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큐레이터토크 3-2]큐레이터 수첩 속에 기록돼 있는 추억의 전시이야기
[이은주 큐레이터토크 3-2]큐레이터 수첩 속에 기록돼 있는 추억의 전시이야기
  • 이은주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
  • 승인 2012.03.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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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Art: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

     오늘 날 미술작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수 많은 미술관과 전시장에서 이뤄지는 전시들을 물리적으로 다 감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기획 연재를 통해 전시회의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의 전시기획 의도와 작가 및 작품에 대한추천글을 '큐레이터 수첩속에 기록돼 있는 추억의 전시' 코너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코너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이 자신들이 앞으로 기획할 전시나 또는 지나간 전시라도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리뷰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 첫번째로 대안 전시 공간인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의 이은주 큐레이터가 맡아서 연재할 계획입니다. 큐레이터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지난호에 이어]


조각과 디지털의 문제를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한승구(Han Seung-Ku)의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의 시각을 이용한 소비 단계를 넘어선다. 그가 제시하는 이미지 소비는 시각을 넘어서 어떠한 대상에 공간에 위치시킴과 동시에 작용하는 인터페이스의 문제를 다룬다. 그의 초기작업<Networked Identites>에서는 작가 자신을 실제 사람사이즈로 제작하여, 하나의 얼굴에 다양한 표정을 담은 영상을 플레이 하는 방식이었다. 그가 느끼는 인간 내면의 다양성을 정지된 하나의 얼굴표정으로 설명될 수 없었기에 그는 미디어의 사용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멀티 한 인간의 다중성을 표현 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은 이미지뿐 아니라, 소리와 이미지의 경계 또한 허물었으며 이는 곧 시각이미지와 청각이미지가 다른 별개의 것으로 작용되는 것은 아니다. 즉, 사운드아트는 시각과 청각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서 이미지 소비와는 또 다른 지각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학승(Lee Hak-Seung)의 작업 소리약 시리즈에서는 세상에서 지각되지 않는 소리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을 치유하는 과정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게 되는 <댓글중독증을 위한 소리약>과 <웰빙강박증을 위한 소리약> 사운드 드로잉은 시각이 제시할 수 없는 흥미로운 상상을 오로지 청각에만 의존하여 소비하는 관람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텍스트, 사운드, 디지털기술은 그의 작업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들이며, 소리와 이미지에서 파생될 수 있는 중첩성과 상이성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네트워크 공간의 경험

고도의 기술로 제작된 컴퓨터 이미지들이 구현해 내는 궁극적인 공간은 가상현실이다. 가상현실은 디지털 이미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극적인 결과물이기에 디지털 기술과 가상현실 구현에 대한 논의는 항상 동시에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발전과 맞물려 제작되는 다양한 매체가 주는 시각에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으며, 이에 대해 제이 데이비드 볼터(Jay David Bolter)와 리처드 그루신(Richard Grusin)은 새로운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를 완전히 흡수해 재매개 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두 미디어 사이의 불연속성은 최소화 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가령, 3D입체안경은 TV모니터 안으로 몰입하기 위한 하나의 인터페이스 장치라 가정했을 때 우리가 그 장치가 사라지는 경험을 해야 비로소 스크린 안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곧 우리가 디지털 이미지 안으로 몰입하게 하는 가상공간의 경험은 기존의 미디어들이 지속적으로 매개되는 과정을 거쳐 진 것이며, 각각의 미디어들의 물리적인 연결은 어느새 사라지게 된다. 우리의 시각으로 3D에 몰입된다는 것은 그 프로그램을 연동시키는 각각의 미디어가 주는 경험들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에서도 살 펴 보았듯이, 디지털 이미지일 때 더 극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왜냐하면 디지털 미디어는 재매개에서 더 공격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 미디어의 존재를 드러내고 이에 따라 다중성이나 하이퍼매개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미디어를 완전히 개조하려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공간에서 실시간 변동되는 텍스트, 데이터, 그래픽을 통해 미디어로 둘러싸인 우리의 삶이 넷 상의 공간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테제아래 제작된 뮌(Mioon)의 <Contingent Rule>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실재와 가상공간의 차이를 축소시키는 경험을 제공한다.   

<Contingent Rule>의 화면에 등장하는 나무는 하나의 특정 주식데이터로 넷 상에서 진행되는 주식변동 상황들은 나무의 움직임으로 실시간 수정, 변환된다. 실시간 변동되는 주식데이터로 인해 화면 속의 나무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멸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실재의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는 가상의 데이터, 텍스트, 이미지들이 매개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관람객은 넷 상의 세계를 “여기”, “지금”의 공간에서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최근작 <Your stage>를 통해 부유하는 가상공간의 자아를 현실공간으로 이끌어 내는 듯한 경험을 극대화 시킨 이진준(Lee Jin-Joon)은 미디어에 매개되어 있는 총체적인 감각에 대한고민들을 작업에 완성시킨다. 그의 전반적인 작업에 커다란 울타리가 되는 “감성적 디지털 미디어”라는 용어는 예술작품에 미디어와 기술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개입되는지에 관해 서술한다. 그는 이러한 기술적 메커니즘으로 더욱 기계적인 것들을 파생시킬 수 있는 디지털세계에 연극, 설치, 건축 등의 다양한 장르의 경험을 중첩, 조정하여 시각만으로 획득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데 이때 관객은 이미지 주위를 서성이지 않고 이미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위의 작가들의 작품의 경향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디지털기술이 적극적으로 예술영역에 개입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에 테크닉에 관한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과거에도 예술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뒷받침되어야 했지만 오늘날에는 과거와는 다르게 예술에서 기술의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는 바로 기술이 단지 예술작품에서 도구의 문제를 떠나 기술자체가 예술의 개념이 되기도 하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회화, 사진, 조각작가 외에 미디어 아트 작가가 탄생된 연유기도 하겠다. 최근 미디어아트의 양상은 다양한 장르의 작가가 디지털 기술을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작업에 매개 시키는가에 대한 작업일 수 있다. 그렇기에 회화, 사진, 조각을 다루는 작가들도 자연스럽게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미디어아트 반열에 진입하기 시작 하였으며, 이제는 미디어아티스트들의 경계가 훨씬 자연스러워 졌다. 따라서 앞으로 미디어아트 영역에서도 지속적으로 흥미로운 작업들이 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