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랑기념관 건립 불지핀, 예산 1만명 서명, '민간주도 문화운동의 효시 '
일랑기념관 건립 불지핀, 예산 1만명 서명, '민간주도 문화운동의 효시 '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2.02.2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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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주민들,“‘예술은 살아서 빛을 보는 것”

충남 예산군민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일랑 이종상 화백의 생가복원 및 기념관이 비로소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 군청은 지난 1월 “약 20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이 화백의 출생지 인근인 석양리 일대에 생가를 복원하고 작업실, 세미나실, 화폐 전시실 등을 포함한 소규모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랑 이종상 화백
이번 기념관 건립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약 10,000명의 예산주민들이 일랑 선생의 대규모 도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예산군의 전체 인구가 약 8만9000여 명임을 감안할 때, 10,000명이라는 숫자는 말 그대로 놀라운 수치다.

10.000명의 예산 주민은 예산이 낳은 세계적인 화가인 일랑 선생님을 고향에 모시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정치적으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차원의 운동이었던 만큼, 한국예술사 전반을 통틀어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국내 1호 문화예술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1998년 예산군민들이 일랑 이종상 화백을 초청해 강연을 들은 이후 감동을  받은 이들이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일랑 미술관' 건립 서명운동에 돌입했다.(사진제공=책마당)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인주도 문화예술운동’으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이처럼 기념관 건립을 염원하는 예산주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결국 10년 만에 예산 땅에 일랑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이 들어서게 됐다. 이번 기념관 건립은 생존해 있는 화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형상화한다는 데 아주 큰 의의가 있다. 물론 이들에게는 기념관을 지역문화관광의 교두보로 삼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사진=충청투데이 자료
당시 대규모 ‘도립미술관’ 유치를 꿈꾸며 서명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에게는 이번 예산군의 발표에 아쉬움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랑 선생을 고향으로 모셔오게 된 것에 의의를 두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문화운동을 일으키는 것은 문화예술계는 물론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크나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고 격려하고 “더욱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도록 부채질을 해야 할 일”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문화예술계는 이번 일랑선생 기념관 건립을 시발점으로 ‘예술은 죽어서 빛을 보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생존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일랑 이종상 화백의 미술관 건립운동은 이 화백의 고향인 예산군만이 아닌 대전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2007년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이종상’ 전이 열린 이듬 해 , 대전 시민들을 중심으로 “대전이종상미술관건립추진시민모임”을 결성하고, 일랑미술관 유치 서명운동에 6만 여명의 시민이 동참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지연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