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트 문체로 장편소설 꿀꺽 삼키다
트위트 문체로 장편소설 꿀꺽 삼키다
  • 최경호 객원기자(문학in글꾼)
  • 승인 2012.03.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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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외수, 7년 만에 새 장편소설 ‘미확인 보행물체’ 집필... <장외인간> 뒤 7년 만에

“매일 트위터를 드나들면서 뼈와 기름을 쏙 뺀 살코기 같은 글쓰기를 연습했다. 이제 군더더기가 없고 메시지가 선명한 트위터 문체로 오랜만에 소설을 써볼까 한다. 새 장편소설 제목은 ‘미확인 보행물체’라고 정했다. 물 위를 걷는 남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작가 이외수
10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와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작가 이외수. 그가 오는 4월부터 새로운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12 독서의 해’ 홍보대사로 뽑히기도 한 이외수가 장편을 새롭게 발표하기는 지난 2005년 <장외인간> 뒤 7년 만이다.
“너무 삭막하고 감성이 메마른 시대잖아요. 이런 시대를 적셔주는 아주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남자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물은 부드러움의 극치이죠”

철창 안에 스스로 갇혀 소설을 쓰기로 유명했던 이외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번 소설 집필은 “거주지인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 가까이에 있는 파로호에 요트를 띄워 놓고 그 위에서 작업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미 요트를 구해 ‘여여(如如)호’라는 이름을 붙였고 날씨가 풀려 호수의 얼음이 완전히 녹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금은 철창 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아도 작업에 몰두할 정도의 자기절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올해 안에 끝내고 싶어요”

<칼> <들개> <괴물> <벽오금학도> 등 지금까지 장편소설 7권을 발표한 그는 평소 소설을 쓰는데 3년에서 7년까지 걸렸다. 그는 “그동안 작품과 치열하게 대결해 밀도가 높은 소설을 썼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계속 그렇게 각박한 작품을 쓰는 건 이 시대와 맞지 않을뿐더러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위선인 것 같다”고 못 박았다.

팔로어가 하도 많아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외수. 그는 소설을 쓰지 않던 지난 7년 동안 <하악하악> <청춘불패> <아불류 시불류> <절대강자> 등 소통과 위로를 내세운 에세이를 잇따라 발표했다.
그 가운데 ‘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란 제목에는 그가 지닌 철학이 들어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는 글이 그것이다. 그가 지닌 이러한 철학은 세상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루에 많게는 10건이 넘는 글을 올리는 부지런함에서 비롯되었다.

이외수에게 있어서 트위터는 이 세상 흐름과 정보를 만나고 독자들과 이야기하는 열린 공간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올린 글에 모두 공감하고 찬성하는 팔로어만 있는 게 아니다. 비난하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작가는 그래도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트위터로 시작한 게 아니라 PC통신 시절부터 계속 글을 올려왔기 때문에 안티에 대응하는 방법을 잘 알아요. 백전노장, 역전의 용사라고 할까. 반대 의견이 오면 때로는 매질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이불 뒤집어쓰고 피해있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니까요.”

이외수는 “요즘 젊은이들이 참 힘들어 해요. 미래가 너무 불안하니까. 그런데 답답한 것은 꿈이 없다는 거예요”라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현재가 힘들어도 참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데, 지금 젊은 사람들은 돈을 벌겠다는 것 외에 별다른 꿈이 없어요. 그러니까 돈이 안 되는 건 가치가 없는 거죠. 돈이 꿈인 것은 너무 저렴하지 않을까”라고 청춘을 향해 꼬집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일 구서울역사(문화역 서울 284)에서 열린 ‘독서의 해’ 선포식에서 특강을 통해 “20대엔 평생을 바칠 꿈을 찾고, 30대에 정진하면, 40대에 꽃을 피울 수 있다”며 “독서는 꿈의 씨앗을 심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수는 이번 장편소설 집필과 함께 오는 6월 이외수 문학관도 문을 연다. 문학관에는 작가가 쓴 초고와 초판본을 비롯해 초년시절에 썼던 만년필, 글쓰기 동반자였던 모든 기종의 PC가 전시된다. 문학관에 있는 ‘스스로를 글감옥에 가뒀던’ 그 철창은 관람객들 체험공간으로 바뀐다.

한편, 개그우먼 안영미가 매주 애타게 찾는 민식이는 작가 이외수로 밝혀졌다. 지난 14일 공개된 Mnet ‘슈퍼스타K4’ 티저 영상에서 안영미는 tvN ‘코미디 빅리그2’(이하 ‘코빅2’) 김꽃두레 분장을 하고 등장해 전화로 민식이를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영상에서 김꽃두레는 전화를 받았고 자신의 유행어인 “민식이냐?”를 외쳤다.

김꽃두레 전화를 받은 이는 바로 소설가 이외수. 그는 수화기를 든 채 “누구세요?”라고 답한 후 신중현 ‘미인’을 열창해 웃음을 자아냈다. 안영미는 그동안 ‘코빅2-이런 면접’에서 “민식이냐?”라는 멘트를 해 시청자들은 민식이가 누군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