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디자인보다 미학이 우선되는 서울을 생각한다.
[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디자인보다 미학이 우선되는 서울을 생각한다.
  •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승인 2012.03.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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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도시임과 동시에 역사 문화적인 전통미를 찾아볼 수 없는
▲필자 황평우

천박한 도시 중의 하나이다. 이에 따라 전 서울시장은 디자인을 주장하며 이미 생명력을 상실한 도시에다 무엇인가를 채워 넣으려고 몸부림이었다. 그것도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맞추어 무조건 해내야한다는 강박에 젖어있었다.

동대문운동장 밑을 빠른 시간 내에 발굴하라고 해놓고, 복원이랍시고 만들어 논 동대문역사공원은 그야말로 “유적복원”의 최악의 모습으로 전락했다. 처음 발굴된 모습에서 완전히 바뀌어 뭐가 뭔지도 모르게 복원해 놓은 건물터들은 마치 유골을 순서 없이 옆으로 나열한 수준에 불과하다.

도성과 이간수교등 발굴당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새로운 돌로 접착을 해버려 고대국가 도성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차라리 그냥 두었더라면 로마유적에서 느끼는 폐허의 미학이라도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도시디자인이란 오래되었지만 감동이 있는 폐허의 디자인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발굴 유적이나 역사적 상황의 조각을 그대로 두면서 “폐허의 미학”을 퍼즐게임처럼 상상해 나가기보다는 무엇인가 보여주고 재현하려다 보니 일각의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행정기관과 건축업자들의 논리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이를 감추기 위한 방법으로 온갖 논리와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데 그것이 소위 알량한 전시관이나 현지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며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건립 과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하면서 지금도 파괴된 도성의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다. 도성을 누르고 지어진 서울시장공관도 그대로이며, 카톨릭의 상징인 혜화동 주교관(옛 추기경공관)은 도성위에 그들만의 영역을 독점하면서 한양도성을 사적인 공간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낙산공원쯤에 있는 배드민턴장은 한양도성 파괴의 최악에 해당한다.

또한 도성 돌로 노천극장을 지은 학교도 그대로이며, 도성 돌로 건물 축대를 만들어버린 자유센터도 그대로다. 도성위에서 지금도 공사 중인 타워호텔, 뭐하나 제대로 되어 가는 곳이 없다.  더욱이 광화문 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중앙분리대에 불과하며 경찰들의 광장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서울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론을 제공하는 전문가들에게 있다. 한국은 전문가의 나라이다. 아니 전문가 독재가 판이 치는 나라이다. 특히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전문가 독점주의와 종속성은 그 도가 지나칠 정도이다. 문화이론, 건축이론 등을 대부분 외국에서 가져와서 마치 최고의 전문가인 냥 행세를 하고 있다. 오죽하면 전문가들을 “이데올르기 청부업자” 라고 비판하는 책이 출판되었을까!

외국에서 일회성으로 보고 온 각종 이론들이 유행처럼 써먹다가 버려진다. 즉 깊이 있는 성찰도 없으며, 학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토대가 튼튼해야 줄기와 잎도 튼튼하고 아름다운 법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학문이나 이론의 진정성을 추구하며 자신이 배워온 것을 사회의 토대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대신에 당장의 화려한 꽃과 열매만을 추구한다.

더 큰 문제는 학문의 진정성과 순수성을 상실한 채 천박한 개발자본주의와 결탁되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학적인 입장이 아닌 개발지상주의와 인테리어지상주의로 영혼을 매매한 대가로 가짜로 만들어진 디자인을 양산하고 있다.

감동이 있는 도시는 삶의 가치가 시로 예찬되고,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워야 한다. 도시는 사회공동체가 공동의 사회적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역사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야 한다.

<필자 프로필>
문화연대 약탈문화재환수 특별위원회 위원장
종로역사문화박물관(육의전) 개관준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