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어깨춤이 덩실덩실 서울시 '어르신 행복콘서트'
[기자의 눈]어깨춤이 덩실덩실 서울시 '어르신 행복콘서트'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2.02.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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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에 겨운 어르신들, "젊은이들 못지않은 문화 사랑" 보여줘

기자가 대학시절 인사동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어르신들께서 문앞을 기웃거리시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의아해서 조심스럽게 들어오시라고 했는데, "정말 들어가도 되냐"고 물으시는 것이 아닌가? 이유인 즉슨, 가게에 노인들이 있으면 젊은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사장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눈치를 살피며, 가게에 들어오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우리사회의 노인소외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아는 사실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독차지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인 문화영역에서의 노인들에 대한 배려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경기민요 메들리공연은 무려 세번의 앵콜요청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오후 2시,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서울시가 주최한 2012년 첫번째 '어르신 행복콘서트'가 열렸다.

공연시작 30분전부터, 공연장 밖은 서울 각 지역의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오신 어르신들로 북적댔다. 어르신들은 전통국악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을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세악합주'가 잔잔하게 깔렸다. 이어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태평무공연이 펼쳐지고, 시조-거문고병창-아쟁산조-살풀이 순으로 이어지자 200여 명의 어르신들은 공연에 점점 빠져들었다.

 

 

 

 

 

 

 

 

 

 

 

   ▲ 공연에 심취하신 어르신들의 모습.

 특히, 인간의 깊은 심중에 깔린 슬픔을 농도짙게 표현한 아쟁산조가 공연될 때에는 그 애절함에 모두가 압도된 듯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이어 신나는 분위기속에 펼쳐진 판소리공연으로 인해 분위기는 180도로 반전됐다. 공연자가 관객에게 추임새를 넣어 달라고 요구하자, 어르신들은 큰 소리로 '얼쑤' '좋다' 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공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시작했다. 

▲ 이 날 공연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판소리 공연.
마지막으로 경기민요 메들리는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어르신들 모두 신명나는 리듬에 흥겹게 박수치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어르신들은 앵콜을 외치며 젊은이들 못지않은 공연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이 날 공연은 모두가 만족하는 분위기속에서 막을 내렸고, 어르신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공연장을 나섰다.

어르신들은 공연장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신명을 공연장 밖 로비로 나오자 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깨춤에 부채를 펼치며 한바탕 뒤풀이를 펼쳤다. 

그 어떤 공연보다 경기민요공연이 재미났다는 김일금 할머니(67세)는 "평소 국악에 관심이 많아 6년동안 민요도 배우고, 장구도 배웠는데 오늘 공연으로 많이 배우고 즐기고 간다"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 오랜시간 배웠다는 경기민요를 부르시는 김일금 할머니(우측)와 그 장단에 맞춰 부채춤을 추시는 할아버지. 무척이나 흥겨우신 모습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서울시 노인복지과  박재형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매번 공연을 오시면 즐거워 하신다" 며 "어른신 행복콘서트가 널리 홍보돼, 문화활동으로부터 소외된 채 살아 가시는 많은 어르신들이 문화활동을 향한 갈망을 충족시킬 수 있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2008년부터 열어온 '어르신 행복콘서트(무료공연)'는 그동안 매 공연마다 객석을 가득 채워 노인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 다음 '어르신 행복콘서트' 는 오는 3월 7일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다.

다음 '어르신 행복콘서트'는 오는 3월 7일 오후 2시,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리는 김덕수의 전통연희 상설공연 '판'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젊은이에겐 노인의 일상이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모습은 곧 나를 포함한 모두의 미래다.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상대를 바라보면, 서로간에 오고가는 많은 상처를 줄일 수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공연에 한없이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을 뵙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