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소설가 헨리 밀러의 또 다른 매력
[전시리뷰] 소설가 헨리 밀러의 또 다른 매력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2.04.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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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삶’, 그 자유의 이미지 헨리 밀러 展

소설 <북회귀선>으로 알려진 헨리 밀러(Henry Miller, 1891-1981)가 소설이 아닌 미술로 색다른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지난 3월1일부터 헨리 밀러의 187점 작품을 컬렉터 하정웅 씨에게 기증받아 전시를 열고 있다. 헨리 밀러의 소설 <북회귀선>은 영화로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평범한 중년의 여성이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외설적인 장면이 많이 들어간 영화였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더 크게 주목받으며 외설과 예술 사이 기로에 선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런 그가 시각예술에 그의 영감을 표현했다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헨리 밀러는 생각보다 많은 미술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3천여 점에 달하는 그의 그림들은 자유롭고 밝은 이미지로 가득하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난생처음 크레파스를 쥐어줬을 때 그림을 그린 것처럼 자유분방하다. 그의 작품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강렬한 원색에 다양한 붓의 터치를 이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헨리 밀러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경험이 없음에도 재료의 성질이나 색이 갖고 있는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특히 수채화 작품에서 투명하게 번지게 하는 효과는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고 답습함에 스스로 익혀냈던 기술로 짐작된다. 원색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감각적으로 색을 조화롭게 표현할 줄 알았던 것 같다. 화가라고 하기엔 어설프지만 충분히 감각적인 표현법을 갖고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그의 작품은 일본과 유럽, 미국 내 개인 소장가들에게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독창적이거나 테크닉이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헨리 밀러만의 ‘자유’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헨리 밀러답다’고 미소 짓게 하는 재치가 느껴진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샤갈, 피카소, 마티스 등의 대가들이 뇌리에 어렴풋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독창적이기 보다는 다양한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던 그의 작품이지만 반복적으로 기호화된 그만의 이미지 언어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원색의 판화 작품 속 기호화 된 이미지 언어는 묘하게 풀어놓은 색감 안에 집약적으로 자신이 표현하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필자 박희진 객원기자
초현실주의적 자유로운 연상과 신비주의가 혼합된 문학으로 기존의 틀을 깬 작가 헨리 밀러의 미술은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시각적 이미지의 언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었다.소설에서 표현했던 성욕이나 성에 억압된 흔적들 또한 그림에서 기호화된 언어로 표현돼 있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 일부를 확대해 그린다거나 사람들의 얼굴을 광대처럼 표현하는 방식 등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려 했던 흔적들이 남아있다.

작품들은 세계대전 당시 헨리 밀러의 삶을 엿보는 데에 귀한 자료가 아닌가 싶다. ‘자유로운 영혼’이고픈 헨리 밀러의 시각적 언어의 이미지들은 그가 남긴 글과 또 다른 매력의 그림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세심한 기획력으로 그의 글과 그림이 한 공간에서 함께 숨 쉴 수 있는 기획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