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일본 속보]한일 관계를 잇는 한류 문화의 위력과 역할(1)
[이수경의 일본 속보]한일 관계를 잇는 한류 문화의 위력과 역할(1)
  •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승인 2012.02.1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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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문화 흐름은 반드시 배타성 자아낸다는 현실적 특징 잊 어서는 안될 것

오랜만에 도쿄 시내를 나갔더니 여기가 도대체 서울인지 도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온통 한국 문화 이벤트 선전으로 넘쳐나고, 한국 음식점이나 카페, 한류 스타 상품 판매점 등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신오오쿠보에서 제일 인기있는 가게

특히 신쥬쿠 근처나 신오오쿠보, 시부야 광장 등을 다니다보면 한국 문화 소개나 드라마 영화, K-Pop 가수들의 포스터가범람을 하다시피 한다. 게다가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의 사업체도 늘고 있어서 북한식 표기의 한글 간판도 눈에 들어온다(사진은 서울시립대 유학생인 김병은군과 우리 학교의 가와노군의 제공이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가 한류스타의 열렬팬이라도 만나지면 그들의 입에선 스타 특집 수준을 능가하는 일거수 일투족 스케쥴이 노래처럼 흘러 나온다.어느날 도쿄와 560Km떨어진 오사카에서 장근석의 팬미팅땜에 일부러 회사를 쉬고 도쿄로 왔다는 한 단체를 만났을 때는 그들만의 [근짱]에 대한 대단한 정보력과 엄청난 애정?에 혀를 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도 최근 학생들이 읊어대는 바람에 장근석을 알게 되었지만, 그들은 일찌감치 스타의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고 자신들의 삶의 활력소로 삼고 있는 것 같아서 그들의 열정이 한편으론 부럽기조차 했다.

▲장근석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음식은 어떤가? 몇년 전만 해도 특정의 한국 음식점이 아니면 한식을구경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일반 음식점에서도 간단한 한국 음식은 당연한 메뉴로 자리잡고 있고, 교내 식당에는 김치 볶음, 제육 볶음 등이 인기가 높다. 필자의 학생들에게 뭘 좋아하냐고 물으면 예전엔 비빔밥, 김밥, 떡볶기 등의 분식점 메뉴가 중심이었는데, 요즘은 감자탕, 부대찌개, 삼겹살, 삼계탕, 냉면 등등 폭 넓은 메뉴를 자연스럽게 읊조린다. 어느 학생은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 음식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는데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매번 먹을 수 있는게 너무 행복하다는 소리까지한다.

일본의 어느 슈퍼마켓을 가도 수 많은 김치 종류나 다양한 한국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고, 때로는 한국 이벤트를 기획하여 설렁탕, 곰탕, 삼계탕 등의 레트루트 음식등도 선을 보이고, 한국 막걸리나 소주, 한국 식기 종류 등도 곁들여 인기 공세를 보인다.

필자가 쇼핑센터에서동행한 일행과 한국말로 주고 받으며 쇼핑을 하자니 직원들이 배우기 시작한 한국말로 반가워하며 자신도 드라마나 음악으로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라고 말을 걸어왔다. 예전엔 한국어를 사용하면 신기한 이방인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되려 환영받는 이웃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만큼 인터넷 보급과 문화 컨텐츠 산업이 활성화 되어 사회 전체가 한국 문화에 익숙되어 있는 것이다.

▲떡가게.떡은 명절에는 한국사람들이 더 많이 사간다고 한다.

이젠 일상생활 속의 당연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한류 문화 혹은 한류스타들의 활동을 우리는 새삼스럽게 [제2차 한류 문화의 열풍]이라는 카테고리로 고정화 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의 한류는 이미 붐이라기 보다는 많은 문화 소프트 속에 정착된 하나의 문화 현상이기 때문에 자연스런 문화 선택이 있을 뿐이다. 지속적인 좋은 작품이 있으면 모두 그것을 향유하는데 거리낌 없는 인프라를 정비한 것이 초기의 한류였던 것이고, 지금은 그런 한류도 일본 문화 속의 하나로서 선택받고 사랑받는 것이다.

가장 알기 쉬운 예로, 일본의 최고 국민 가수라고 불리는 AKB48을 제치고 카라나 소녀시대, 2PM, 박현빈, 장근석, 동방신기, 비스트 등의 한국 가수들이 올해의 제26회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 13개를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K팝스타의 파워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겨울 연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몇 년전에는 한류 드라마의 OST가 어딜 가나 흘러나왔으나 지금은 예전의 욘사마 지우히메를 좋아하던 중년 지지층이 아니라, 남녀노소 관계없이 폭 넓은 지지층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게 예전과는 다르다.

특히 2011년 3월 11일의 도쿄 동북 대지진으로 인해 학생들의 단축 수업 혹은 긴 봄방학 등으로 인해 한류 드라마나 음악을 듣게 된 학생층들이 자신들이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를 유튜브 등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소녀시대나 카라, 빅뱅, 동방신기 등의 아이돌 가수들의 활동이 인기를 얻게 되고, 각종 드라마가 다양한 컨텐츠 소프트를 통해서 전달되자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음악이나 프로그램을 주변과 공유하며 공동 화제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라인, 믹시, 카카오톡 같은 SNS의 역할도 한 몫을 한다. 그렇기에 왠만한 수준의 작품 혹은 음악성이라면 금방 인기가 떨어지고, 괜찮은 작품 같으면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되니 이제는 한류 문화의 무리한 홍보보다는 보다 좋은 작품 제작이 큰 과제가 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소녀시대

그런 면에서 최근의 한류 문화는 기존의 중장년층의 지지기반이 젊은 층을 끌어들이면서 폭이 넓어졌고, 그들의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다지는 미래지향적인 가교 역할까지도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말을 바꾸자면, 자신들의 역사 조차도 관심을 갖지 않는 젊은층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한일 근대사의 역사 문제를 널리 알리려고 노력을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일본의 모든 사회에 한일 근대사 관계를 알리기란 쉽지 않다.

특히 보수적 우익들은 물론 한류 문화에 대한 일방적 비판을 즐기며, 자신들의 삶의 불만을 표출시키는 왜곡된 성향의 삐뚤어진 사람들이 [민족 사랑][애국]으로 무장하고 반한을 외치고 있기에 역사 문제 해결의 장벽이 되고 있다.

▲이수경 교수
일그러진 정신의 그들에게 역사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들 제대로 듣고 확인하고 대화하려는 의식이 낮기에 역사를 가지고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더 가까운 이웃 만들기를 위해 자연스런 한류 문화와 어우러지는 일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반대로 일본의 좋은 문화도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서 문화의 상호 교류를 통하여 서로 인정하며 돈독한 우호를 다질 수 있는 사회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일방적인 문화의 흐름은 반드시 배타성을 자아낸다는 현실적 특징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균형있는 문화적 교류와 건전한 경쟁이 서로를 성장시키고, 그래서 좋은 작품을 양산할 수 있다면 굳이 한류 문화 선전을 하지 않아도 취향에 맞는 좋은 작품이나 상품을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