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금희 작가]작가의 사회적 활동으로 미술 대중화 앞당긴다
[인터뷰-이금희 작가]작가의 사회적 활동으로 미술 대중화 앞당긴다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3.2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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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적인 삶에서 얻는 깨달음, 작품활동 밑거름

릴레이 인터뷰 -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 젊은예술가상 수상자 이금희 작가

     지난해 11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주관한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에서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이금희 작가.
     그녀는 홍대 재학시절, 풍족한 집안형편임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을 한 것이다. 용돈뿐 아니라 등록금 역시도 직접 벌어서 냈다고. 
     미국으로 국비유학을 다녀온 후 그녀는 귀국해 현대미술에 몰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미술이론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지금도 그녀는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 1대학에서 조형예술학에 빠져있다.
     그녀는 서양화에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의 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고, 파리 국제 예술 공동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작가는 작가만 해야한다는 인식을 벗어나 작가들의 사회참여를 이끌어 내야한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그녀는 중앙대 성인예술프로그램 미술부문을 기획했고, 마포구 저소득측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멘토링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얻는 것에 가치를 둔다는 그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개척적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금희 <자연의 해석-생성, 소멸>, oil & acrylic on canvas, 130x162cm, 2011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수상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서울문화투데이>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회에 문화적 기여를 하는데 애쓰고 계신 걸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울문화투데이>로부터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것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품세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그간 일관되게 존재(being)보다는 생성과정(becoming) 또는 관계에 관심을 두고, 모든 사물은 연결되어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또는 성장하거나 형성됨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최근 작품에서 저는 세포, 꽃수술 등을 통해 자연을 보다 구체적인 생성이미지로 표현하며 생성에서 소멸로 이르는 생명의 순환을 그려내고 있어요”

-미술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 해왔죠. 주변으로부터 소질 있다는 소리 들으면서요. 중학생 때였어요. 미술선생님께서 어느 날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미술계를 위해 그림을 해라’라고요. 저에게 그 말씀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어요. 선생님께서 저에게 사명감을 주신 거죠. 그러고 보니 어린 나이에 굉장히 큰 생각을 가졌었네요”(웃음)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자연의 해석'에서 자연은 '생성'을 의미하며 생성이란 창조와 소멸을 거듭하는 생명의 근원적 과정입니다.
생명은 눈에 보이는 것이면서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질서로서의 시공 연속적 생성, 변화, 소멸의 과정이며, 개체에 의한 지속적인 변화에 의해 순환의 법칙 속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외형보다는 세포 분열(생물학적 변화)처럼 근원적인 자연과, 현대 사회에서 경시되어가고 있는 ‘생명󰡑에 대한 해석과 접근이며, 작품에서 생성과 소멸은 화석이미지. 꽃수술이미지. 세포이미지. 세포막등 생성공간에서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앞에 현존하는 사물의 성질, 빛, 색, 깊이 등이 우리의 신체 속에 반향을 불러 일으켜서 사물들 자신의 현존을 내 속에서 육화시킨다는 의미는 사물을 나의 신체와 동일한 재료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한 것입니다. 󰡒자연은 내면에 있다󰡓라고 말한 세잔느와 일맥상통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메를로 퐁티의 이론으로부터 사물이 앞뒤에 있는 것이 아닌, 포개져 있거나 가려져 있고 사물들 중의 하나인 나의 신체와의 결속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사물과 나(신체)와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이로부터 깊이 지각이 가능해지며 자연 속에서 두드러짐, 잠재성,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작품에 다양한 시도를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돌가루, 사포 등을 이용해 질감을 표현하거나 캔버스 표면을 파괴하는 등의 여러 기법이 인상적입니다. 작품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세요?
1995년부터 미국의 Long Island University에서 수학하는 동안 독창적인 표현을 찾기 위한 열정, 고뇌와 실험의 결과 저만의 독창적인 작품경향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1995년 자연의 해석에서 ‘자연’은 인간의 실존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었고, 자연과 교류, 소통하면서 체험된 세계를 추상화된 이미지들로 구성하였습니다.
2002년에 도불하여 파리에서의 작품 활동과 소르본느 조형예술학 박사논문과정을 밟으면서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 퐁티(M. Merleau-Ponty)의 현상학과 들뢰즈(Gilles Deleuze)의 감각의 논리 이론에 대한 연구는 제 작품의 철학적 깊이를 한단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제인 자연의 해석-생성, 소멸에서 ‘자연’은 보다 구체적인 생명이미지(세포, 꽃수술등)들에서 출발하여 작품의 의미에 의해 변형되어, 다중적인 시각이미지로 표현됩니다. 생명이미지와 시간의 흔적인 화석이미지는 생성과 소멸을 나타내는 자연이미지이면서 동시에 신체이미지로의 의미를 포함합니다.
특히 화석이미지는 데이비드 애튼보로의 ‘식물의 사생활’의 책에서 현미경적인 화석(Microscopic Fossils)들에 관한 내용(슈피리어 호수Lake Superior 연안에서, 30억년전에 미생물처럼 작은 생물이 화석화된 것이 발견되었다)은 작품에 하나의 모티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작가의 사회적 참여를 직접 실천하고 계시는데, 지금 진행 중인 일이 있나요?
“2010년부터 마포구와 함께 저소득측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멘토링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홍대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 방과 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학교는 60여개에 아이들은 400명 가까이 됩니다. 예술은 아이들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요즘같이 예술 관련수업의 침체기에는 청소년들의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앞으로는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럼 동시에 예술가들의 역할과 할 일이 많아지게 될거에요”

-작가의 사회적 참여란 어떤 것일까요?
“작가는 오로지 작품에만 에너지를 쏟아야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저는 작가가 그림만 그려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술시장이란 너무나도 다양하답니다. 예를 들면 미술교육도 포함되고요. 결국 모든 게 한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죠.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데 저 혼자 작업에 몰두한다고 해서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작가들도 인적자원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환으로 저는 마포구와의 사업을 구상한거고요. 작가의 사회적 활동은 일반 대중의 미술에 대한 거리를 좁혀주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품 활동과 가정생활, 거기에 공부까지 병행하시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듯한데, 어떻게 가능하셨는지요.
“작업에 대한 절실함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인 것 같아요. 또 저는 가정과 작품 활동, 그리고 작품을 위한 이론 공부를 분리해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갈 때 스스로 얻는 깨달음의 의미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로서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다음 전시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올해 동경 등 해외에서 작품 전시 계획이 있어요. 내년에는 국내 전시를 계획 중입니다”

-앞으로의 꿈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는 물질과 공간과의 관계에 관한 이론적 연구를 할 예정이며, 좀 더 발전된 작품 구상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작가의 인적 자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술 대중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등의 여러 정신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에 관심과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데, 미술계가 사회 환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조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앞으로도 예술가의 인적자원환원프로그램을 넓혀나가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금희 작가 △현재 파리 1대학 소르본느 조형예술학 박사논문 과정 △2007 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학위 취득 △1996 Graduate School of Long Island University 졸업

개인전
2011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2010 Sixteenth Annual Los Angeles Art Show, Los Angeles Convention Center
2009 당대중·한우수미술작품전, 북경 706갤러리, 중국
2008 인사아트센터, 서울

수상 및 해외미술 프로그램
2008 제5회 청작미술상(청작화랑)
2007 한국미술문화상 초대작가상(한국미술센터)
2004 파리 국제 예술공동체(Cite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레지던스 프로그램

작품소장
호암미술관(삼성문화재단), 서울시립미술관, 포스코 미술관, 쉐마미술관, 베트남 한국문화원-베트남 하노이, 아랍에미리트 아브다비 대사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