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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임권택 감독 ②] “우리 삶 담은 영화 생명력은 상업영화와는 다르다”
“제 영화 불만 많지만 진솔한 삶 담아낸 것, 허망한 일 아님 깨달아”
2012년 03월 21일 (수) 13:43:17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정리 윤다함 기자 press@sctoday.co.kr

■[스페셜인터뷰-임권택 감독 ①]에 이어서...
   

 

-예전에 방송에서 촬영장 에피소드를 밝히셔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그 외에도 여러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하도 어린 나이에 감독이 돼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네요. 감독이 된지 얼마 안됐을 때였죠. 녹음실에서 점심시간에 자장면을 주문해 배달이 왔어요. 그런데 배달하러온 친구가 이건 감독님 것이라면서 저에게 자장면을 내주지 않은 적도 있고. 또 언젠가는 단역을 맡은 신인배우를 촬영 직전, 화장실에서 처음 만났는데, 배역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의상 말고 다른 거 입으라고 했더니 오히려 그 배우가 절 엄청 혼냈죠.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냐며.(웃음)”

-한 배우는 감독님은 촬영장의 ‘난로’라며, 아버지 같고 따뜻한 분이라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촬영장에서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필요에 따라 혹독해질 때도 있죠. 해야 할 일이니까요. 언젠가 북한강에서 만주로 가는 독립군들의 모습을 촬영해야 했는데, 살얼음 낀 강 위를 건너가야 한다고 했더니 배우들이 싫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먼저 건너가 여기까지 오라고 했죠. 그럼 안 올 수가 있나. 감독이 현장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촬영 중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밤중이라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이동하시기도 한다는데, 함께 하는 스텝들의 고생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가 아니다 싶으면 정말로 동해에서 서해도 가고 그랬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잘해올 수 있었던 건 스텝들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임해줬기에 가능했던 거예요. 가령 말단조수가 문제제기를 하며 재촬영해야 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제시하는 게 제 영화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랍니다. 의견이 타당하다면 전 다 수렴해왔어요. 영화란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말단조수까지도 모두 혼연일체가 돼 만드는 것 아닐까요. 그렇기에 한밤중에 동해에서 서해 가자는 제 말에도 스텝들이 따라준 것이겠죠”

 

   

 

-차남 권현상 씨는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이죠. 처음에 배우하고 싶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셨는지요.
“반대는 안했어요. 전 ‘그냥 할 수 없지’ 했죠, 뭐… 영화 한다는 건 정말 너무 힘든 일이에요. 연출자든 연기자든 오랫동안 자신의 일을 지키고 인기를 유지한다는 건 엄청난 노력과 인내, 창의성까지도 요구되거든요. 그런 걸 견뎌낼 수 있나 싶기도 하고… 둘째 놈, 연극영화학과 입학해서 다닌 지 딱 1년째 됐을 쯤… 그 전에는 학교에 관해선 아는 척도 안하다가 처음으로 물어봤어요, ‘너 정말 연기자 되려고 하는 거냐’고. 그랬더니 자기는 정말 진심이래요. 전 또 흔히 말하는 꽃미남 역할이나 맡고 싶어 하는 줄 알고, ‘어떤 역할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참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주연보다는 카리스마 있는 악역을 하고 싶다고요. 실은 저도 속으론 가슴 졸이며 물어봤던 건데, 대화를 해보니 애가 그냥 바람 들어서 연기하겠단 건 아닙디다. ‘달빛 길어올리기’에 서너 커트정도 나왔는데, ‘뭣도 아닌 놈’은 아니더라고… 연기자로 키워도 될 것 같단 생각에 자기 알아서 하도록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결혼 당시 감독님은 아직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였는데..미모에 장래가 창창했던 배우 채령 여사님과의 결혼은 여전히 미스테리입니다.(웃음)
“그건 나도 신기해하고 모두들 다 신기해해요. 당시 전 아무것도 없는 삼류감독에, 거기다가 집사람하고 나이 차이까지 많이 났었거든요. 주변에서는 감독이 순진한 어린 여배우 꼬신 거라고 오해들 많이 했었죠. 하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어요. 둘 다 이심전심이었던 거죠.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때 집사람이 세상물정을 잘 몰랐던 거 같아.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았으면 나하곤 절대 결혼할 리가 없거든.(웃음) 보아하니 제가 사기꾼은 아닌 것 같고, 일 열심히 하는 순수한 모습에 저를 믿고 따라와 준 것 같아요. 연애도 꽤나 오래 했는데, 세월만 자꾸 흘러가던 와중에 어느 날 집사람이 저에게 그러더군요, ‘부모님께 인사드리자’고. 집사람이 먼저 프러포즈한 거와 다름없어요”

-사모님의 내조는 아주 잘 알려져 있죠. 몇 십 년째 제자들, 후배들에게 사골 고아 끓인 떡국으로 세배 손님 치르시는 걸로도 유명하시고요. 사모님은 감독님께 어떤 분이신가요?
“저로 하여금 오로지 영화에 집중하고, 영화만 할 수 있도록 해준 사람이 집사람입니다. 이제껏 제게 뭘 요구한 적도 없고 그저 제 옆에서 묵묵히 저를 도와줬어요. 생활비 문제로도 제게 할 말이 많았을 텐데, 지금껏 단 한 번도 불평한 적 없고요. 잘 해줘야 하는데 내가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달콤한 소리할 줄도 모르니까…”

-현재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석좌교수로 계십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하려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신입생들에게 ‘달빛 길어올리기’ 감상문을 써오라고 했습니다. ‘지루하고 재미없다’란 평이 대부분이었어요. 1학년들은 상업영화에 익숙해져 ‘달빛 길어올리기’와 같은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 못하고 있더라고요. 반면, 1~2년 교육 받은 2, 3학년 학생들에게선 전혀 다른 반응을 볼 수 있었어요. ‘삶 자체를 진솔하게 그려낸 영화’, ‘우리 삶을 통한 영화의 생명력이 느껴진다’란 평까지… 저는 학생들에게 상업영화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깊이 들여다 본 영화와의 차이를 말해주곤 해요. 이제는 비록 인기도 없고 불편함도 있고 때론 미숙하게 보일지언정 우리 삶을 담은 영화의 생명력은 상업영화와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고요. 지금은 비록 학생들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언젠가 아이들이 감독이 돼, 내 얘기를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으로도 교육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영화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내년쯤? 아직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어요. 나이가 드는 만큼, 세월이 흐른 만큼 그 나이에 갖는 관심이 있기 마련입니다. 나이 먹은 만큼, 그 나이만큼 찍어내는 게 영화에요. 그 이상, 그 이하도 해낼 수가 없죠. 제 나이에서 베스트를 하고자 하는 것, 이젠 그런 영화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 갖고 계신 꿈은 무엇인가요?
“제 나이대가 관심 가질 법한 영화를 보다 더 잘 만드는 방법이 뭘까 고민 중이예요. 기존에 해왔던 영화와는 다른 방식을 찾아 만들고 싶거든요”

-후배 영화인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지금은 한국영화계가 왕성히 붐비는 중이고, 요즘 한국 영화 많이 좋아졌다는 말 듣는 시대라… 이젠 스스로들 개척해나가야 하고, 좋은 영화 만들어 내는 방법을 스스로 발견해나갈 때라고 생각해요”

 

■임권택 감독 △1936년 5월 2일 전남 장성 출생 △1961년‘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 △1981년‘만다라’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1985년‘길소뜸’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1987년‘씨받이’아시아태평양영화제 감독상·작품상,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1989년 보관문화훈장 △1993년‘서편제’상하이국제영화제 감독상, 칸영화제‘임권택 주간’△1994년‘태백산맥’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1996년 한국 영화연구소 이사장 △1997년 영화진흥공사 운영자문위원회 위원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2000년‘춘향뎐’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2002년‘취화선’칸영화제 감독상,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100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으며, 연출작품은 , ‘잡초’, ‘족보’, ‘깃발없는 기수’, ‘티켓’, ‘연산일기’, ‘아다다’, ‘아제아제바라아제’, ‘장군의 아들1, 2, 3’, ‘개벽’, ‘태백산맥’, ‘축제’, ‘창’, ‘천년학’, ‘달빛 길어올리기’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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