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박정수의 뒷방이야기 - 돈 타령(돈과 그림Ⅱ)
[미술칼럼]박정수의 뒷방이야기 - 돈 타령(돈과 그림Ⅱ)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2.03.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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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비가 달랑달랑한데...돈...돈...!”

▲박정수 정수화랑 대표

결혼해서 사는 이 치고 이 말을 들어보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수익이 불특정한 예술계 남성들의 귀에는 딱지가 앉았을지도 모르는 말이다. 말로는 잘 한다. ‘돈 이라는 것은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걱정’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네 살림살이는 많아서 걱정하고 싶은 것이 보통의 생각이다.   

우리 속담에도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고 하였다. 흥부가 중에도 돈타령이 나온다. “달처럼 둥글 둥글게 둥근 돈, 생사죽음을 가진 돈, 부귀영화를 부른 돈, 야 이놈의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옛다 보아라. 돈 봐라.”고 돈을 노래한다.

많은 이들이 돈이 최고인줄 알고 살아간다. 말로는 그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을 위해 자존심도 버리고, 인정도 버린다. ‘돈은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것’이라고 선배들이 말하지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돈이 자신을 따른단 말인가. 말로는 쉽다. 사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팔기위해 작품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품 활동을 하다보면 언젠가 작품이 팔린다고 말한다.

팔리는 그림을 그리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 무릎 꿇고 배워야 한다. 어떻게 그리면 그림이 팔릴 수 있는지 말이다. 팔릴 수 있는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몇 달을 놀다가 돈 떨어지면 팔리는 그림 그리고, 해외여행 하고 싶으면 팔리는 그림 좀 더 많이 그리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언젠가 팔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현재의 작업에 충실할 뿐이다.

화가들은 자신의 작품으로 돈을 사야한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어도 예술작품이 돈보다는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예술작품이 그러해야 하지만 돈은 녹녹하지 않다. 자신이 사는 사회에 도움이 되거나 쓸만하거나 재활용 될 수 있는 것들에만 관심을 둔다. 여기에 예술가의 중요한 오기와 똥배짱이 필요하다. 돈이 그림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돈을 사야한다. 현재의 사회가, 현실이 돈 많은 이에게 그림을 파는 것이 아니라 돈 자체를 사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돈을 가진 자가 명예를 얻고, 돈이 많은 자가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서는 돈 자체가 명예를 가지려 하고, 돈 자체가 권력을 지니고 있다. 예술은 돈과 무관할 수 있지만 예술작품은 거기서 적당히 벗어나야 한다.   

한국은행이 조폐공사에 지불하는 금액이 장당 185원이라고 한다. 185원에 5만원 권에 준하는 가치를 집어넣어야 함에는 고도의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가치 자체로만 보자면 무지하게 남는 장사다. 돈의 가치는 사회적 약속이다. 그것도 전 세계의 약속이 아니라 끼리끼리의 약속이다. 어느 나라의 1달러는 어느 나라의 100의 달러의 가치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예술작품에 가치를 넣자. 가치는 사회적 약속이다. 예술 활동의 최면에서 벗어나 예술작품의 가치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치는 만들어진 후 평가된다. 이미 우리사회가 돈을 존경(?)하는 곳이므로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만은 없다. 적당한 타협과 마케팅으로 예술작품으로 돈을 사는 곳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래야 돈이 함부로 까불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