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금연주가 강은일] 전통계승 vs 대중화, “이젠 두 갈림길 다 갈 것”
[인터뷰-해금연주가 강은일] 전통계승 vs 대중화, “이젠 두 갈림길 다 갈 것”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3.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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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세계화 위해선 ‘해금 인프라’ 구축 시급

 

     오동나무, 돌, 흙, 대나무, 쇠붙이, 바가지, 가죽, 말총… 이들 8가지 자연으로 만들어진 해금 그리고 자연을 쏙 빼닮아 해금과 하나 된 사람, 해금연주가 강은일 교수를 만났다. 순수함과 열정을 동시에 내비치는 그녀는 맑고 투명하기만 하다. 연신 환한 웃음을 감추지 않는 얼굴은 옆에서 그저 보고만 있던 기자까지도 왠지 모르게 힘이 나고 기분 좋게 만든다.

     ‘해금의 디바’, ‘국악계의 블루오션’ 등 그녀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만으로는 그녀의 모든 걸 표현하기는 힘들다. 그녀는 국악악기를 다루면서도 전통음악에 한정하지 않고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유명 아티스트 및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해금의 대중화와 전통음악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내 왔다. 또한 2000년 직접 창단한 음악그룹 ‘해금플러스’와 함께 퓨전 국악무대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주관한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그녀에게 뒤늦은 수상소감을 물었다. “뜻밖의 선물이랄까요. 제 마음 속 어려움이 다 해소되는 듯 했어요.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기대에 부흥하기 위한 책임 또한 느껴졌죠”

2004년 KBS국악대상, 2005년 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 그리고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국악계뿐만 아니라 한국예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그녀의 공로는 익히 잘 알려진 바이다. KBS국악관현악단과 경기도립국악단 해금 수석을 거쳐 그녀는 현재 서울예술대학 한국음악과 전임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예술계 학생들, ‘나만의 것’으로 자립해야

그녀는 연주가이자 교육자이다. 2010년 9월부터 서울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졸업 후 직장을 가지기 힘든 현실이 참으로 걱정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학생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화두입니다. 너희들은 너희들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주곤 하죠”

해금연주가인 꽃별과 국악인이자 가수인 이승희는 그녀의 제자로 스승의 뒤를 이어 전통음악 대중화에 한몫 하고 있다. 그녀는 자기만의 작업을 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며 흐뭇하고 대견하단다. 그녀의 가르침이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기자는 생각해본다.

학교라는 사회에 소속돼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기에는 다소 제약이 있지만 그게 싫지만은 않은 그녀. “오히려 제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더군요. 나한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이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작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열정을 다 할 수 있는 작업을 택해 더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거지깡깡이’ 같아야 국민악기 된다

해금에 대한 수요는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녀는 인기가 거품마냥 올라와 결국은 사그라질까 걱정을 표하기도 한다. “매력이란 원래 타고난 부분도 있겠지만 찾아서 만들어지는 부분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해금이란 악기를 어떻게 하면 더 좋게 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하고 더 찾아야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저는 해금을 ‘천변만화(千變萬化)’라 부르곤 해요. 천 번, 만 번 변하고 바뀌는 매력적인 악기란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제 우린 어떻게 천 번, 만 번 변하고 바뀌는 지에도 집중할 때입니다”

그녀는 중국 전통악기 ‘얼후’를 예로 든다. 언젠가 뉴욕을 방문한 때, 길거리에서 한 거지가 얼후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뜻밖의 깨달음이 들었다고 한다. 국민악기로 자리 잡기 위해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중국의 국민들은 모두 얼후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국민들이 해금을 알긴 알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듯해요. 국민들로 하여금 그런 마음이 자연스레 들게 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 좋은 곡들이 나와야하겠고, 해금연주자들도 더 많아져야 하겠죠”

 

그녀는 세계를 일주했다고 할 만큼 수없이 많은 해외순회공연을 가져왔다. 지난해 그녀는 도미니카, 온두라스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을 열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정말 다들 너무나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공연이 끝난 후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에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온두라스 공연 관객 중 한 분은 한국 가지 말고 자기랑 같이 살자며 어찌나 저를 붙잡으시던지… 그런데 연세가 엄청 많은 할아버지셨어요”(웃음)

 

해금의 매력=동?서양+α

이렇듯 그녀는 해금과 함께 지금도 전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 속에 우리나라와 우리전통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음악은 해금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전통의 특수성과 사람들이 음악에 가지는 일반성이 만나 세계인의 호응을 얻는 것이라 그녀는 분석한다. “동서양이 함께 만난 것이죠. 다른 나라 전통이라면 그저 독특하기만 할뿐 따분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자신들이 즐기던 음악에 해금이 더해져 오히려 더 좋고 재밌는 것이 된 겁니다”

그녀는 국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목한 크로스오버 앨범으로 ‘해금 바람’을 일으키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남들이 봤을 땐 그저 쉽기 때문에 대중적인 것이라고 저에 대해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늘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려 노력해왔어요. 거기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까’란 고민까지 더해서 고심했죠”

전통예술, 쌍방향으로 발전해야

전통의 힘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녀는 재차 강조하며 전통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 지에 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있는 걸 그대로 전승하고 답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통을 기반으로 대중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 “더 이상 이게 더 중요하다, 저게 더 중요하다란 논란은 사라져야 합니다. 모든 게 다 똑같이 중요해요. 여러 방향이 함께 존재하며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해요” 한가지방향만이 정답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방향이 정답이며 그럼으로써 전통예술 시장이 더 넓어질 것이라 그녀는 예측한다.

지난 1일 북촌창우극장에서 열린 타악 연주자 흑우(黑雨) 김대환 선생의 타계 8주기 추모 공연에 그녀가 참여했다. 매년 3월 1일이면 김대환 선생을 추모하는 아티스트들이 모여 공연을 갖는다. 김 선생은 그녀의 정신적 지주로서 오늘날 그녀가 존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목표를 정해놓지 말라’, 이는 선생님께서 언젠가 말씀해주신 선생님의 인생철학입니다. 목표를 정해 놓으면 그것만을 향해 무작정 뛰어가게 되고 결국은 허망함만 남게 된다고요. 주위를 살피면서 천천히 가야한다고 강조하셨죠. 그게 바로 인생을 즐기는 법이고 내 자신을 찾는 법이라고요. 저는 지금도 그 말씀을 되새기며 선생님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녀는 흔들리는 눈동자 아래로 김 선생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 했다. “제 마음 속에 늘 계시는 걸요. 매년 이렇게 모두 모여 함께 무대에 올라 선생님을 기억하니까요”

4집 음반 ‘해금랩소디’ 발매

얼마 전 4집 음반 ‘해금랩소디’가 발매됨에 따라 더욱 더 바빠질 예정이다. 이달 중순에는 코스타리카로 공연을 떠난다는 그녀. “그들은 저로 인해 해금을 처음 접하겠지만 이제 제 후배들이 가서 두 번째, 세 번째로 들려주고 또 들려주고 하면서 그들의 인상 속에 해금은 매력적인 악기로 남게 되겠죠.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언젠가 맑은 하늘을 보며 그녀는 자신을 반성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찬 자신을 본 그녀는 자신을 깨고 나와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때 그녀가 본 하늘처럼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청량한 그녀의 음악을 기대해본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한국음악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앨범으로는 '오래된 기억', '미래의 기억', '선물', '해금랩소디' 외 다수

 

1990 한양대 국악과 졸업
1986 국립국악고등학교 졸업

2006-2010 숙명여대, 경희대 겸임교수
1990-1998 KBS국악관현악단 단원, 경기도립국악단 해금 수석 역임

2011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 최우수상
2009 기독교 문화예술원 ‘기독교문화대상’
2006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5 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
2004 국회 대중문화&미디어대상
         KBS국악대상
1998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