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의(義)가 없는 이(利)...나라가 위태롭네
[데스크칼럼]의(義)가 없는 이(利)...나라가 위태롭네
  • 권대섭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2.03.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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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섭 객원 논설위원
“어르신께서는 천리를 멀다 않고 오셨습니다. 그러니 장차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것입니까.”
“임금께서는 어찌 꼭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다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임금께서 어떻게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라고 생각하면 대부들은 어떻게 내 집을 이롭게 할까라고 할 것이고, 선비와 백성들도 자기를 이롭게 할 생각만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집니다.”

맹자 양혜왕편 첫 장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양혜왕을 만난 맹자가 자기나라 이(利)를 논하는 왕에게 일침을 가하는 유명한 장면이다. 자기나라 백성과 자기나라 이(利)를 생각함은 왕의 당연한 책무인데, 맹자가 왜 이를 나무라는 것일까?

의(義)가 빠졌기 때문이다. 맹자는 의(義)가 없이 이익만 추구하는 나라는 망한다고 설파한다. 그래서 “다만 ‘인의’가 있을 뿐이다” 라고 말한 것이다. 당시 중국대륙엔 맹자가 찾았던 양혜왕 외에도 여러 나라의 군주들이 자웅을 겨루며 이른바 ‘춘추전국시대’를 이루던 때였다. 이런 때 각 군주들이 서로 자기나라 이익에만 몰두해 싸운다면 대륙전체가 위태로워져 백성들의 삶이 고달파질 것을 맹자는 내다보았다. 인의(仁義)의 주창자 맹자는 천하의 평화와 모든 나라 백성의 삶을 생각할 줄 아는 지도자, 그릇이 큰 지도자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맹자의 이 같은 논리는 일반 선비와 백성들에게도 적용된다. 사가(私家)의 선비와 백성들이 각자 자기의 이익만 생각해 의를 잊고 산다면, 온 나라가 서로 속고 속이며 도적의 소굴로 변한다는 것이다. 역시 사회가 어지러워지며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맹자의 이 같은 가르침은 오늘날 위기에 처한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경종으로 보아도 될 것 같다. 소위 신자유주의가 시작되기 직전인 198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세계에는 명분이나 의리를 중요시하는 기류가 있었다.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소련진영과 자본가를 대표한다는 미국진영의 동 · 서 냉전이 그 한 내용이며, 일반 사회에서도 평생직장 개념이 있어 회사에 대한 애정과 의리, 직장동료를 생각하는 정신이 살아있었다.

순진한 사람의 생각으로는 소련이 무너지고, 동구 공산권이 무너졌을 때 이제 세계는 공산주의위협이 사라져 평화시대가 도래하는 줄로도 알았다. 한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 혹독한 무한경쟁, 정글의 법칙이 냉엄한 신자유주의가 독주를 시작하더니 사람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각 나라마다 또 나라 안에서도 사람들은 철저하게 각자의 이(利)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으로 내몰렸다. 미국에서 태동한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린 나라일수록 더 심해졌다.

대한민국은 그 대표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각 정권, 각 정당은 자기 정권 · 자기 정당의 이(利)만 추구했다. 나라의 지도자, 사회 지도층으로부터 그런 소식이 전해지면 국민들은 욕을 하면서도 그들에게 표를 줬고, 그들을 따라했다. 위에서 아래에서 모두가 그랬다. 그 지도자에 그 국민들이 되어갔고, 그 국민에 그 정치인들이 되어갔다. 결과 나라가 위태로워졌다. 청년실업, 장년실업, 노인문제, 비싼 등록금, 비싼 집값, 농촌문제, 환경파괴, 인구감소...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인의(仁義)’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의(義)를 생각하면 손해보고, 이(利)를 생각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양혜왕에게 일침을 가했던 맹자선생이 지금 이 세계, 이 나라를 본다면 또 뭐라 그럴까?

“아하! 세상은 여전히 요지경이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아! 의(義)가 빠진 이(利)는 나라를, 세상을 위태롭게 함을 깨닫길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