‘독도사랑,독도수호’범국민문화축제가 열리게 했습니다. 이후 독립기념관 초대로 ‘일랑 이종상, 독도사랑 30년 특별초대전’이 한 달가량이나 독도와 관련된 귀중한 자료들과 함께 전시돼 독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2012년 현재까지도 일랑 선생은 ‘문화로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독도그리기와 전시를 통해 우리 영토 독도의 중요함과 사랑을 널리 알리는데 혼신을 다해 오고 있습니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일랑 이종상 화백님의 이런 그간의 헌신을 높이 기리며 그 뜻을 함께 하기 위해 2012년 연중 캠페인으로 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와 함께 ‘문화로 독도를 지키자’를 전개합니다. 아울러 앞서 밝힌 일랑 선생님의 작가노트 글을 계속해서 싣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중국 산수의 오악사독(五嶽四瀆)에서 벗어나 줏대 있는 조선의 그림으로 우리의 산천을 그려낸 겸재 정

▲ 이종상 화백(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장)
선의 진경정신(眞景精神)이 좋아 독도를 마지막으로 현대진경(現代眞景)을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에서 그동안 내 발이 닿지 않은 국토가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다.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설화가 담김 독섬(獨島)를 최초로 그려내어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의 청룡호국(靑龍護國)정신을 기리는 마음으로 가고 싶던 섬, 독도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오늘은 생애 가장 행복한 날로 기억 되리라.

화구를 챙겨 메고 한국의 화가로서 최초로 독도에 올라 태극기 펄럭이는 소리, 갈매기 우는 소리, 파도가 넘실대는 소리를 만만파파곡(萬萬波波曲)으로 그려낼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에 누구 한 사람 독도를 그린 적 없고 일본에 누구 한 사람 그림의 소재로 삼은 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숙명처럼 지금 칠흑(漆黑)의 바다를 타고 거기에 가고 있다.

어둠을 뚫고 새벽 물안개를 속에서 드러난 섬 그림자가 한 개인가 싶더니 둘로 서서히 갈라지면서 마치 청룡(靑龍)이 여의주를 물고 있듯이 섬과 섬 사이에서 갑자기 이글거리는 아침 해가 눈부시게 솟아오른다. 난생 처음 보는 장관이다.

이로서 나는 우리 땅 동쪽 바다 끝, 독도에서 떠오르는 해돋이를 처음 보았다. 아름다운 내 조국의 산하여, 눈부신 해오름이여.

찬란한 아침햇살을 비껴 받아 붉게 물든 독섬의 서슬을 보라. 저 위대한 신의 창작물을 보라. 누구의 넘봄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파도를 딛고 버티어 선 저 자랑스러운 독도의 위용을 보라, 그리고 너의 그 끈질긴 인내와 침묵의 뜻을 이제 나에게 다오.

▲ 이종상, <독도일출 - 선상진경도>, (73 x72cm)

독도의 산천이 이리도 아름다웠더란 말인가. 동도가 수줍어 엎드렸는데 서도가 고개를 들고 망을 보는 자세다. 이 천애의 벼랑 위에 짝지어 알을 품는 갈매기 떼들 태고의 정적 속에서 해풍에 휘날리는 태극기 소리, 그리고 갈매기 소리와 파도소리만이 천공을 메운다. 이따금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어선 몇 척이 한가로이 부유하고 은빛 파도는 3월의 태양 아래 파편처럼 부서진다.

중천의 해가 어느새 서도의 남쪽 능선을 타고 미끄러지듯 수평선 너머로 흐른다. 이제 나도 너의 곁을 떠나야 한다. 쪽빛 바다, 은백의 파도, 검붉은 바위, 비취색 풀잎, 하얀갈매기 무리를 두고 내가 떠나야 한다. 영원히 너에게 안주하고픈 이 기막힌 감회를 가슴에 안고, 석양에 붉게 물든 구름 한 송이, 너의 머리 위에 머무는 것을 보면서. 흰 포말이 너의 몸을 아프게 때리며 부서지는 것을 보면서. 동도 정상에 나부끼는 태극기 펄럭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일 또, 오늘처럼 제일 먼저 해 돋는 그 곳에 너를 두고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