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운동 군부대 신축공사, 현지 주민과 갈등
서울 청운동 군부대 신축공사, 현지 주민과 갈등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4.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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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곤 교수 "해당 지역 종합적인 안전진단부터 먼저 실행해야 한다"

수도방위사령부가 서울 북악산에 위치한 종로구 청운동 군통합막사 신축 건과 관련해, 인근 주민 및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 도로 왼편에 놓인 군부대 신축예정지 모습. 바로 아래 축대와 빌라단지가 보인다. 이수곤 교수는 도로와 주택사이에 놓여있는 축대의 붕괴 위험성을 경고하며 "종합적인 안전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4일 이만열 전 문화재위원과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김란기 한국역사문화 정책연구원 대표 등 시민단체들은 청운동 군 신축막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곳 북악산(백악산)은 명승 제 67호”라고 밝히며, “조선이 도성을 정했던 장소에 신축막사를 짓게 되면 경관 훼손은 물론 낙석위험 등 국군장병과 주민 안전이 매우 위험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기자간담회 대표로 나선 이만열 전 문화재위원(현 숙명여대 교수)은 “열악한 국군장병들의 생활관을 새로 짓겠다는 군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 장소는 국가가 지정한 명승지로서 국민전체가 누려야 할 곳”이라고 지적하며, 신축반대 및 부대이전을 촉구했다.

▲ 전 문화재위원인 이만열 숙명여대 교수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청운동 군부대 통합막사 신축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그는 “청운동 북악산 자락에 군사시설을 지을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막사건립 반대에 따른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북악산 청운동은 명승 제67호로 지정된 문화재의 일부라는 점”과 “둘째 현재 신축되는 국군 막사는 민간가옥과 불과 1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수해가 날 경우, 이곳이 안전하다고 장담 못한다”고 말했다.

이만열 교수는 “이 공사로 자연경관이 훼손되면 복구도 어려울 뿐더러 그간 서울시가 남산부터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옛 한양도성을 복원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 수도경비사령부 시설부장으로부터 통합막사 신축예정지와 관련해 설명을 듣고 있는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현재 건축되는 북악산 청운동은 낙석위험이 존재한다”고 진단하고, “군시설 신축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슬라이딩’(토사, 암반사면 파괴)에 대비한 안전 확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난 해 수해로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며 청운동 군부대시설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진단을 요구했다.

▲ 32년이 된 이 작은 막사 침상은 장병들이 3교대로 잠을 잔다. 관할 연대장은 이곳 병사들이 보초근무가 끝난뒤 피곤한 몸을 안고 취침을 해도 몇 시간밖에 잠을 잘수 없을만큼 공간이 좁다고 한다. 참고로 침상 바로아래를 보면 번호표가 보인다. 이 번호표에 맞춰 3인 1조로 취침한다.

이에 대해 수도경비사령부는 주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민단체들의 입장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변기종 수도방위사령부 시설부장은 “경암과 풍화암 등 암반으로 구성된 북악산은 점토질이 대부분인 우면산과는 다른 곳”이라고 반박하면서, “여러 의견을 참고해 안전한 건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병들이 거주하는 막사가 32년이 지난 낡은 건물인데다 공간이 좁아 잠 잘 자리도 없다”며 군부대 통합막사 신축에 따른 고충을 설명했다.

▲ 이 막사에는 화장실 겸 샤워장이 하나다. 근무가 끝나면 그 많은 장병들이 4대의 샤워기를 돌아가며 사용한다. 이 시설이 들어서기 전에는 몇 개 안되는 수도꼭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한편 이를 지켜 본 주민들의 반응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진 모습이다. 신축 예정지인 통합막사와 현재 사용되는 구막사를 돌아 본 현지 주민은 “장병들이 이렇게 사는 줄은 몰랐다”고 말하면서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서로를 위한 보완책이 낫지 않냐?”며 반문했다.

반대를 주장하는 한 주민은 “신축건물과 연병장이 건립될 예정인 이곳에서 건립뒤 토사가 쏟아지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허술한 축대 하나만을 바라보는 주민들에게 안전대책을 고려해달라”며 상반된 주장을 펼쳐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종로구 청운동 주택단지?

한국역사문화 정책연구원 김란기 대표는 신축중인 군부대 통합막사와 현재 사용중인 구막사 및 청운동 현장을 둘러본 뒤 “32년 된 낡고 좁은 군막사에서 장병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부대 시설개선과 현지 주민안전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며, “종합적인 안전진단 하나 없이 부대시설을 신축하는 건 위험천만의 일”이라고 밝혔다.

▲ 이수곤 교수(오른쪽)가 신축 군부대 건축물은 물론 주변 축대와 관련해 황평우 소장(왼쪽)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낙석과 주변 축대붕괴 위험성을 설명했다.

신축 중인 부대 아래 주택단지와 인근 축대를 둘러 살펴 본 이수곤 교수는 “신축예정인 통합막사는 현 상태로 건설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밝히고, “신축 막사와 주변 도로 그리고 주택단지 사이에 있는 축대에 대한 안전진단과 건축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얼마나 위험한지 살펴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청운동 빌라가 있는 3층 높이 축대 내부는 암반보다 흙이 많다”면서 “지난 7월 처럼 폭우가 쏟아지면 위에서 흐르는 물이 축대 내부에 고이지 않도록 주변에 파이프를 설치해 낮은 곳으로 흘러가도록 조치를 해야만 한다”고 진단을 내렸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5일 통화에서 “주변에 암반지질조사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히며 “지금처럼 우격다짐으로 부대가 들어가면 주변안전에 가장 큰 문제가 나타난다. 종합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가 중단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청 건축과는 관할지역인 청운동 군부대 건물 신축 및 벽산빌라 축대붕괴 위험성 제기와 관련해 “해당 군부대에 협조공문을 띄우고, 신중하게 지어줄 것을 요구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축대붕괴 위험성이 존재한다면 따로 조사가 필요하다”며 말했다. 하지만 군부대 영내에 설치된 낡은 배수로 재시공 문제는 “군과 우리(종로구청)중 어디 관할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현지 주민과 시민단체는 오는 12일 김영종 종로구청장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역사문화 정책연구원 김란기 대표는 “군과 주민사이의 갈등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종로구청과 서울시가 주민들의 우려를 씻어줄수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국가지정 명승지 북악산에는 민간주택들이 많이 들어서있다. 위 사진은 군부대 신축예정지 왼쪽 1km 지점으로 청운동 주민들이 우려하는 수준보다 더 높고 넓게 건축 되어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덧붙여 서울 종로구 청운동 군부대 통합막사 신축건립 예정지에서 왼쪽으로 불과 1km내에는 군부대시설 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빌라단지와 민가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북악산이 청운동 일대라면 민간건축물이 어떻게 높은 위치까지 건축허가를 받아 건립됐는지 살펴봐야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