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먹고살기] '아름다움'에 목숨 건 그들, 아름답다!
[문화예술로 먹고살기] '아름다움'에 목숨 건 그들, 아름답다!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2.04.11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부의 잡음을 끄고, 가슴속 열망에 귀 기울여라!

 

미래의 우리 문화예술계가 건강하게 발전해가기 위해서는 지금 문화예술계에 종사코자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들이 미래 한국의 문화 동력이기 때문이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기획연재를 통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총 7편을 기획했다. 그 네 번째로, '미술·디자인'편을 맞아, 전업작가·미술심리치료사·패션디자이너·영화미술감독의 직업세계를 다뤘다. 미술계에 중요한 직업군으로 떠오른 '큐레이터'는 본지 79호에서 따로 다뤘기에 이번 기사에서는 제외했다.

                                                                                                                             -  편집자 주 -

 

<목차>
1-박물관·미술관 큐레이터
2-게임 산업 종사자
3-무용가
4-미술·디자인 종사자
5-음악계
6-문학계
7-연극·영화감독
외부의 잡음을 끄고, 가슴속 열망에 귀 기울여라!

중학교 도덕시간에 처음으로 '자아'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스스로를 알고자 하는 과정에서 확인하게 되는 '자신의 참모습'을 '자아'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 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나아가, 꿈을 이루는 것' 교과서는 '자아실현'을 그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어린 나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끼며, 한참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12월이 되면, 미술대학은 졸업전시회 준비로 분주하다. '미술'을 자아실현의 발판, 혹은 목적으로 삼고 가혹하리만큼 미대입시에 매달려 미술대학에 입학한 학생들. 그 후, 그들은 4년 동안 작품활동에 몰입했고, 그 4년을 결산하는 졸업전시회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예술하면 춥고 배고프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들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통계에 따르면, 한해에 미대를 졸업하는 학생 수는 평균적으로 1만 4000명에서 1만 7000명에 이른다. 이중에 전공을 살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번 '문화예술로 먹고살기' 코너에서는 원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스스로의 자리'를 꿰어 찬 미대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공을 살려, 취직하기를 소망하는 많은 미대생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전업작가

현재 전업작가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최인호(31)씨는 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지금은 전시회도 열며,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도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생계'를 보장받을 수 없는 '전업작가'의 길을 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그는 치열하게 고민했다.

▲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전시장.

 하지만 결국 그는 '자기 작품'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고, 전업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고달팠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기에 무엇이든 감수할 수 있었다. 그는 평일에는 작업실에서 살고, 주말에는 '어린이 미술관'에서 미술선생님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자그마치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계속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가족과 내 작품을 알아봐주는 팬들 덕분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전시회를 위해 거의 일 년동안 작품과 씨름하며, 혹독하게 마음고생을 하지만, 막상 관객들을 만나면 그동안의 고생이 눈녹듯이 녹는다"며, 웃었다. 그는 전업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열망'을 신뢰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술심리치료사

현재, 사회복지관에서 미술치료사로 활동하는 김 모양(30)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미술치료'는 미술창작활동을 통해, 심리적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요법으로, 음악·무용 등을 이용한 예술치료의 한 영역이다. 다른 말로 '회화요법', '표현요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녀는 미술치료의 장점에 대해 "나이와 성별, 질병 유무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대상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고 말하며, "특히 나이가 어려 언어표현이 미숙한 아동들의 내면을 치유하는 데 아주 적절한 치료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녀는 다른 동기들고 마찬가지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후 전업작가가 되는 것을 꿈꿨다. 그러나, 전업작가로 성공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배고픔을 견뎌야기에 자신이 없었다. 대신에 평소 아이들을 좋아했던 그녀는 자신의 전공을 십분 활용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녀는 미술치료전문기관에서 미술치료의 이론과 실습을 연수받았고, 필기시험과 서류심사, 면접시험에 합격해 미술심리치료사 2급 자격을 취득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처음엔 그녀도 많이 두려웠다. 막상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크게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철저하게 닫아버린 아이들을 대하니, 자신이 없었다. '자칫 잘못해서 아이들의 상처를 혹시 더 덧내지 않을까'는 걱정에 잠 못 이뤘던 밤들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점차 적응해 나가면서 아이들이 오는 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심리치료사로 살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햐나고 물었다. 그녀는 "아동들이 치료를 통해, 차차 내면의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때 말로 형용이 어려울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치료자인,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알아준다고 느낄 때,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녀에게 미술심리치료사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녀는 "그림을 매개로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직업인만큼 이론보다는 실질적인 임상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한 뒤, "상대방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는 겸손한 마음을 지닌 치료사가 돼야한다"며 강조했다.

▲ 패션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한복패션소의 한장면.

 ◆ 패션디자이너

현재 모 의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박 모양(27)은 어릴 때부터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바비인형에 이런저런 예쁜 옷을 입히며 노는 것이 좋았다. 엄마의 끈질긴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이인형을 한가득 사놓고 하루종일 놀았던 그녀. 그녀는 열심히 미대입시를 준비했고, 그토록 원하던 의상 디자인과 학생이 되었다.

그녀는 저학년 때부터, 의류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취업 시 가산점을 주는 각종 공모전에 응모해 상을 받았고, 휴학했을 때는 의류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녀는 당시 낮은 임금과 장시간 근무로 많은 고생을 했지만, 그것이 다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때 실무경험을 쌓으며, 작업지시서 작성법과 패션 스케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의류회사가 신입 디자이너를 고용할 때, 지원자의 어떤 면모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필까? 그녀는 바로 '포트폴리오'라고 대답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바로 현장에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느 의류회사든지 '자신만의 개성'을 구현된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밝히고, "인사 담당자의 눈에 띄고 싶다면,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것들로 한 데 모아 짜깁기한 포트폴리오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일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한가지 주의사항도 알려줬다. 그녀는 "인사담당자들은 회사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지원자의 성향이 들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드러난 지원자의 코드를 확인한다"며, 따라서 "자신이 입사하길 원하는 회사의 패션경향을 제대로 숙지하고, 그것을 전략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녹여낼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기자가 업무강도를 묻자, 그녀는 "패션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대중의 기호와 욕구를 주시할 필요가 있어, 언제나 고민거리를 떠안고 산다"고 밝히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감내할 수 있는 열정과 인내력이 요구되는 직종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미적 감각'을 기르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쟁이 심한 패션업계에서 한순간이라도 나태해지면, 바로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그녀는 패션업계는 치열하고 냉정한 승부가 펼쳐지는 프로의 세계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영화 미술감독들의 일터라 할 수 있는 영화 촬영장의 모습.

 ◆ 영화미술감독

영화는 음악, 미술, 연기 등 다양한 예술분야가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특히, 영화는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되는 예술장르여서 많은 미대 졸업생들이 이쪽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영화미술이란, '시나리오에 묘사된 배경과 여러 이미지'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직업이다. 영화산업이 호황기를 거치며, 점차 영화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자, 대부분의 영화과에서는 '프로덕션 디자인'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유명한 영화미술감독 아래서,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전 모군(30)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하지만, 영화가 더 좋았던 그는 대학 다니는 동안 밤을 새가며 셀 수 없이 많은 영화를 봤다. 그러다 어느새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고, 결국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
그러나 영화판의 노동환경이 무척 열악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강도 높은 노동과 불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힘들지만, 막상 결과물이 나오면 그동안의 피로를 잊었다.

그는 영화 미술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질로 '관찰력'을 꼽았다. 사실, 영화미술 일은 미대를 나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고도의 관찰력을 요구하는 직업이기에 그는 유리했다. 십년에 걸친, 스케치 훈련 덕분에 일상의 풍경들을 머릿속에 재빨리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 직업에 '미술'이라는 단어가 붙는다고 해서, 미대생들이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화미술 전문가가 되려면, 영화의 매커니즘과 문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며, "따라서 많은 영화를 보며, 공간이 어떤 형태로 카메라의 사각틀 속에 담기는 지 이해하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