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소영 뮤지컬음악 감독] “10년 후에도 부끄럽지 않게”
[인터뷰-장소영 뮤지컬음악 감독] “10년 후에도 부끄럽지 않게”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2.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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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서 깃든 ‘창작뮤지컬’ 발전 중심에 서 있을 것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젊은 예술가상 수상자/장소영

기자는 ‘피맛골 연가’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장소영 감독(41)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녀의 힘 있고 당찬 모습에 당시 기자는 왠지 모를 흐뭇함을 숨길 수 없어 넋을 놓고 바라본 기억이 있다. 지난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다가 결국 한숨도 못 잤다는 그녀가 멋쩍은지 활짝 웃는다. “눈이 너무 부었죠. 머리도 부스스하고…”(웃음) 피곤함이 스치는 얼굴에도 밝은 목소리와 웃음은 떠나지 않는다. 소탈한 그녀의 모습에 기자는 마치 오랜동안 잘 알고 지낸 사이마냥 친근함을 느낀다. 

2004년 ‘하드락카페’를 시작으로 뮤지컬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녀는 이후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7년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의 영예를 준 ‘싱글즈’, ‘형제는 용감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금발이 너무해’, ‘코로네이션 볼’ 그리고 2011년 더뮤지컬어워즈 작곡상을 안겨준 ‘피맛골 연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아는 흥행 뮤지컬의 크레디트에 작곡가 또는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올려왔다. 그뿐 아니라 ‘태극기 휘날리며’, ‘가족’, ‘하얀방’ 등 영화와 여러 드라마의 오케스트레이션을 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장르 불문 없이 활동해왔다. 현재 서울종합예술학교 뮤지컬예술학부의 학부장으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주관한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에서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그녀는 이렇듯 뮤지컬음악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작곡가이자 뮤지컬 음악감독인 것. 현재 MBC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으로 출연 중인 그녀에게 젊은예술가상 수상소감을 묻자 자신은 이제 젊다기보다는 중년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다 이내 진지해진 눈빛으로 말한다. “가능성을 보고 주신 상인데, 앞으로는 더 신중을 기하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좌우명이 10년 후에도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가자는 것인데, 이 상을 받음으로써 그에 책임감을 하나 더 얹어주신 거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그녀가 뮤지컬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2004년 ‘하드락카페’의  음악감독으로 시작한 그녀이지만, 원래 음악감독은 그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공연을 한 달 앞두고 원래 음악감독이 갑자기 하차하게 돼 그녀가 작품에 들어가게 됐다.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그림자처럼만 일해야 한다는 것에 회의가 많이 들었습니다. 왜 나에겐 기회가 오지 않을까 힘들어하며 늘 갈증을 느꼈지만 기회가 올 그날을 위해 정말 닥치는 대로 다 했어요. 연극음악, 드라마음악 오케스트레이션 하면서 공부도 많이 했죠. 그런 와중에 ‘하드락카페’ 음악감독을 제의받았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와있네요”(웃음)

우연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그녀는 2007년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 수상을 시작으로 뮤지컬계의 독보적인 음악감독으로 자리 잡는다. 마치 갑자기 급부상한 듯 보이지만 그녀는 비상을 위해 묵묵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탄치 않았던 삶, 지금의 날 만든 것

선화예중·예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작곡과에 진학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녀가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이 평탄하기만 했다면 결코 지금의 자신은 존재치 않았을 거라 말한다. “아버지 사업이 힘들어져 피아노를 처분하자는 말까지 나왔죠. 경제적으로 풍족한 친구들 사이에서 너무 힘들었지만 반대로 그 아이들에게 없는 것이 제겐 있었어요. 바로 간절함이에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제가 있게끔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치열하게 일에 매진하며 에너지를 쏟았다. 고난의 시간들은 작곡과 음악을 통해서만이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그녀의 간절함은 그녀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그녀는 원활한 감정 전달을 이유로 창작뮤지컬 작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과 언어의 전달입니다. 우리말의 억양과 음악이 잘 맞아떨어져야 전달되는데, 번역극의 음악들은 우리말 가사와 맞아떨어지지 않죠. 곡을 만든 다음 내용을 붙이려니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두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하죠” 우리는 우리만의 정서가 있다. 우리 얘기를 할 수 있는 창작 작품 활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그녀는 강조한다. 예전에는 한국 뮤지컬 발전을 위해 외국작품을 차용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뮤지컬이 자리 잡은 지금은 창작뮤지컬 활성화를 도모할 때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나아갈 방향은 ‘창작뮤지컬’

지금 상황에서는 창작 뮤지컬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고 해서 한탄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열악한 상황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면 사람들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게 된다면 창작뮤지컬 역시 재밌고 가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 그녀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참여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 후 사람들은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한국영화냐, 외국영화냐 하며 구분 짓거나 구별하지 않게 됐다. 이 역시 뮤지컬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녀의 말. “관객들의 관심이 확대되면 그게 입소문이 되고, 그렇게 되면 관객이 몰릴 것이고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한 작품을 계기로 한계를 뛰어넘게 된다는 겁니다”

요즘 뮤지컬 무대에서는 유명 배우와 아이돌 가수를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뮤지컬 붐’의 형성에 이들의 몫이 큰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런 풍토가 뮤지컬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처음엔 저도 부정적이었어요. 관객이 작품중심이 아닌 배우중심으로 몰려다니니까요. 하지만 문화수준이 올라갈수록 작품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생기게 되고, 스타스텝, 스타작품이 탄생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 과도기 단계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스타마케팅 기회로 뮤지컬 발전 꾀해야

“예를 들어, 유명 뮤지컬에 인기 아이돌그룹의 멤버가 주연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죠. 공연 초기에는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날과 출연하지 않는 날의 티켓판매율에 현저히 차이가 났었어요. 하지만 공연 횟수가 늘어갈수록 다양한 관객이 공연을 찾으며 관객층이 점차 고르게 돼 갔죠” 여기서 우리 뮤지컬의 긍정적인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그녀는 전망한다. 스타배우가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지금을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스타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작품을 추천하며 공연을 보길 바랄 순 없다. 많은 이들에게 뮤지컬에 대한 좋은 기억과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힘들 때면 항상 작품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는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냐고 묻자 어떤 것 하나 버릴 수 있는 작품이 없다는 답을 한다. “가장 최근 작품이 가장 좋은 작품이란 소리 듣고 싶죠.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을 받게 해준 ‘싱글즈’도 기억에 남아요. 그 작품 하면서 싱글이 될까하는 생각도 해봤어요.(웃음) ‘형제는 용감했다’는 장유정 작가와 함께 아주 즐겁게 작업했었는데 그래서인지 작품이 좋았다란 평을 많이 받았죠. 최근 작업한 ‘피맛골연가’는 규모가 큰 작품이라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걸 마음껏 할 수 있었어요. 음악적으로 욕심을 좀 내봤죠”

뮤지컬 생각에 뛰는 가슴

그녀의 좌우명처럼 그녀는 10년 후에도 부끄럽지 않을 자신을 위해 현재를 충실히 살아간다.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한다. 그녀의 일 자체가 좋아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단다. “뮤지컬 연습실에 가보셨어요? 그 좁은 공간에서 배우들의 춤, 노래에서 느껴지는 열정에 전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땀을 흘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설레고 가슴 뛰는 일이었다고, 그녀는 처음 뮤지컬 연습실을 찾았을 적을 회상한다.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고심하겠다는 장소영 감독. 그녀의 열정 또한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오늘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수상경력
2011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사작곡상
2009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곡상
2007 제13회 한국뮤지컬 대상시상식 작곡상

작품활동
라카지오폴, 늑대의유혹, 코로네이션볼, 형제는 용감했다, 금발이 너무해 외 다수 음악감독

현재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뮤지컬예술학부 학부장, 뮤지컬음악전문팀 TM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