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민여성의 눈으로 본 한국 가족 문화의 현실과 바라는 점
결혼 이민여성의 눈으로 본 한국 가족 문화의 현실과 바라는 점
  • 뉴엔티란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 승인 2009.05.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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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주민 여성, "한국에서 잘살고 싶다!" 한국 남편&시집 식구들 변해야

 나는 한국에 시집 온 결혼이주민여성이다. 3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의 생활, 풍습, 습관 등을 조금씩 배우고 한국문화에 익숙해지려고 아직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문화는 참 다양하고 독특한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그 중에서 특히 한국 가족 문화에 적응 하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의 가족 문화는 부부 중심이 아니라 자녀양육이 우선이라 어머니의 역할이 매우 힘들게 느껴진다. 나의 조국과는 너무나 다른 가족문화라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한국에 와서 바로 열 살짜리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은 나한테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후회할 수 없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자녀 양육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남편도 나를 도와주겠지~”라고 믿으며 열심히 노력했다. 처음에는 한국말도 서투르고 아들과 대화할 시간도 별로 없었고 둘의 관계도 어색했다. 아들이 낯선 외국 사람한테 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참 무리이고 애한테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고 서운할 때도 많았지만 아들이 나를 인정해 줄 때까지 노력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 혼자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여러 번 말해보았지만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 우리 부부가 얼마나 많이 싸웠는지 모른다. 그 때마다 나는 남편이 정말 얄밉고 남편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 했다. 왜 남편은 아이와 자기 부인한테 저렇게 무관심하고 무책임한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돈만 벌어다주면 책임이 끝나는 줄 알고 집안일이나 자녀 양육 문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부부 갈등도 많았고 좌절할 때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아들을 위해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내 자신한테 약속했다.

 3년이 지나간 지금 우리 아들은 정말 많이 컸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어디가도 친 모자처럼 보일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여전히 변하지 않아서 참 마음에 걸리고 걱정된다. 조금 있으면 우리 아들이 사춘기를 맞이하는데 계속 이런 상태면 부자 사이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는 아이의 양육 문제가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내 마음은 급해지고 불안해진다. 어떻게 해야 남편의 생각과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도 다른 결혼이주민 여성들처럼 한국에서 잘 살고 싶다. 시댁과도 화목하게 지내고 싶고 행복한 가정을 꾸며 가기위해 고향을 떠나 한국까지 왔다. 인생이 끝날 때쯤 지금을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 없도록 지금 내 인생에서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멀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남편과 시집 식구들이 조금만 더 나를 사랑해주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었어도 잘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도 확신한다. 고향에서도 가족들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했듯이 낯선 이국땅에서도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뉴에티란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ㆍ번역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