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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여행칼럼] 삼국지를 가다(2)-무한에서 동호와 명산 여산으로
이수경 교수의 중국 강서·호남·호북성 기행
2012년 03월 26일 (월) 16:54:47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sctoday@naver.com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약속 장소에 모인 멤버와는 초면이었지만 거의 이틀동안 잠을 못 잔 필자는 몽롱 상태에서 인사를 건넸다.여행사에서 동행한 유두경 이사가 여행 주의점을 이야기 해 줬고, 일행을 인솔하는 오길순 단장의 인사와 더불어 워싱턴에서 전날 도착해서 공항 호텔에서 숙박했다는 이영묵 소설가가 훤칠한 키로 일행에게 인사를 나눈다. 아마도 이 모임의 기행을 몇 번 동행하신 것 같았다.

   출발 직전에 잘 다녀오라는 친구의 응원 전화를 받으며비행기에 탄 뒤, 일행인 송경순씨와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3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우리는 무한(WUHAN)공항에 도착했다. 작은 공항이라서 그런지 중국의 입국 관리국원들의 서비스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게다가 직원의 태도 평가를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서비스 단추(상,중,하의 어느 것을 누르는)가 설치되어 있어서 직원들도 친절하게 웃음으로 맞아 주게 되어 있었고, 직원 뒷쪽에는 그들을 지켜보는 공안 직원이 지키고 있어서 서비스 의식의 철저한 시스템화를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나라를 찾는 외국인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역시 입국 관리국 직원이다. 딱딱한 권위의식으로 너희를 통과시키는 여부는 내게 달려있다는 그런 고압적 자세가 그 나라의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면 그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공무원으로서의 근본 자세가 아니다. 그런 나라에 누가 갈 마음이 생기겠나?

   필자의 경험으로는 최근의 유럽도, 미국도, 중동 아프리카도 공항 직원들 모두가 친절하게 맞아주었고, L.A.강연차 미국을 갔을 때는 입국 관리국 직원이 다양한 여행 정보까지 알려주며 좋은 기억의 여행이 되라고 배려해 줘서 이미지가 참 좋게 남아있다. 한편, 몇 번의 베이징 공항과 연길 공항에서는 불친절과 납득가지 않는 태도가 일행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정은 그런 불쾌함을 각오하고, 오직 적벽 주변에서 주유와 제갈량의 지혜만 느끼려고 마음을 먹고 갔다. 근데 기대 밖의 무한 공항은 친절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듯 해서 변화가 반가웠다. 게다가 필자의 선진국 기준은 [청결한 식당과 화장실 환경], 그리고 [인권 의식]이기에 과거의 이미지를 불식하려고 점점 노력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이 느껴진 여행이었다. 물론 중국의 인권 수준이야여전히 국제 사회의 맹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향후 적극적 개선을 하지 않으면 선진국 의식을 갖출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발전 과정이기에 중국이 인권 및 환경대국이 되는 그 날을 기대하며 공항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라도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는 곳이고, 서울보다는 남쪽이기에 따뜻한 날씨라고 생각했지만 밖으로 나오니 제법 쌀쌀하다. 그 속에서 우리를 기다린 것은 우리 때문에 공부를 많이도 했다는 장춘 출신의 가이드 신양이었다. 인생을 통해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건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언어 소통이 안되는 이국땅에서 든든한 가이드를 만나는 것은 여행도 그 이상으로 유익해진다. 일행의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이었지만 신양은 솔직하고 성실하게 우리 일행을 보살펴줬고, 재치로 현지의 상황 대처를 잘 해서 일행들의 사랑을 받았다.

   
▲동호 호수 입구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는 내륙지방의 교통의 요지로 발달한 상업도시로서 초나라의 문화나 노자, 장자의 사상이 발달하여 유구한 역사를 지닌 600만 인구의 무한시내에 들어가는 것을 미룬 채, 우선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한 동호로 갔다. 하지만, 을씨년 스런 겨울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은 호수 주변을 순회하는 자그마한 버스엔 바람막이조차 없어서 예상보다 추웠다.

   게다가 우리를 태운 몇 대의 차를 운전하는 여성들의 말투가 얼마나 거칠고 억센지  귀가 따가웠다. 저렇게 주변을 무시하고 시끄럽게 떠들다가 치고 받고 싸우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도 들었다. 그러나 의외로 그들은 본능적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낼 뿐 몸싸움까지는 가지 않았다.참 오랜만에 상식적이지 못한 감정 표출을 볼 수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T.P.O를 의식하며 쿨하고 조용히 감정 억제로 대화하는데 익숙해진 우리 사회가 우울증이 늘어난 것은 되려 저런 감정적 표현을 억제 혹은 자제하도록 습관화 되어 온 이유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마디로 저렇게 실컷 소리치고 나면 속 참 후련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추위에 손님들 세워두고 자기네들끼리 안하무인격으로 떠드는 태도는 무례한 태도라는 것은 자각이 필요하다. 우리같은 손님이 있어서 그들도 먹고 사는 것이다. 감사를 할 줄 알고, 상대에게 불쾌함이 없도록 예우는 하는게 필요하다. 의식 수준이야 쉬이 고쳐지지 않겠지만 사회 발전을 위해선 기본적 상식을 공유해야 공생할 수 있음을 자각시키는 교육을 필요할 것이다.

   우중충한 날씨와 낮은 기온 속의 세찬 바람이 지나가는 동호에서 잠시 호수 중심에 걸쳐진 길을 걸었으나, 날씨탓에 일찌감치 돌아나와서 호반에 설치된 초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굴원의 동상을 본 뒤, 버스로 돌아왔다. 이 지역은 태양이 잘 나오지 않고 우중충한 날씨가 많아서 얼굴 흰 미인이 많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영국에 있을 때도 지독히 빨래가 마르지 않아서 케임브리지의 아름다운 겨울 경치와는 달리 우중충하고 불편했던 기억도 있었다. 그런 지난 날과 오버랩되는 시간도 가지며 버스를 타니 여행에 참가한 사람들의 소개가 이어진다. 모두 자기 세계를 향유하고 있는 33명의 소개가 끝나자 우리는 신양의 안내를 받으며 이백이나 백거이, 도연명, 두보 등의 중국의 문사들 1500여명은 거쳐갔다는 강서성의 산수가 수려한 명산 [여산]의 온천지의 숙소로 향했다. 이 여산은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저녁 어둠이 내려앉았을 즈음에 헐리데이 인에 도착하여 우리는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모든 식사는 일행들을 배려하여 현지의 독특한 향과 재료를 줄이고 우리가 먹기 쉬운 맛으로 부탁을 한 덕분에 음식으로 크게 불편한 일은 없었다. 게다가, 이 나이에 아직도 못 버린 몇가지 결벽증땜에 밥은 안 먹어도 잠은 청결하게 자야한다는 성격 탓에 단체 여행을 못하고 고생하는 필자지만, 이번 여행은 만족할만한 숙박 시설이었다. 물론 특1, 2급 정도의 호텔이건만 영어가 통용이 안되거나 인터넷 사용에 제한이 있거나, 호텔에서 환전이 안되는 등의 불편함은 향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유럽이나 북아프리카의 우편 통신 제도도 글로벌 시대에 걸맞지 않은 곳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국이나 일본은 정말 통신이나 우편시스템은 물론이고 모든 숙박시설의 비품 구비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다.그런 편리한 서비스 정신이 앞으로 그 사회의 발전성을 가늠하는 키워드이기도 하기에 중국도 향후 그런 불편함을 없애도록 노력해야 세계 수준으로 거듭날 것이다.

   아무리 역사적 사적지가 많더래도 숙박 시설이 불편하고 불안정한 사회 체재로 인해 안전 보장과 쾌적한 환경 보장이 안 된다면 굳이 리스크를 지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마음은 안 생길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가 그런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서비스 정신을 함양해 왔고, 지금은 첨단 과학사회라는 평가와 더불어 숙박하는 손님 입장에 서서 배려하는 서비스 정신이 깃들여진 호텔사업이 평가받고 있듯이,중국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세계적인 도약을 목표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니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의 흐름이라고 할까?

   한편, 우리 일행은 일반 관광객이 잘 방문하지 않는 사적지를 많이 답사했기에 정부 개발이 늦어서 엉망일거라는 각오도 했는데, 음식물이나 숙박 시설, 도로 환경 등은 몇 년전의 동북 지역이나 하북성 등지를 다녔을 때 보다는 비교적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베이징에서 불쾌할 정도로 가래침 뱉어대던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물론 베이징 정도로 건조한 지역이 아니었다는 이점도 있을 것이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었다.

   첫날은 여산 기슭의 구강시의 온천 지역 호텔이 숙박지였다. 호텔 내의 온천에 같이 가자고 일행들이 권했지만, 주말에 후지산 온천을 가끔 즐기는 필자로서는 넓은 방을 사용하며 도쿄에서 짊어 매고 온 자료들을 풀어놓고 노트북으로 업무 집필을 하는 시간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언제부터인지 그 지역 여행도 좋지만 내 심신을 쉴 수 있는 호텔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그런 짓 하느라 몸이 뻗고, 이동 버스 속에서 잠만 잤던 우행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으나, 여행이 끝나면 바로 업무에 쫓겨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기에 필자의 밤 시간은 피곤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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