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인사동이 무너지고 있다
[특별취재]인사동이 무너지고 있다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4.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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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구 인사동, 문화는 사라져가고 전통은 발붙일 곳 없어...

서울 인사동은 외국인들이 고궁을 비롯 한국의 맛을 느끼기 위해 찾는 중요한 장소의 한 곳이다. 그래서 ‘인사동의 전통문화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상인들을 중심으로 '인사동 전통문화보존회'가 조직됐다. 그뒤 서울시가 문화지구로 지정하기에 이르렀지만 정작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이곳의 문화업종은 사라지고 있다.

본지가 창간호(2008년 11월)부터 연속 4회에 걸쳐 인사동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취재한 인사동은 몇 년 전보다  더 심각하게 파괴된 상태다. 인사동은 어느 사이 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문화업종이 아닌 비문화 업종이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그룹은 북인사마당(안국역 쪽) 가까운 곳(옛 대성빌딩)에 대형호텔을 건립중이고, 남인사마당(종로방향)은 재벌기업의 화장품점과 커피전문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또 이전에 지적됐던 중국ㆍ동남아산 저가 골동품과 기념품들은 물론 기성복가게들이 전통문화상품을 대신해 넘쳐나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떠나거나 영업자체를 포기하는 전통상품점을 대신해 다국적 화장품점과 커피전문점 입점 등 대기업 영업장소로 변해버린 것이다. 하얀 우유로 치면 밖에 몇 달 방치되다 변질된 상태다.

특히 일선 주무관청인 종로구청은 인사동의 단속할 규제가 없어 고민이다. 종로구는 “2002년에 제정된 법은 현재의 인사동 비문화영업장이 확대되는 현재 추세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문화부에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달 27일부터 31일까지 문화부, 서울시, 종로구청, 현지 상인, 그리고 한국 전통문화전문가의 목소리를 담아 취재하며 과연 인사동이 전통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문화지구로 계속 남아 있을 지 의문마저 들었다. 

서울 인사동에 들어선 화장품 대리점은 이미 11곳

지난 27일 기자는 인사동 골목길을 찾았다. 남인사 마당 극장에서는 봉산탈춤이 펼쳐지고, 바로 뒤 레지던스 호텔을 바라보며 ‘북인사’ 방향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단 2~3m도 못가서 명동 혹은 강남 등 시내 어디건 발견되는 화장품 대리점이 한 눈에 들어왔다.  

▲ 지난 2008년 인사동 남인사 마당에서 3개 점포로 출발한 국내화장품점이 지난 3년사이 8개점이 늘어 총 11개 점이 남인사에 자리잡고 있다. 이 밖에 옷가게, 동남아 혹은 중국산 골동품과 일제 프라모델 아톰인형 등이 길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스샵,**따움 등 총 11개 국내화장품 대리점들이 인사동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입점한 3개 화장품 점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자리 잡았다. 이뿐 아니라 기존 전통찻집과 골동품, 한복집은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고, 국적도 불분명한 대형 커피전문점과 옷가게, 아이스크림판매점 등이 곳곳에 들어섰다. 이에 비하면 지난 2001년부터 자리잡은 스타벅스는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또한 북인사 방향 ‘인사동 14길’ 위로 삼성그룹이 매입한 토지에 대형 호텔이 건립될 예정이란다. 이 정도면 매년 수많은 외국관광객들이 찾는 서울의 전통문화지구로서 존재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지난 2월 서울시는 ‘인사동 문화지구 조례개정 추진’을 발표하면서 “중국산 제품 등 한국전통과 맞지않는 상품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그렇게 되고 있을까?

인사동에서 수십년간 골동품을 거래해온 한 상인은 대기업 화장품점 입점과 관련해 “제주도 특산물 하루방이 서울에서 판매되는 건 차라리 낫다”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또한 “인사동의 대기업 영업장 확대와 입주실태는 심각하다”며, “2년 전 건물 주변 도로를 새로 단장하고부터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지금은 골동품은 물론 한지, 전통공예품이 들어설 자리가 점차 줄어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또 조만간 인사동에서 화랑을 철수할 계획이라는 한 갤러리 관계자는 ‘부담스러운 임대료가 인사동을 죽이고 있다’면서 “기존 부동산가격이 터무니 없이 올라 이사를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1.5평정도 되는 테이크아웃점도 월 임대료 5백만원 이상이다” 라며 귀띔했다.

그렇다면 인사동 임대료는 얼마나 올랐을까? 인사동 부동산 관계자는 평균 임대료가 월 7백만원에서 1천만원 이상이라고 밝히고 “여기에 보증금까지 합치면 수 억원이 훨씬 넘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거액임대료 때문에 영업을 포기하거나 인사동이 아닌 타지역으로 이전을 원하는 상담자들이 늘었다” 면서 “전통거리라는 말은 옛 말”이라며 손사레를 쳤다.   

▲ 현재 인사동 한가운데에는 서울 명동과 대학로에서 봤던 터키 아이스크림점, 인도레스토랑, 호프집 외에 중국산 불상과 동남아에서 제작된 인형들을 파는 곳이 많이 늘었다. 정부와 서울시가 지정한 전통문화지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시 문화지구관련 조례개정 추진중.. 언제쯤 되려나?

서울 인사동은 글로벌기업들의 영업각축장으로 변했다. 전통찻집 그리고 한복집과 한지, 골동품 판매점도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이전하거나 계획 중이고, 남아있는 전통공예품 상점들도 집주인으로부터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와 함께 인사동에는 터키아이스크림판매점도 군데군데에서 성업중이다. 도대체 전통문화거리라 일컬어지는 곳에 우리 고유의  군것질문화는 어디로 실종되고 외래종이 들어와 주인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 시민은 "요사이는 노점상 단속을 해서 그나마 길거리로 나온 모습을 잘 보지는 못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터키 아이스크림 판매를 위해 길 한 복판에서 외국인이 묘기같은 걸 보여주며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은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며 "전통은 사라져가고 전혀 상관없는 업종들이 들어와 판치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관련 부처인 문화부와 서울시, 종로구청은 이런 인사동의 글로벌화(?)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먼저 문화부 지역민족문화과 김영미 주무관은 ‘도시정비는 지자체 소관’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현행법으로 규제대상 1천만원이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19대 국회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서울시와 상호협의를 거쳐 조례개정과 관련 법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김훈기 주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화부와 만나 전통문화지구 활성화를 위해 여러 논의가 오갔다”고 말하고 “인사동 화장품점과 커피전문점 입점과 관련해 단속을 포함한 조례개정이 추진중이며, 늦어도 하반기까지는 통과될 예정이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종로구는 ‘조례개정은 물론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종로구청 문화관광국 정요섭 계장은 “모두가 공통된 문제인식을 갖지만 현장에서 전통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부와 서울시는 현재 조례로도 규제ㆍ단속 가능하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법제처 해석에 따르면 상위법령에 따른 구체적인 근거(헌법 제37조, 지방자치법 제22조)가 있어야 조례적용(단속)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는 문화예술진흥법과 관련 조례개정 없이는 법적구속력이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인사동은 지난 2002년 4월에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과 시 조례를 근거로 전국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된 지역이다. 특히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문화지구의 지정 목적을 해칠 우려가 있는 영업 또는 시설을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정목적을 해칠 우려가 되는 항목’에 따른 구체적인 명시가 없다. 바로 이 점이 종로구가 인사동에서 현장 단속을 할수 없는 이유다.

종로구청 정요섭 계장은 이와 관련해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인사동은 이미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법적규제가 있어야 화장품, 옷가게, 커피전문점 등 비문화업소를 입점하려는 기업들이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비문화업소를 신규입점 하려는 사람들은 인사동이 문화지구이면서 동시에 법적으로 허술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이제라도 시급히 조례 및 법개정을 해야만 한다“고 거듭  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나마 얼마전 중국상품을 판매하던 한 가게가 중국상품에 대한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영업을 포기하고 나간 것은 인사동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라도 건질 수 있을 사례로 보인다.

▲ 사진들중 상단 두 장은 일본 미디어와 외국관광객들에게 알려진 한복집 내부모습이다. 아래 사진 두 장은 하단 왼쪽이 인사동 거리에서 골목으로 쫓겨난 한복집 간판이고 오른쪽은 인사동 대로변에 남아있는 '경아트' 한복집 간판이다. 뒤로 프레이저 스위트 레지던스 호텔이 보인다.

“임대료만 낮추면 어린이 한복 5만원에 판매할 수 있어요”

서울 종로 인사동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 종로구청이 ‘인사동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힌 점은 현장에서 충분히 확인 할수 있었다.

29일 기자가 찾아간 인사동 한복집을 예로 보자. 서울에서 한복집을 25년간 운영해오면서 국내보다 일본 매스컴과 해외관광객들에게 더 알려진 ‘경아트’(대표 박경숙)는  인사동에서 전통한복집을 낸지 1년 정도됐다. 하지만 전통상품 판매만으로는 높은 임대료를 견딜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골목길로 가게를 옮겼다. 매출이 절반이하로 떨어진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인사동 보존회’에 갔더니 인사동 대로변 임대료가 월 1천2백만 원이랍니다. 10평미만의 점포가 그런 상황입니다. 쌈지길 앞은 리어카 하나에 1천2백만원입니다. 그것도 벌써 오래된 이야기고요. 저도 작년 5월부터 인사동 길에서 작은 가게 하나 얻어 한복집을 운영하다 골목으로 들어왔어요”

취재중 박 선생이 느닷없이 기자에게 “예를들어 중국에서 아이에게 중국전통복 치파오 한 벌을 사주려면 얼마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임대료,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니까. 한 2~3만원 정도 아닌가요?”라고 대답하자 “임대료를 낮추면 10만원에 정도에 판매되는 아이들 한복도 5만원에 구매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사동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선생은 문화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내매스컴이 과연 우리 전통산업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얼마 전 일본 NHK가 저희 가게를 찾아와 취재를 하고 갔어요. 기사는 저녁뉴스 피크타임에 소개될 예정이랍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우리 전통상인들을 다뤄준 적이 없어요. 외국관광객들이 어렵사리 찾아와도 정작 한국인들이 드믈게 오는 이유가 이런 겁니다”

“관공서에서 안내하는 분들이 저희 전통상인들을 상세히 알려준다면 더 할 나위없이 좋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며 ‘이 한복집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 현재 북인사 대성셀틱부지를 매입한 삼성그룹(삼성화재해상보험)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어느정도 완료되면 삼성그룹 신라호텔이 인수해 숙박시설이 들어설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사진 상단 오른쪽을 보면 빌딩에 둘러싸인 한옥이 위태롭게만 느껴진다. 인사동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삼성같은 대기업이 왜 인사동까지 와서 호텔 짓는지 이해안가”

한편 지난 달 30일 기자가 만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인사동은 문화지구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구한말부터 급여를 받지 못한 관리들이 일본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문화재를 내다 팔던 곳이 인사동”이라고 지적하면서 “한 마디로 골동품 세탁소였다”라고 비판했다. 황 소장은 이어 “당시 궁궐도 사라졌고, 인사동 대로변도 알고보면 개천이었는데 일제시대때 대부분 도로로 포장됐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지금까지 약 180억원을 들여 인사동 도로공사를 펼친 것외에 뭘 한게 있느냐?”라고 반문하며 “원천적인 문화재 복원이 아니라면 화장품가게나 어떤 상점이 들어와도 달라질건 없다”고 강조했다.

황 소장은 “곳곳에서 대기업들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밝히고, “삼성그룹같은 대재벌이 왜 인사동까지 와서 호텔건축물을 짓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기자가 이번 인사동 취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 한 것은 인사동은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물론 시민들도 "비문화업종 규제를 위한 제도개선과 함께전통 문화업종 육성을 위한  인센티브 도입 등에 대해서도 이제는 고민해 봐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부가  말로만 우리나라 '전통문화 대표얼굴 인사동'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더 망가지기 전에 지자체에 법과 예산 지원을 시급히 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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